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자취생활을 시작하며
혼자서 방과 주방을 사용할 수 있다는 기쁨에 겨워 시작했었던 요리와 홈베이킹.
막연한 로망이었던 것들이 현실이 되고, 초반의 결과물도 꽤 만족스러웠고, 주변 반응도 뜨거워
나는 점점 먹을 것을 만드는 행위에 빠져들었고, 온갖 재료들과 도구들을 사들였다.
과외해서 번 돈으로 거품기와 머핀틀, 쿠키커터를 사서 쟁여두고
자취생의 흔한 요리라는 김치볶음밥에는 온갖 변화를 주면서
'스크램블드 에그와 크림소스를 얹은 김치볶음밥' 이라는 괴상하게 들리지만 맛은 환상적인 퓨전요리까지 시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홈베이킹으로 만든 과자나 빵은 '공짜'라고 생각하는지,
내가 들인 시간이나 재료값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빵을 구워올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인용 한 끼 식사만을 위한 재료구입이 사실상 불가능해 항상 음식을 남기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언제부턴가 나는 점점 요리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들이는 시간을 금전적인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사먹는게 절대 비싼 게 아니라는 결론에도 이르렀다.
그러던 내가 최근, 조금씩 다시 음식을 만드는 것에 재미를 들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폴란드 때문이다, 폴란드 때문.
폴란드에서 먹었던 각종 음식들을 잊지 못했던 나는
한국에 당연히 폴란드 음식이 어딘가엔 있을 거라 생각하고 검색을 해 보았다.
그런데 이태원 어딘가에 하나쯤은 있지 않겠어?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없다는 답변뿐.
폴란드 음식점이 없다는 데에서 온 실망감은
'사먹을 수 없다면, 만들면 되는거지!' 라는 발상으로 전환되었고,
나는 'don't panic, ask google' 이란 명언을 따라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그 결과 몇분 안에 여러 버전의 레시피와 재료들을 알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코티지 치즈였던 것이다.
하지만 근처 슈퍼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고, 더 멀리 사러 가기도 귀찮고,
무엇보다도 아직은 꽤 압박스러운 수입치즈의 가격.
문득, 코티지 치즈는 숙성시키지 않은 fresh한 치즈라 집에서도 쉽게 간단한 재료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거나 읽은 기억이 났고
이번에는 빠르게 네이버에 코티지 치즈 만드는 방법을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재빨리 실행.
재료도 매우 착하고 간단했다.
우유와 레몬즙. 끝.
- 아래 사진들은 모두 갤럭시s3로 촬영한 사진들. 나의 데세랄이는 나의 귀찮음으로 아직 수리를 하지 않아서... -
우유를 넣고 약한불(중요. 팍 끓어버려서 유막이 생기면 치즈로 변하지 않는댄다.)에서 은근하게 끓여줍니다.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몽글몽글 끓기 시작하면 레몬즙을 넣어줍니다
그럼 지금 사진은 한손으로 핸드폰 들고 폰카로 찍은거라 어~엄청 흔들렸지만...
이렇게 바스라진 순두부처럼 우유가 작은 덩어리로 뭉치기 시작한다. 유청과 분리되면서 이렇게 되는 것이라는데...
우유가 안뭉친다고? 레몬즙을 더욱 넣어보고 불을 끈 다음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 다 뭉칠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내가 그랬거든.
체 위에 면보 같은 것을 얹고 치즈덩어리만 남겨줍니다. 바로 이렇게...
나는 다이소에서 산 찜기용 시트를 사용. 천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빨아서 재사용도 가능하고 너무 좋음. 다이소 만세.
노오란 유청국물 다 빼고 남은 치즈의 모습. 이대로 통에 넣어 냉장고에 몇시간 보관 후 먹으면 된다. 어떄요, 참 쉽죠?
그렇게 해서 만든 치즈로 나는 계속해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나의 첫 코티지 치즈 샐러드 작품 ! 짜잔.
엄마가 이탈리아에서 사오신 지인짜 비싸고 맛있는 발사믹 비네거까지 뿌려먹으니 환상!
사먹는 코티지 치즈보다 훨씬 담백하고 깔끔해서 질리지 않고 퍼먹을 수 있더라. 좋아좋아.
두번째로 만들어 먹었을 때는 귤까지 활용해 샐러드 데코를...
아침으로 이렇게 작은 접시에도 예쁘게 담아 먹었다. 후후 뿌듯해라.
