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바로 다음날 다시 부지런히 포스팅 작성을 하는 나.... 스스로가 참 장하다고 느껴진다.
귀찮아서 쓰기 싫어하다가 문득 예전에 작성했던 방콕-라오스 여행 포스팅들과 일본여행 포스팅들을 보고는 마음을 다잡았다.
헛소리일지라도, 다듬어지지 않은 부끄러운 문장들 투성이어도 그 글들을 다시금 읽으니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더라.
잠시 잊고 있었던 생각들과 사실들까지도 한꺼번에 돌아오면서 다시금 뭉클해지고 두근거리더라.
그래서 귀찮더라도, 계속해서 써 나가기로 했다.
수개월뒤의 나는 또 이 글들을 읽으면서 여행 장소에서 느꼈던 것들과 글을 쓸 때의 귀찮음 모두를 다시금 떠올리고, 그리워하겠지. 다시 갈 수만 있다면, 혹은 또다른 새로운 곳으로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겠지.
역시나 맨체스터에서 당일치기로 혼자 훌쩍 다녀온 리버풀. 이번에도 기차를 이용했다.
출퇴근시간을 피하면 표 가격이 매우 저렴해진다. 그래서 나 역시 가장 혼잡한 출근 시간을 피해서 리버풀로 향했다.
리버풀에서 맨체스터는 기차로 한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정말 가까운 곳에 위치한 두 도시들.
마음이 급해서 리버풀행 열차라는 말에 그냥 아무 기차나 잡고 탔는데, 내가 탈 수 있는 수많은 옵션들 중에서도 가장 후진 열차였다. 난방도 제대로 틀어주지 않는 열차였던 것......... 결국 리버풀에 도착했을 때에는 몸이 살짝 얼어있는 상태였고, 빨개진 코를 계속 문질러줘야 했다. 그런데 가뜩이나 날씨도 영국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흐리멍텅한 상태. 영국에 왔으면 잿빛 하늘은 꼭 봐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라고 하기엔 너무 추웠다.
(하지만 영국에서의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당시의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지.........
한시간이 아닌 세시간을 넘게 냉동열차를 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하지만 이 슬픈 이야기들은 나중에)
리버풀은 사실, 비틀즈만 아니었다면 전혀 와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도시다.
한때는 산업과 항구의 도시로 부를 누렸던 도시지만, 지금은 쇠퇴하여 축 쳐진 채로 늙어가고 있는 도시다. 영국처럼?
또한 그 유명한 타이타닉이 출항했던 곳도 이 곳 리버풀이다. 영화 속에서도 선박 모서리 부분에 LIVERPOOL이라고 흰 글씨로 쓰여져 있다는 것. 리버풀 박물관에 가면 타이타닉에 대한 전시물들이 많다고.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내게 다 '플러스 알파'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이 도시에 온 이유는 오직 비틀즈, 비틀즈, 비틀즈!
어렸을 때 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비틀즈의 주요 히트곡들은 수없이 들었고, 영어를 배우기 전부터 들었던지라 그저 들리는 대로 따라 부르기도 했었다. 커서는 옛날 앨범들부터 주욱 들어보면서 좀 더 마이너한 노래들까지 좋아하게 되었고, 각종 공연 영상들을 유튜브나 디비디로 찾아서 보기도 했다.
비틀즈 팬은 크게 존 레넌 팬과 폴 매카트니 팬으로 나뉜다는데, 나는 후자. 내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폴이 음악성도 더 뛰어나고 대중성도 갖춘 것 같다. 지금까지도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키며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
(그리고 생긴 것도 제일 잘생겼어.......ㅋㅋㅋㅋㅋㅋ)
현지 심카드를 구입해서 3g 통신을 이용해 지도는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준비는 사실상 한 것이 없었다.
혹시나 유용한 정보가 있을까 싶어 역에서 무심코 책자를 집어들었을 뿐인데 세상에,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그림이 리버풀에서 특별전으로 전시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바로 마티스의 이카루스!
