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긴장으로 하루를 보내다 어떻게든 시간 좀 빨리 가게 하려고 억지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 핸드폰으로 스도쿠 게임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했다.
너무 긴장을 한 탓일까, 하루종일 복통으로 방 안에서 제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누웠다 앉았다만을 반복했었다.
아프기까지 했으니,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면 정말 바닥까지 우울했을 거다.
오랜 간절함과 기다림 끝에 5시가 되었고, 떨리는 손으로 클릭을 해 보았지만 여전히 반영중.....
하루종일 기다리게 했으면 시간 좀 지켜서 알려줄 것이지...
그렇게 추가로 15분은 더 바들바들 떨며 모니터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반영된 결과, 클릭 후 나타난 초록색 퍼즐.
지난 몇달 간 간절히 보고 싶어했던 합격자 화면.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면서 배의 통증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불확실의 생활이 끝났구나.
남들보다 빨리 1승을 할 수 있게 되었구나, 이제 마음편히 지낼 수 있겠구나.
가장 먼저 아빠와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고,
그 다음으로는 많은 도움을 받았던 현직자 선배 두 명과 인턴을 했던 선배 한 명한테 연락을 했다.
평소 관심 가지고 응원해준 사람들에게도 개인적으로 붙었다고 연락을 했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었을 거다.
지원한다고 연락했더니 흔쾌히 자소서를 보고 첨삭도 해 주시고,
늦게 퇴근하고 피곤하실 텐데도 면접 전에 시간 내서 조언해준 현직자 오빠.
이런저런 좋은 말씀들과 함께 해 준 다음의 말
'너는 붙을 거야, 개인적으로 별로 걱정이 안 돼.
외국어 잘 하고, 활발하고, 일 잘하고, 나한테 문자 하는 거 등등 봐도 윗사람들한테 예의바르게 잘 하고,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상이야. 네가 지금 우리 회사에 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fit이 맞아.'
면접 전에 이런 말 들으니 얼마나 자신감이 생기고 안정이 되었는지 모른다. 정말 고마워요.
바로 지난 학기 붙은 선배도 -
예전 다른 회사 동계 인턴 지원할 때에도 메일로 길게 황금같은 조언해주시고,
이번에도 연수받느라 바쁠텐데도 불구하고 싸트 붙었다고 하니 전화로 이런저런 팁 주시고
정말 고마운 마음 한가득!
그 외에도 정말 고마운 내 사람들이 많다.
일희일비 하지 말라며 너는 잘 될거라고, 너 안뽑는 회사가 손해라고,
넌 얼마든지 회사 골라갈 수 있다며 용기를 심어준 취준경험있는 언니오빠친구들,
함께 짧은 시간 열심히 면접 준비 같이 하고, 결국 다 같이 붙게 된 우리 스터디원들,
좋은 소식 기대한다며 응원 많이 해 준 사람들...
정말 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취업준비와 합격.
지난 몇달 간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원하던 바와는 달리 동계인턴에서 떨어지고 난 뒤,
경험도 쌓고 친구들도 만날 겸 떠난 유럽여행에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돌아가서 다시 마주해야 할 현실이 두려웠고,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동기인 여자애들 몇은 먼저 취업하고 연수를 받는데, 나는 이렇게 놀고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결과적으로는 자소서에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이야기거리가 되었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여행이었지만,
이것도 다 합격을 했으니 할 수 있는 말이겠지.
취업+여자+고스펙+해외영업 은 힘든 조합이었다.
열심히 작성하고 첨삭까지 받은 자소서들인데도 계속 광탈의 연속이었고,
과연 이번에 졸업할 수는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나를 갉아먹었다.
정말 일정 학점만 넘고 영어 점수만 있으면 누구나 서류는 통과시켜주는 삼성 빼고
4월 초까지 서류 붙은 곳이 단 한군데도 없었으니...
나보다 스펙도 낮고, 그렇다고 자소서를 더 잘쓴 것도 아닌 사람들이 서류는 쉽게 통과하는 걸 보면서 느낀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밑도끝도 없는 우울함, 미래에 대한 불안감
한 두 달 뒤의 내 모습이 너무나도 궁금했고, 알고 싶어 미칠 것 같았던 나날들.
그러다가 지지난주 금요일에 드디어 다른 기업의 서류가 붙었고,
지난주 금요일에는 또 다른 서류가 붙어서
결과적으로는 현재 발표난 8개 중에 3개 합격이니, 엄청 나쁜 것은 아니............겠지
그리고 이미 하나는 최종합격을 했으니, 이번 여름 졸업은 확정이고, 좋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학생 신분의 자유를 누리고,
그동안 따지 못했던 운전면허도 따고,
엄마아빠와 여행도 가고,
6월에는 스코틀랜드 트래킹을 갈 것 같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입사하고 나면 이런 기회도 없을테니 말이다.
오늘은 정말 몇개월만에 이코노미스트지를 샀다.
지하철에서도 읽고, 집에 와서도 읽는데 어찌나 행복하던지.
취업과는 크게 상관없는 텍스트를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기뻤다.
내용도 평소 관심 갖고 있던 것들이 주를 이루어서(독일 경제 등) 좋았고
간만에 아시아 쪽에 한국 이야기도 나와주길래 제일 먼저 스르륵 읽어주고.
학교에서 가서 책도 빌리고, 친구랑 수다도 떨고,
오후엔 도톨이랑 이태원서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이렇게 놀면서도 더 이상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니!
참 하루만에 사람 마음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암튼, 기쁩니다.
정말 해 보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사회생활 첫 스타트를 원하던 곳에서 할 수 있게 되어서.
해보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할 것 같던 일이니, 잘 해봐야지. :)
그리고 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