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내내 이 곳 오사카는 영상 14도까지 올라가면서 완전 따뜻했었다. 토요일 늦은 아침, 손빨래를 하고 나서 빨래를 말리느라 창가쪽에 가 있는데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어찌나 기분좋게 온몸을 휘감던지. 집에만 있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날씨여서 옷도 평소보다 얇게 입고 얼굴엔 간만에 화장까지 하고, 거기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외출을 감행했다. 기왕이면 좀 먼 곳 까지 걸어가볼까 싶어서 堀江지역까지 걸어가보기로 결정.
호리에 지역은 서울로 치면 가로수길 느낌이라고나 할까? 센스있는 셀렉트 숍들과 감성적인 카페들이 모여 있는 한적한 곳이다. 가로수길처럼 흰색으로 외벽을 칠하거나 큰 유리창을 강조한 가게의 비중이 유난히 높기도 하고. 바로 옆 아메무라가 좀 더 북적거리고 홍대느낌이라면 호리에는 정말 조용하고 차분한 곳이다. 곳곳에 있는 공원에 가득 우거진 나무들이 그런 분위기를 한층 더 강화시킨다.
그 호리에 지역에 있는 여러 카페들 중에서도 내가 이 날 찾아가서 먹어보기로 결정한 것은 그 유명한 도지마 롤케익. 윙버스에서도 완전 핫이슈이고 평점도 높길래 그간 계속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멀어서 실천을 하지 못했었던 화제의 롤케익. 근데 마침 아이폰 맵으로 검색해 본 결과 호리에 지역에 분점이 하나 있다고 하니 구미가 당긴 것이다.
우메다쪽 백화점 식품 매장에서는 이 롤을 사기 위해 번호표까지 뽑아가며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데, 이 곳은 동네 분위기와 같이 조용했다. 그렇다고 사람이 아예 없었단 것은 아니고, 왔다갔다 하며 사가는 사람은 많았지만 시끄럽거나 정신없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이야기.
원래는 롤케익을 반쪽만 사서 먹고 가려고 했었는데, 이 매장에서는 반쪽만 잘라서는 팔지 않는댄다. 어이쿠야. 하는 수 없이 한개를 다 구입하는 대신 반으로 잘라 한쪽은 먹고가고, 남은 반쪽은 나갈 때 포장해 달라고 말했다. 롤케익 하나만 먹으면 목이 메일 것 같아서 커피도 주문. 날씨 풀린 기념으로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커피를 '아이스'로 주문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내 롤케익과 아이스커피.
일반 롤케익과 달리 크림이 거의 8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롤케익. 저렇게 크림덩어리인데 느끼해서 어떻게 먹어? 라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 먹어보면 정말 그렇지 않다! 크림이 전혀 느끼하거나 지나치게 달지 않고 산뜻해서 계속 먹어도 질리거나 물리지 않는 맛. 빵 자체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맛인데 크림이 정말 감동이다. 크림만 팔면 하나 사다 아침에 식빵에 실컷 발라먹고 싶을 정도. 밥까지 먹고 나왔는데도 저 롤케익이 뱃속으로 그냥 다 들어갔다(.....)
혼자 지내다 보니 어디 좋은 곳엘 찾아가도 사진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서, 타이머 설정해 두고 찍은 사진들. (머리는 도대체 언제 자라는 걸까?)
롤케익과 아이스커피, 자연광과 함께하며 술술 읽어내려간 김연수 여행 산문집, '여행할 권리.' 벌써 두번째로 읽고 있는 책. 지난번 방콕&라오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도톨에게 선물받은 책이다. 하지만 정작 여행하는 와중엔 시간도 없고 피곤했을 뿐더러, 조금이라도 책 볼 시간이 있을 땐 영문판 론리에서 라오스 관련 역사나 문화 등의 설명을 열심히 읽느라 한챕터 정도밖에 읽지 못했었다. 그랬던 책을 일본에 함께 가져와서 혼자 있는 시간도 많겠다, 한글로 된 책도 고프겠다 싶어서 다시 제대로 잡고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좋은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김연수의 소설들보다도 더 좋다. 가상의 인물이 아닌 김연수 본인이 화자가 되어, 직접 곳곳을 여행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찾아간 장소, 들은 이야기등을 그만의 문체로 풀어나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누구나 찾아갈 수 있을 장소들에서 그는 그만이 생각해 낼 법한, 그러면서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법한 것들까지 끄집어낸다. 김연수 특징상 그 끄집어내는 이야기들이 쉽지많은 않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줘서 술술 단숨에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서도.