내가 마티스의 이카루스에 대해 다른 이카루스 그림들과 비교하며 작성했던 포스팅은 여기로
http://kangji.tistory.com/entry/이카루스-이카루스
아무리 당일치기 일정 속에서 시간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림 한 점만 보고 갈 시간은 있겠지. 게다가 입장료도 무료!
마침 갤러리가 역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길래, 바로 미술관 쪽으로 향해 재빨리 걷기 시작했다.
워커 아트 갤러리.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바로 맨 오른쪽에 있는 마티스의 이카루스.
마티스 특별전시장 안은 촬영금지였기때문에 아쉬운 대로 대신 안내판과 사진을.
그의 붉은 심장을, 떨어지는 순간에도 식지 않는 열정을 기억해야지.
또는, 똑같은 이카루스를 생각하면서도 붉은 심장을 발견하고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미술관을 황급히 빠져나오다가 눈에 띄여서 사진으로 남긴 이 그림. 예전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에 실려있던 그림 중 하나가 아닌가!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진 나르키소스와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에코의 모습.
당일치기가 아니라 1박 2일의 일정이었다면 느긋하게 미술관을 둘러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하지만 이렇게 괜찮은 미술관이 리버풀에 숨어있을 줄 누가 알고 있었나....
미술관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나이 드신 분들이 전시실 별 안내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점이었다.
동양에서 온 어린 여학생에게 미술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던 분들.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 고궁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외국어로 안내해주는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꿈인데, 가능하려나.
다음 목적지인 매튜 스트릿으로 향하는 길에. 잿빛하늘아래 앙상한 가지와는 달리 잔디는 여기서도 푸른색.
그리고 여기가 바로 매튜스트릿! 이따 저녁때 공연 보러 올 계획이기도 했지만, 낮의 모습도 봐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길이 왜 특별한지는 다음부터 이어집니다.
이 길의 기둥에는 조지 해리슨이 뙇!!!!
그렇다, 내가 매튜스트릿을 찾은 것은 다 비틀즈 때문인 것이다!
캐번 펍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기념사진 찰칵.
바로 이 매튜 스트릿은 비틀즈가 유명해지기 전 수없이 많이 공연을 했었던 캐번클럽이 위치한 곳이다.
비틀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필수코스!
매튜스트릿 초입에는 이렇게 비틀즈 기념품점도 있다. 이른 시간이어서 아직 열진 않았기에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다음 목적지인 앨버트 독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빅토리아 여왕 기념탑.
그리고 도착한 곳은 앨버트 독!
한때 잘나가는 항구도시였던 시절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장소.
지금은 테이트 모던 리버풀, 비틀즈 스토리, 각종 레스토랑 등이 즐비한 복합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런던에서 갔던 테이트 모던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가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언젠가 다시 기회가 있겠지요. 내가 이번 유럽여행을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처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때에 다시금 만날 수도 있겠지.
저 멀리 관람차가 보이시나요??? 그냥 영국 종특이라고 스스로 결론지었음.
빨간 기둥이 인상적.
타이타닉이 있었던 곳도 바로 이 앨버트 독이라고 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꾼 비극의 항해가 시작되었던 곳.
그리고 드디어 찾은 비틀즈 스토리 입구!
마찬가지로 이 곳을 찾은 한 가족의 단체사진을 찍어주고 '저두요....'하고 부탁해서 남긴 사진.
혼자 여행할 때는 '서로 찍어주기'가 제일 속편하고 좋은 법.
존 레넌의 집에서 발견되었다는 기타... 정말 존 레넌의 기타일까요?
비틀즈가 유럽 투어를 하던 당시 각 도시의 거리를 재현해 놓은 모습 중 하나. 함부르크에서도 공연을 했었구나.
그리고 곳곳에 넘치도록 있던 비틀즈의 흑백 사진들. :)
아까 매튜스트릿에 있었던 캐번클럽 공연장을 재현해 놓은 전시실.
