築地市場
도쿄에서의 두번째 날은 일본 교환학생 시절 친구들과의 재회!
마침 취업은 도쿄에서 한 애들이라 가기로 결정한 날 바로 연락해서 약속을 잡았다.
이젠 도쿄에 산지도 2년째 접어든 애들이지만, 반평생 살았던 곳을 두고 온 곳에서 회사-집 무한루트만 반복하는 애들이 도쿄에 빠삭할 리가 있나 ㅎㅎ 나 온 김에 자기들도 도쿄 관광 한 번 해보겠다며....
해서 셋 다 가본 적이 없었던 츠키지 시장에서 우선 만나기로 결정!
특히 나는 07년 이후 도쿄를 세 번이나 방문했으면서 정작 여기는 한 번도 온 적이 없어서... 잘되었다 싶었다.
최근엔 방사능 공포로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기피대상인 모양이지만 ㅎㅎ
원래는 새벽 5시부터 가서 유명한 초밥집에 줄을 선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건 자신이 없고..
게다가 친구 두 명은 금요일 밤에도 야근을 하는 도쿄의 직장인들 ㅎㅎ 5시에 만남은 커녕 5시에 눈을 뜰 자신도 없을 애들..ㅋ
그래도 토요일 아침 10시부터 만났으니 참 빨리도 하루를 시작했었다.
아침 10시도 꽤 이른 시간인데 완전 복닥복닥.
좁고 정신없고 사람에 치이고...
그래도 난 이런 전통시장의 활기가 좋더라.
저걸로 페퍼크랩 해먹으면 맛있겠다.... 페퍼크랩 .... 츄릅
11시부터 참치썰기 시작한다길래 다시 돌아오기로 결정! 참치가 이렇게 컸다니.... 문화컬쳐...
츠키지 시장에 왔으니 이것저것 군것질도 해야지. 초밥만 먹나? 모든 해산물이 먹을거리인것을...
토리아에즈 카키야키 밋쯔 죠다이 ! 자비로운 우노쿤이 지갑을 열어 우리 모두에게 굴 석화구이를 하나씩 대접했다. 아리가또 -
어렸을땐 굴을 너무너무 싫어했는데 크면서 조금씩 먹게는 되더라. 이 굴 석화구이도 정말 맛있었다!
특히 굴튀김인 카키후라이는 겨울되면 꼭꼭 사먹을 정도로 좋아라 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하지만 여전히 굴국밥 같은건 싫다... 굴밥도 싫고.... 헤헤
관자구이랑 시로코구이!
우니노세(성게알을 위에 올린) 야키시로코도 팔고 있었다. 신기한 개념인걸...
야키시로코! 내장같이 징그럽게 생긴 이것은... 보기에 상당한 비호감일 뿐더러 그 정체도 매우 비호감이다.
바로 대구의 정액주머니다 우웩 -ㅅ-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었는데 이게 또 그렇게 고소하고 맛이 좋다나...
내 일본 친구들도 이거 꼭 먹자길래 나도 오케이 했다. 한 번 먹어보지 뭐.
그렇게 해서 집어든 야키시로코.
일본 친구들 찰칵.
왼쪽이 우노, 오른쪽이 쇼헤이.
특히 우노는 내 일본인 친구들 중에서 가장 친한 두 명 중 한명이다. (다른 한명은 요코)
12년 겨울 유럽여행때는 마침 독일서 교환학생 하고 있어서 같이 잘츠부르크에 다녀왔고,
역시 12년 말 내가 연말휴가 내고 다시 고베 놀러갔을 땐 또 다른 친구랑 셋이서 차를 렌트해서 드라이브 실컷하고 일본의 삼대 야경 중 하나로 꼽히는 롯코산에서 바라본 고베의 야경까지 봤었고
이번엔 이렇게 도쿄에서! 다음엔 어디서 어떻게 인연이 닿아 만나게 될지 궁금한 친구다.
다정다감하고, 매너 좋고, 한국인-일본인으로서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친구라 내겐 참 각별하다. 불가리아 얼짱미녀 여자친구까지 있으니 위너라고 해야하나 ㅋㅋ
아까 봤던 참치와는 다른 참치인데..얘는 이미 해체작업을 끝냈는지 머리만 남아있었다.
근데 눈이 정말... 흑요석처럼 크고 예뻤다....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 ㅠㅠ
이렇게 건어물 및 각종 안주류를 시식할 수 있는 가게도 있었고...
이건 우니를 너무 좋아하는 날 위해 친구가 검색까지 해서 찾아간 우니만! 우니가 들어간 빵이다.
실제 먹어본 소감은... 그닥 비추... 우니가 비렸다 ㅠㅠ 그리고 뜨겁게 익힌 우니는 별로였다..