롤케익을 다 먹고도 책을 붙잡고 한 두어시간 정도 카페의 창가 자리에서 죽치고 있다가, 나중에 계산하고 남은 롤케익 반쪽을 찾으면서 쇼케이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근데 흔쾌히 오케이. 일본사람들 이런 데 은근 민감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잘 되었다. 신나서 카메라를 들고 맛있어 보이는 케익들을 감히 다 사서 먹진 못하고.... 아쉬운대로 사진으로 담아왔다.
역시 생크림 케익 위에는 딸기.
배고픈 시간에 포스팅 하면서 다시 사진으로 보니 배고파지려고 한다.... 이럼 안되는데.
위에 뿌려진 핑크빛 가루가 너무 예쁜 타르트.
그렇게 포장해서 가지고 온 남은 반쪽은 다음날인 일요일, 오늘, 아침으로 먹었다. 카카오 함량을 2배로 높인 버전의 모리나가 핫초코도 한 잔 따끈하게 타서.
아침에 다시 먹어도, 따뜻한 색감의 아기자기한 카페에서 먹지 않아도 여전히 맛있었던 롤케익. 초코맛도 있던데 담번엔 그걸 사먹어볼까... 오사카에 있을 날도 이제 한달 정도밖에 남질 않았는데 있는 동안 좀 더 사먹어 봐야지. 하지만 걸어서 3-40분, 왕복으론 한시간 반정도의 거리라 과연 남은 한 달 동안 얼마나 더 가서 사서 먹을지는 의문이다. 하하.
그래도 모처럼 날씨 풀린 날에, 나름 곱게 하고서 외출해서는 맛있는 롤케익도 먹고, 기분전환 제대로 했던 날. 혼자서도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들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나 가치관, 음악, 영화 관련 포스팅도 하고 싶은데, 아직 교토여행기도 끝내지 못했고 올려야 할 사진이 너무 많아서 그러질 못하겠다. 좀 더 차근차근 적어나가야지.
호리에 지역은 서울로 치면 가로수길 느낌이라고나 할까? 센스있는 셀렉트 숍들과 감성적인 카페들이 모여 있는 한적한 곳이다. 가로수길처럼 흰색으로 외벽을 칠하거나 큰 유리창을 강조한 가게의 비중이 유난히 높기도 하고. 바로 옆 아메무라가 좀 더 북적거리고 홍대느낌이라면 호리에는 정말 조용하고 차분한 곳이다. 곳곳에 있는 공원에 가득 우거진 나무들이 그런 분위기를 한층 더 강화시킨다.
그 호리에 지역에 있는 여러 카페들 중에서도 내가 이 날 찾아가서 먹어보기로 결정한 것은 그 유명한 도지마 롤케익. 윙버스에서도 완전 핫이슈이고 평점도 높길래 그간 계속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멀어서 실천을 하지 못했었던 화제의 롤케익. 근데 마침 아이폰 맵으로 검색해 본 결과 호리에 지역에 분점이 하나 있다고 하니 구미가 당긴 것이다.
우메다쪽 백화점 식품 매장에서는 이 롤을 사기 위해 번호표까지 뽑아가며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데, 이 곳은 동네 분위기와 같이 조용했다. 그렇다고 사람이 아예 없었단 것은 아니고, 왔다갔다 하며 사가는 사람은 많았지만 시끄럽거나 정신없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이야기.
원래는 롤케익을 반쪽만 사서 먹고 가려고 했었는데, 이 매장에서는 반쪽만 잘라서는 팔지 않는댄다. 어이쿠야. 하는 수 없이 한개를 다 구입하는 대신 반으로 잘라 한쪽은 먹고가고, 남은 반쪽은 나갈 때 포장해 달라고 말했다. 롤케익 하나만 먹으면 목이 메일 것 같아서 커피도 주문. 날씨 풀린 기념으로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커피를 '아이스'로 주문했다.
롤케익을 다 먹고도 책을 붙잡고 한 두어시간 정도 카페의 창가 자리에서 죽치고 있다가, 나중에 계산하고 남은 롤케익 반쪽을 찾으면서 쇼케이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근데 흔쾌히 오케이. 일본사람들 이런 데 은근 민감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잘 되었다. 신나서 카메라를 들고 맛있어 보이는 케익들을 감히 다 사서 먹진 못하고.... 아쉬운대로 사진으로 담아왔다.
그렇게 포장해서 가지고 온 남은 반쪽은 다음날인 일요일, 오늘, 아침으로 먹었다. 카카오 함량을 2배로 높인 버전의 모리나가 핫초코도 한 잔 따끈하게 타서.
그래도 모처럼 날씨 풀린 날에, 나름 곱게 하고서 외출해서는 맛있는 롤케익도 먹고, 기분전환 제대로 했던 날. 혼자서도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들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나 가치관, 음악, 영화 관련 포스팅도 하고 싶은데, 아직 교토여행기도 끝내지 못했고 올려야 할 사진이 너무 많아서 그러질 못하겠다. 좀 더 차근차근 적어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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