어두운 곳에서 셀카 찍으려고 애썼던 나....
이 곳에 있을 때 계속해서 비틀즈의 초기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Twist and Shout'가 틀어져 나오더라.
원래 좋아해서 종종 듣는 곡이지만 이 곳에 와서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all aboard!
아마도 20세기 가장 유명한 앨범 커버가 아닐까....
이 사진을 촬영한 런던 애비로드 역시 2008년에 여행했을 때 찾아갔던 적이 있다. 그 사진을 공개....
짜잔.. 바로 이 사진....
아 근데 당시 유럽여행 사진이 영국 것은 원본을 전혀 찾을 수가 없더군?
뒤져도 뒤져도 없어서...... 싸이월드엔 올렸었겠지 하고 가서 보니
플래쉬파일밖에 없더라..... 아아
그래도... 나 가긴 갔었음!
다시 비틀즈 스토리로 돌아와서, 녹음중인 비틀즈 멤버들의 모형과 기념사진 찰칵. 초점은 내가 아닌 그들에게....
뒷편에서 드럼 치고 있는 링고스타 ㅜㅜ
비틀즈 멤버들의 무대의상들도 전시되어 있고
각종 비틀즈 관련 상품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 이상했던 것들만 소개합니다.
그 중 첫번째, 이 인형들은 도대체 뭐꼬. 무섭게 생겼어.... 이상하게 기분나빠....
근데 더 이상했던 것은 이것! 이것이 뭘까요....????
...... 바로 여성용 스타킹. 스타킹 무늬가 (자칭) 비틀즈 멤버 얼굴과 악기다. 클로즈업해서 찍은 사진인데.... 형태가 보이나요
미국 투어를 위해 비행기에 탑승하는 비틀즈 사진
We Love You Beatles!!!
엘레노어 릭비의 무덤과 스트로베리 필즈 입구 모형이 한 데 모여있다.
실제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지.
썰젼페퍼스론리하츠클럽밴드 >_<
노오란 잠수함
'we all live in a yellow submarine~yellow submarine, yellow submarine~ ♪'
'if there's anything that you want
if there's anything i can do
just call on me and i'll send it along
with love from me to you'
- From Me To You(1963)
비틀즈 팬클럽도 있었군요
전시실 맨 마지막 부분, 멤버별로 이후 행적을 기리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더라.
그 중 폴 매카트니
검은 벽에는 비틀즈 멤버들이 했던 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조지 해리슨의 말들
비틀즈 해체 이후에도 수많은 신문들을 장식했던 각 멤버들의 소식.
존 레넌의 공간 바닥
존과 요코. 오노 요코가 무려 7살 연상이었지
전시실의 마지막에는 새하얀 피아노, 기타와 함께 존 레넌의 Imagine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이바이 비틀즈 스토리
비틀즈 스토리를 나오고 보니 맑아져 있던 하늘, 기분좋다!
그리고 리버풀에도 (역시나)있었던 관람차........
우체통! 영국 와서 처음 본 우체통은 아니었지만, 이건 무려 파란색 왕관을 쓰고 있다고! So British.
파란 하늘 버젼의 앨버트 독도 다시 사진찍어줘야지.
Museum of Liverpool, 알차고 좋은 박물관이라는데 가 볼 시간은 없었다....
음식점으로 쓰이던 건물.
모양이 특이해서 찰칵. 진짜 '건축학개론'같은 수업이 학교에 있었다면 들어봤을 것 같은데 말이지,
독특한 건물 모양들 보면 신기해서 한참을 서서 보다 가곤 하는데.
리버풀 중심가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 샌드위치나 사먹을까 하고 들렸다.
stairway to heaven? :p
진짜 '페니 레인'을 보러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다가 건물 모양이 특이해서 또 찰칵.
왕관같이 생겼어!
페니 레인에 가 보기 위해 내린 버스 정류장 근처에는 Sgt. Peppers가 있었다! 지금은 건물 모양만 남아있었지만....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우와 신기해!!!!!
