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2012. 9. 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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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알람 없이 눈을 뜨고

전기포트에 물을 보글보글 끓여

크림티 블렌드를 4분간 진하게 우려낸뒤 취향껏 우유를 부어 만든 밀크티로 속을 달래는 아침

 

바깥 세상은 비에 젖어 차분하고

하늘엔 구름이 가득해

동향인 내 방 안에는 이시간까지도 아늑한 어둠이 내려앉아있다. 좋구나.

 

모처럼 기타를 꺼내들어 늘 중간까지 치다 말아버리는 곡들을 연주하는데 소리 울림이 좋다

좁은 자취방에서 함께 흥얼거릴 수 있는 기타란 악기는 참 매력적이다

수년간 피아노를 배우며 아쉬웠던 것이 휴대성인데 기타가 그 오랜 목마름을 대신 해결해 주었다

내 컬러링에도 있는 signe부터 블랙버드 등등

나 하나뿐인 이 외로운 공간에 좋아하는 소리가 차오른다

 

 

 

정신없었던 첫주가 지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주말

요일이 지날수록 누적되었던 피로

그리고 목요일 아침부터 주말효과로 서서히 올라가던 기분곡선

 

아직까지는 선배들 눈치 보지 않고 동기들끼리 교육받으며 지내는 기간이라 지치더라도 마음은 편하다

생각보다는 괜찮은 사람들도 꽤 있어서 다행이고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다행이다.

뭔가 이 안에서도 서로 의지하고픈 사람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나 역시 더 노력해야지

 

부서배치 받기 전 지금 생활은 살짝 고등학교 느낌도 난다.

규칙적인 일과, 한 교육실 안에서의 생활, 인터넷 강의까지.

매일매일 공부해야 할 것들이 수북히 늘어만 가지만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긴장감이 들지만

그래도 눈앞에 이루고픈 목표가, 해내야할 과제가 주어져서 좋다.

 

그 어느 것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없을

수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며 공부하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몇번씩이고 눈앞이 컴컴해지고 숨이 턱하고 막혔었는데

지금은 각 주마다 과제가 던져지고 2달 뒤 시험이란 목표가 주어지니까

까짓거 뭐, 조금만 참고 달려가보지 싶다

 

지난 5일동안의 나는 

정신력으로 버티며 단 한번도 졸지 않고 열심히 교육을 받았고

매일매일 3개국어로 신문 읽고 뉴스클립 두세개씩은 꼭 보아주었고

출퇴근길에는 지하철 구석탱이에 기대어 서서 책도 꾸준히 읽어주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아주 사소한 목표를 세우며

그 자그마한 성과에 혼자 뿌듯해할 수 있었던 지난 한주가 난 꽤 만족스럽다

이런 초심을 쭉 이어나갈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지

 

적어도 당장 두달은 다른 걱정 없이 단기적 목표를 향해 가면 된다. 아유 마음이 편하네.

지금 읽는 책에서도 그런 말을 하지 않던가

'Our main business is not to see what lies dimly at a distance, but to do what lies clearly at hand.'

당분간 이렇게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더 큰그림도 눈에 보이는 때가 오겠지.

미리 겁먹고 불안과 걱정으로 스스로를 좀먹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교육기간... 두번다시 오지 않을테니까 즐겨야지

그룹연수처럼 이상한 춤추고 이상한 노래부르지 않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을 남의 돈으로 배울 수 있는 지금은 정말 행복한 시간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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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