이렇게 치즈 만들기에는 대성공을 했으니, 주말에 시간이 난다면 폴란드식 만두, 피에로기에 도전해 보리라 ㅎㅎ
바르샤바에서 먹었던 치즈 피에로기의 맛을 잊을수가 없다 정말 ㅠ
폴란드 음식 최고 사랑해요....
두번째로 자급자족 하고 있는 것은 밀크티.
일본생활 하면서 밀크티의 매력에 푹 빠졌고,
이후 영국을 두번씩이나 가면서 나의 밀크티 사랑은 극에 달하게 되는데.......
하지만 밖에서 사먹는 밀크티는 왜이리도 비싸기만 한건지.
일본에선 편의점에서 세금포함 105엔이면 사먹는 립톤밀크티도 환상적인 맛을 자랑하는데!!!!!!1
아무리 최고급 홍차로 우려낸다고 해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도 한 몫 했지만,
무엇보다도 영국 등지에서 사온 내 홍차 콜렉션들을 보다 제대로 즐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래서 좀 더 공부하며 홍차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고 있는 중.
기호식품에 한 번 빠지면 답이 없다는 말이 맞았어......
깔끔하고 귀여운 나의 밀크팬! 물과 찻잎 넣고 끓여낸 뒤 우유를 넣고 좀만 더 끓이면 진한 밀크티 완성 :)
요즘 내가 푸욱 빠져있는 홍차, 니나스의 'JET'AIME'. 틴도 너무 앙증맞고 예뻐서 더욱 좋아라 해주고 있다.
이 홍차는 밀크티로 만들어먹으면 그야말로 환상! 특유의 진한 캐러멜향과 바닐라향이 밀크티로 만들어먹으면 더 빛을 발한다.
블랙이나 냉침으로도 만들어 먹어보고 싶긴 한데.... 당분간은 이 밀크티의 매력에서 벗어나기 힘들듯 ㅎㅎ
오늘 소개할 나의 마지막 자급자족 시리즈는 글루바인!
영어로는 Mulled wine 또는 그냥 간단하게 hot wine이고 불어로는 뱅쇼라 불리는 바로 이 와인.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 속에서 유럽여행을 하면서 나는 이 따끈한 술의 매력에 흠뻑 취해버렸다.
특히 빈 시청사 앞에서 한창 신나게 스케이트 탄 뒤에 중간중간 몸을 녹이기 위해 마셨던 글루바인의 맛은...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샹그리아는 이미 내 입맛에 맞게 꽤 수준급으로 잘 만들고 있는데,
글루바인이라고 못할쏘냐! 싶어 이번 겨울 실천에 옮겼다.
와인은 그냥 가장 싼 와인 아무거나 사서 만들면 된다.
어짜피 이것저것 넣고 달달하게 끓여낼 건데 비싼 와인 쓸 필요가 전혀 없다.
비싼 와인이면 그대로 즐겨서 맛과 향을 음미해야지 ....
물론 나는 와인을 아직 잘 모르지만....
(여담이지만 와인은 그냥 적당히 마시기 쉽고 잘 넘어가는 거면 다 좋아한다.ㅋㅋㅋ 난 역시 와인보단 맥주파.)
다용도로 쓰이는 나의 귀여운 밀크팬ㅎㅎ 글루바인 만들 떄에도 쓰였다.
가장 싸구려와인(나는 진로에서 나온 500ml에 2천원대인 싸구려 와인 사용), 오렌지, 시나몬스틱, 월계수잎 넣고 살짝 끓여줌
끓이기 전엔 아직 탱글탱글하지만
이렇게 다 끓이고 나면 보랏빛 와인물에 흠뻑 젖어있다.
원래는 머그컵에 따라 마시지만, 왠지 색이 보이면 더 이쁠 것 같아서 유리잔에 담았다.
오렌지도 퐁당.. 꺄 이쁘당
사진을 위해 다른 재료들도 컵에 담아 찍은 사진들. 아이 이쁘다...
집에서 직접 만든 글루바인도 대성공!!!!!!!!!!!!!!!!!!!!!!!!!!!!!! 꺅꺅꺅
지금도 홀짝거리고 있는데 너무 맛있다. 이런게 일상 속 작은 행복이고 즐거움인거 아니겠어?
'홈베이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콤한 휴식 (0) | 2012.04.09 |
---|---|
시험기간에는 홍콩커피! (0) | 2011.12.08 |
주말 동안 점심 (0) | 2011.11.07 |
금요일 금요일 밤에 (0) | 2011.10.31 |
블루베리 머핀 (1) | 2010.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