그리고 도착한 페니 레인 XD
폴 매카트니가 유년시절 통학하며 걸었던 길이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애정과 향수를 담아 작곡했던 곡의 이름이기도 하다.
Penny Lane is in my ears and in my eyes~
건너편 표지판도 찍어주었음.
그냥 평범하고 한적한 주택가일 뿐이지만, 폴 매카트니가 매일 걸었고 추억했던 길이라고 생각하니 뭉클한 감동.
아이팟에 담아왔던 페니레인을 무한반복해 들으며 쭈욱 걸어가 보았다.
공터의 한 쪽 벽에는 이렇게 비틀즈 관련 그림들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이것이 페니 레인에 위치한, 조금은 뜬금없는 공터. 마을 주민들이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곳.
한적한 길가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겨우 붙잡아 부탁해서 남긴 기념사진!
페니레인을 다 보고 나서는 이동진의 포스팅에 의하면 '몇 블럭' 떨어져 위치해 있다는 '스트로베리 필즈'에 가 보기로 했다.
'몇 블록'이니까 조금만 걸으면 되겠지.... 했는데....... 패닉... 걸어도 걸어도 안나와.....
게다가 아이폰 지도어플에도 '스트로베리 필즈'는 나오지 않아.....
걷고 걷고 걷다가 구글에 검색해서 겨우 찾은 스트로베리 필즈의 실제 위치는 페니 레인으로부터 몇 블록이 아니라 2키로는 더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근데 몰랐던 나는 그냥 무작정 걸었을 뿐이고... 그 쪽으로 가는 버스도 몰라서 그냥 걸었을 뿐이고.......아..... 눈물이......... 이동진 선생님 미워요......
추위에 벌벌 떨면서, 열심히 삽질하고 길을 잃어가면서, 간헐적으로 욕하고 궁시렁대면서 떠났던 스트로베리필즈찾아 삼만리
그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스트로베리 필즈의 정문.
스트로베리 필즈는 존 레넌이 지냈던 고아원의 이름이다.
지금은 그 고아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비틀즈를 추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대문의 복제판(!)만 있다.
'Strawberry Fields Forever'란 비틀즈의 노래가 있지요. 바로 이 고아원을 말하는 겁니다!!!
복제판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안내판.
대문 너머에는 누군가가 줄이 다 끊어진 기타를 놓아두었더라.
존 레논과 비틀즈를 추억하며.
어떻게든 스트로베리 필즈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secondary school 애들 하교길이었던 거다.
교복 입은 애들이 안그래도 여기 앞에서 알짱대는 동양 여자를 이상하게 쳐다보는데, 셀카까지 찍으면 얼마나 비웃겠어...
그래서 애들 지나가지 않는 타이밍에만 겨우 사진 찍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트로베리 필즈 대문 건너편에 있는 집에 살고 계신 한 아저씨가 친절하게 길까지 건너와서는 사진을 여러 장 찍어주셨다.
처음에 미국에서 왔냐고 물어보시길래 한국에서 이거 보러 먼길을 왔다고 말하면서 길어졌던 이야기.
아저씨도 발음이 영 영국 사람의 발음이 아니었는데, 알고 보니 캐나다 출신이라고.
(오, 캐나다라면 퀘벡, 토론토, 그리고 나이아가라 폭포는 가봤어요!, 라고 말하고)
리버풀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했고, 같은 대학에서 교수직 역시 얻게 되어서 계속 리버풀에 살게 되었다고 했다.
아저씨 뿐만이 아니라 가족이 전부 다.