우니는 역시 생으로 먹는게 최고야... 신선하면 비릿함도 없이 그저 크리미하게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이렇게 츠키지 시장을 빙빙 돌며 군것질도 하고 구경도 하다보니 어느새 11시!
아까 봐두었던 참치가게 가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복닥거리고 복잡하지만 길찾기 어렵지는 않아서 쉽게 다시 찾아갈 수 있었다. :)
그저 우오오오... 하며 신기하게 바라보고 연신 셔터를 눌러댈 수 밖에 없었다.
톱으로 써는 것도 신기했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연예인 보듯 사진 찍어대는 것도 신기했고,
큼직하게 썰어낼 때 마다 나오는 탄성소리, 갓 썬 부위를 들고 얼마나 상태가 좋은지 보라는 듯 들고 뽐내는 듯한 주인,
지금 가게 안으로 오면 바로 이 갓 잡은 참치를 드실 수 있어요 - 라고 홍보하던 점원...
이걸 본 게 이번 일본여행 베스트 중 하나! 츠키지 시장에 가면 꼭 ! 보세요... 정말 공연보는 기분이었음 ㅎㅎㅎㅎ
해산물시장이라고 해산물만 파나? 해산물과 같이 먹을 수 있는 다른 음식들도 팔고(야채나 계란 등... 특히 시식만 하고 사진을 남기진 않았지만 이 곳 츠키지 시장은 달달한 일본식 계란말이로도 매우 유명하니 꼭 먹어보길.)
생선을 조리할 각종 도구들도 파는 법이고... 바로 이 가게에서처럼!
칼날 가는 거 처음보는데 신기했다. 나이 드신 주인분에게서 내공이 느껴졌음.
츠키지 시장을 나가기 전에 애들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밥먹고 가야하지 않겠냐며, 타베로그 등으로 열심히 맛집 검색을 했다. 방사능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본을 얼마나 자주 온다고 딱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싶어서 나도 그냥 ok를 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애들에게 정색하고 싶지도 않았고 (애시당초 그렇게까지 걱정했다면 일본엘 가지 않았겠지.)
애들이랑 찾아간 곳은 스시bar라는, 지하 1층에 있던 작은 가게. 점심 덮밥 메뉴로 꽤 인기있는 곳이었다. 재료가 정말 좋은게 느껴지던... 사케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마셔보고 싶은 사케를 잔 단위로 주문할 수 있는 듯하니(마치 위스키처럼) 저녁에 찾아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쇼헤이가 시킨 나마 시라스동.
이건 우노가 시킨 이꾸라동.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맛이 신기방기
그리고 이게 동 메뉴 중 가장 비쌌던, 우니육회동! 한국어의 그 육회에서 발음을 따온 듯 한데(가타카나로 쓴 것이..) 소고기 대신 참치라는 것이 차이점이랄까. 기름에 계란을 얹어 맛을 낸 것이 진짜 소고기 육회랑 맛이 비슷하다!
위에서도 찍어보고...
그리고 바로 이것이 내가 이 메뉴를 시킨 궁극적인 이유요 목적! 나마우니!
일본 교환학생 시절 오사카의 한 초밥집에서 이걸 처음 제대로 먹어보고(그 이전에 한국에서 먹었던 것들은 비렸다..)
눈을 번쩍! 뜨게 된 이후 해산물 중 이 우니가 제일 좋아졌다.
근데 신선도에 워낙 맛이 좌우되는 까다로운 음식이라.. 비릿한 맛 없이 달고 입에 녹는 좋은 우니를 먹기가 정말 정말 어렵다.
조금만 비려도 정말 맛없는 음식으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에... 새로운 가게에 가게 되면 우니를 팔고 있어도 시키기가 영 꺼려진다는. 심지어 한국에서 가격대비 최고의 스시집이라고 생각하는 '오가와'에서도 살짝 비린 우니를 먹은 적이 있다(딱 한 번 뿐이긴 했지만 그래도...) 오히려 강남역 천상의 저녁 스시에 나온 우니 상태가 예상외로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던 기억도.
그럼 이 곳 츠키지시장 스시바에서 먹은 우니의 맛은?
정말 내가 원하던 바로 그 맛이었다!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감동적이었던 맛!
내가 너무 만족해하자 열심히 검색질했던 친구들도 뿌듯해 했다. 소원성취 하게 해서 자기들도 기분이 좋다며.. ㅎㅎㅎ
결국 이 날 나는 새로운 별명을 하나 얻고 말았다. '우니스키(성게알 좋아하는 사람)'....
츠키지 생애 첫 방문은 대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