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도쿄 여행기를 다 끝내지도 못했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라 여행기는 잠시 접어두고 딴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
내가 일본에 도착한 게 올해 1월 28일. 어제가 2월 28일. 그리고 오늘은 3월 1일.
그렇다. 드디어 내가 일본에 온 지도 벌써 한달이 되었다(!)
첫 한 주는 한국에서 온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정신없이 돌아다니느라 정신없었고,
그 다음주는 어학원 수업에 적응하느라 쌩 지나가고,
또 그 다음주부터는 (완전 더러워서 나를 우렁각시노릇 하게 했던....) 룸메가 이사하고 나가면서 혼자 생활하는 것에, 그리고 테더링으로 인터넷 하는 것에 익숙해져 가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한 달 전에 신청했었던 외국인 등록증이 나왔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뿌옇게 처리해 놓긴 했지만, 여권정보를 제외하고는 내 지인이라면 쉽게 알 수 있을 법한 정보들 뿐이다. 한자이름, 체류명분(당연히도 나 같은 경우엔 '유학'이다), 출생지('서울시'까지야 그렇다치고 '00구'에서 태어났는지도 적어야 한다... 독해), 한국 현 주소(천안 집 주소가 적혀있음), 현재 일본에서의 주소(싸이월드 일기장에 공지사항으로 적어둔.... 편지 써주세요 하하) 정도가 전부. 의외로 싱겁다고나(?) 할까.
요리조리 돌려보면 홀로그램이 보인다. 그 수많은 홀로그램 중 Ministry of Justice Japan이라고 적혀 있는 부분이 나오게 찍어본 것.
솔직히 이 등록증이 발급되기 전에도 신청 증명서만 있으면 은행구좌도 개설할 수 있고, 핸드폰도 만들 수 있다. 한 마디로, 별로 못할 것은 없다. 오히려 이것 보다도 인감의 필요성이 더 절대적이랄까. 하지만, 행동의 범위는 전혀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내 손에 들어오니 기분이 색다르다. 이젠 더 이상 지갑에도 들어가지 않는 여권을 매번 가방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 다녀야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것, 앞으로는 한국 정부에서 발행한 여권이라는 신분증 이전에 일본 정부가 발행한 신분증을 제시하게 되었다는 것은 외국 생활에 있어 확실히 큰 변화이다. 이 조그만 플라스틱 카드 하나가, 이제서야 본격적인 일본생활이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지난 한 달이란 시간 동안, 나는 확실히 이 곳 생활에 많이 적응했다.
처음엔 가장 가까운 슈퍼가 어딘지도 모르고 편의점에서 급한 것만 사오던 내가, 이제는 동네 이마트 같은 대형 할인매장의 포인트 카드도 만들고, 제일 싸게 음식이나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재래시장, 도매점, 대형할인매장 여러 곳을 돌며 가격을 비교하게 되었다.
가게 점원이 구사하는 경어를 알아듣느라 조금 버벅댔던 내가 이젠 다시 한 번 말해달라는 부탁 없이도 단번에 알아듣는다. 이젠 뭐는 조금만 넣고 뭐는 더 많이 넣어달라는 등 구체적인 요구사항까지 말하면서 대응한다.
처음 친구들이 왔을 땐 길도 잘 몰라서 제대로 안내도 해 주지 못했던 내가, 지금은 집에서 걸어서 3-40분 걸리는 구역까지는 굳이 지도 없이도 전부 잘 찾아서 다닐 수 있다.
사용하던 아이폰이 잠깐 버벅대어도, 별로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위치를 알아놓은 근처 애플 서비스 센터에 가서 담당 직원에게 일본어로 현재 내 아이폰 상태를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대게 싱겁게 해결되는 것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달 전에는 완전 빠르게 지나가서 도통 알아먹을 수 없던 서비스센터 전화의 자동안내음성도, 100%까진 아니어도 필요한 내용은 웬만하면 다 알아듣고 버튼을 눌러 담당 직원과 쉽게 연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담당 직원에게 내가 원하는 상품을 제법 능숙하게 주문하고, 주문 시 필요한 정보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한 달 전과는 다르다. 물론 아직도 일본어는 중급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읽고 듣는 것에 비해 말하기가 한없이 뒤쳐져서 답답할 때가 많다. 그리고 지금도 전문적인 일을 처리해야 할 때 조금도 겁이 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발전은 있었다. 이대로라면 돌아갈 때 즈음에는 얼마나 더 발전해 있을까 싶어 두근거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식 교환학생 생활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어학원을 다니며 혼자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에, 진심으로 또 한 번 감사하게 되었다. 그냥 교환학생 시작될 4월에 왔다면, 외국인 등록증 신청이나 보험같이 귀찮은 것들은 학교 측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편하고 간단하긴 했겠지. 하지만 내가 직접 부딪혀 가며 조금이라도 더 일본어를 써먹어가며 일을 처리해 볼 기회는 확실히 줄었을 것이다.
이제껏 그 속도가 느려 눈치채지 못했던 내 안의 변화들을, 그리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기회의 소중함을 저 플라스틱 등록증 하나 때문에 새롭게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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