이 집에 살게 된 지도 벌써 몇년이 되었는데, 스트로베리 필즈 바로 건너편에 사는 덕에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수많은 비틀즈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폴 매카트니의 부인과 오노 요코 역시 이 곳에서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 직접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우와 :D
아저씨가 이곳까지 온 김에 주변에 있는 다른 명소들까지 보고 가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이 처음으로 만난 교회도 주변이고, 엘레노어 릭비의 무덤 역시 근처라고 다 설명해 주셨는데
조금 걸어가다가 결국 중도 포기....... 스트로베리 필즈까지 걸어오느라 이미 너무 지친 상태였고, 해도 저물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접기로 했다. 너무 지쳐있던 나머지 아쉬운 마음도 생기지 않았음....
그래도 교회 꼭대기는 봤었어요, 봤었다구요!
다시 대로변으롣 돌어와 겨우 찾은 리버풀역행 버스정류장.
아니 근데 무슨 이 추운 날씨에 배차간격이 30분이 넘는거야 ㅜㅜㅜㅜㅜㅜㅜㅜㅜ
배고픔과 추위에 떨면서 간절히 버스를 기다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흐아.
그래도 혼자 하는 여행이 이렇게 삽질하는 맛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해서 다시 돌아오게 된 중심가의 쇼핑센터.
프리미어 리그 팬이고, 리버풀을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서 들린 리버풀 F.C. 기념품 가게!
그냥 뱃지만 사다 주면 된다고 해서 자그마한 뱃지 하나를 샀다.
맨체스터로 돌아가기 전 리버풀에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줄 곳으로 내가 선정한 곳은 바로 캐번클럽!
아직 열차가 떠나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있었기 때문에 무료 라이브 공연을 즐기다 가기로 했다.
입장료도 무료! 너무 착하지 않나요
캐번클럽의 공연 정보는 캐번클럽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날도 오후 2시 공연도 있고 저녁공연도 있는 걸 확인하고는 들린 것.
아직 공연이 시작되기 전. 비틀즈 스토리에 있던 짝퉁 모습보다 훨씬 화려한 색감.
캐번클럽 한쪽 벽에는 이렇게 비틀즈 드럼을 전시해 두고 있었다. 우와아
이윽고 시작된 공연!
역시 정면으로 보는 게 제맛.
이런 분위기. 공연이 시작되면서 어두워졌다.
이어지는 공연 사진들.
비틀즈의 명곡들을 여러 개 불러주셨는데, 정말 잘부르시더라! 기분 최고였음!
공연 장면도 얼마 남지 않은 아이폰 배터리 다 써가면서 동영상 찍어뒀었는데.... 망할 아이폰이 프라하에서 '의문의 초기화'당하는 바람에 가지고 있지 않다... 오호 통재라 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공연을 즐기는 동안은 정말로, 정말로 꿈같았다.
꿈에 그리던 곳에 진짜 와서, 비틀즈가 연주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비틀즈를 듣게 되다니!
이렇게 황홀할 수가 -
혼자였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고 안타까웠던 순간.
특히 나와 마찬가지로 비틀즈를 너무나 좋아하는 초롱이와 함께였다면 더욱 즐거웠을텐데.
열차 시간에 늦을까봐 공연 중간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캐번클럽을 빠져나와서 찍은 매튜스트리트.
'Birthplace of The Beatles'!!!
알록달록한 건물 외벽에 노란 조명이 은은하게 번지면서 이루는 동화같은 색감.
안녕, 또 만날 수 있길 바라 매튜스트리트:)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찍은 한 극장의 모습.
그렇게 해서 다시 돌아온 리버풀 기차역. 이로써 리버풀 여행 포스팅도 끝!
오로지 비틀즈를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리버풀은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그들이 나고 자랐고, 노래가사를 붙이고, 수없이 많이 공연을 했던 도시.
도시 속 어디에서나 비틀즈를 만나고 기억할 수 있었던 곳.
노래 속 배경이 된 장소들을 실제로 보며 아이팟에서 비틀즈의 노래를 들었던 기억과
마지막 캐번클럽에서의 라이브 공연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거다.
그리고 플러스 알파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던 마티스의 이카루의와의 깜짝 만남도 잊을 수 없을거야.
안녕 리버풀. :)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