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연습한다고 새벽까지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두시간밖에 자지 못했더니 상당히 피곤하다.
그리고 지금은 또 렉쳐타임.
몰래몰래 졸면서 눈을 붙이고 싶지만
강의실 곳곳에 서서 두더지잡기 놀이를 하듯 조는 학생들을 귀신같이 잡아내는 선배님들로 인하여 fail....
수업은 도저히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고 어떻게든 꺠어는 있어야 하고....
그래서 또 이렇게 나의 대나무숲 블로그에 들어오게 되었다 뿅.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연수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연수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몇몇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을것이다.
뭐, 물론 연수의 모든 것이 싫다는 것이 아니다.
일부 교육과정은 정말 유익했고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프로그램 내용을 떠나
다른 사람과 팀으로 일할 때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가장 많이 배운 것 같다.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기존에 파악하고 있던 내 특성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된 느낌이다.
결정적으로 이곳에서 한 가지 테스트를 했는데, 그 테스트 결과가 정말 나와 일치해서 깜놀.
지금까지 적성검사며 mbti며 각종 테스트를 해보았었지만
마치 혈액형별 성격 분류처럼 이건 맞고 저건 아니고의 식이어서 그냥 참고만 했었는데
이건 정말 하나하나가 나랑 똑같았다. '당신은 나인가요' 싶을 정도로 말이지.
그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지금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다음에 적기로 하고 -
나의 능력 하나에 보다 확신을 가지게 된 것도 있다. 발표능력.
적당히 청중들에게 웃음을 주면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중요한 부분을 적절히 강조하여
사람들이 더욱 집중하며 들을 수 있도록 발표한다는 평가를
선배님들과 팀사람들, 그리고 다른 팀 사람들 모두에게서 들은 것이다.
솔직히 이런 평가가 아직은 어색하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어서.
대학교 2학년, 경영학원론 수업때 나는 200명의 수강생을 앞에 두고 최악의 발표를 한 적도 있다.
대학교 3학년때 경제학부 학술동아리를 하면서 발표를 좀 더 하게 되었지만,
그때는 극과 극이 심했다. 잘했을 때에는 모두의 찬사를 받았고, 못했을 때는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였고.
그리고 나와 친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가 평소 수다를 떨거나 사적으로 이야기를 할때 할 말만 착착 하는 사람인 것도 아니다.
이야기를 하다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고 의식의 흐름을 따르기도 하고 했던 말을 또 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다가 2010년부터는 발표를 잘 하는 아이로 평가받았던 것 같다.
정확한 계기는 모르겠다.
굳이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나이를 먹을수록 짬도 차고 잡지식 및 전공에 대한 지식도 조금씩 늘어서
내가 발표하고자 하는 내용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말고...
그리고 연수원 내에서의 이러한 평가엔 내 영어발음도 한 몫 했다.
영어의 절대적 실력은 한참 바닥이어도 억양 및 발음만큼은 모두에게서 인정받아 왔으니까.
이게 앞으로 직업상 발표를, 그것도 영어로 해야 할 일이 많은 내게는 나름 축복받은 능력인 것 같다.
물론 내 발음급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지금의 한없이 딸리는 영어를 업그레이드 시킬 필요가...ㅜㅜ
예전에는 내 실제의 능력보다도 겉으로 보여지는 능력이 더 높게 평가되는 것이 부담스럽고 쪽팔리기까지 했는데.
속은 텅텅 빈 껍질뿐인 것 같아서 싫었는데,
빈 수레의 요란함을 가진 것 이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능력으로 포장하여 긍정할 수 있게 되었달까....나.
자 그럼 이렇게 훈훈한 이야기에서 다시 연수를 까는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면....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다른 회사들에 비하면야 생각보다 militant하지는 않고, 교육 자체도 더욱 체계적인 편이지만 ....
아 그럼 불평을 하면 안되는 건가....
일차적으로는 집에 가지 못하고 주어진 시간표를 모두 소화하며 이곳에서만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싫다.
3주라는 시간동안 햇빛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건물 안에서만 24시간 생활을 하니 더욱 힘이 나지 않는 것 같달까.
하루 일과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게 아니라 같은 건물 안의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독립적인 공간에서 나 혼자 하루 삼십분이라도 음악듣고 신문 읽으며 쉬어주고 싶은데 그게 불가능한 연수원 생활패턴이 싫다.
이 일차적인 이유들이야 연수원의 특성으로 인한 것이 크니 앞으로는 시달리지 않아도 될 요소들.
출퇴근하면 아무리 잠을 적게 자고 하루의 대부분을 건물 안에서 보내게 된다고 하더라도 집에 가서 쉬기는 하니까 말이다.
출퇴근 길에 컴컴한 하늘이라도 바라보며 바깥공기 마실 수도 있고. 하...하루만 더참자......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일 싫은 것은 내 기준으로 '쓰잘데기 없는 삽질'을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것.
굳이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될 것들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은 것.
특히 노래와 춤(따위)때문에 하루 두세시간 겨우 자며 연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제일 받아들이기 힘들다.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으니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의지도 없이 굉장히 수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뭐 이딴 거에 열을 올리는 건지 모르겠어' 식의 생각이 자꾸 들고 ㅋㅋㅋㅋ
문제는 이렇게 집단생활에서 오는 '삽질'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겪을 일이라는 것이다.
춤과 노래는 아니겠지만.... 개인에 앞서 집단의 일원으로 생활하기 위해 내가 감내해야 할 불합리함과 불필요함이 많겠지.
그 삽질들도 다 뜻이 있으니 시키는 거겠지, 하며 긍정하는 태도가 필요한데,
힘들어도 그냥 능청스럽게 웃어넘기는 태도가 필요한데 .........
이건 앞으로도 더욱 고민해보고 개선해 보아야 할 문제겠지.
그리고 진리의 팀바이팀이라고 내가 속한 팀이 내 기대치보다 더 합리적일 수도 있고 ㅎㅎ
너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ㅎㅎ
그냥........ 당장은 지금 이곳에서 이렇게 삽질하는게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싫다
ㅇㅁㄴ라ㅓ피ㅏㅁ너래ㅔㅂㅈㄷㄻㄴ히머훔ㄴㅍ
.......
그래도, 내일이면 드디어 해방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대망의 졸업식!
태풍때문에 졸업식날 비가 오려나.. 그러면 정말 슬플 것 같은데 ㅠ 제발 비야비야 오지 말아주세요
내가 비를 얼마나 싫어하는데 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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