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매일을 구경하는 데 쓰고 있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눈에 담고 가고 싶어서 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을 기점으로는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오사카가 딱히 볼거리가 넘쳐나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볼 만한 것은 최대한 다 보고 싶었다. 그 볼만한 것들 중에 뭐가 있나 싶어 예전에 간사이 쓰루패스를 구입할 때 받았던 소책자에 나와 있는 리스트들을 훑어 보았다. 그 중에 색다르다 싶어 눈에 들어온 것이 '시바 료타로 기념관'이다. 오사카의 중심부에서 가깝지 않은 데다 주변에 다른 어트랙션도 없는 곳이라 거의 대부분의 외국 여행객은 방문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 전권을 꽤나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선명했고, 무엇보다도 기념관이 세계적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끌렸기 때문에 가 보기로 결심했다. 이 날 츠루하시 역 부근에서 밥을 먹고, 다음 역까지 소화도 시킬 겸 느긋하게 걸어갔다가 그 역에서부터 킨테츠를 타고 야에노사토 역에서 내렸다.
날씨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좋았다. 저 푸른 하늘을 보라!
츠루하시 역에서 이마자토 역까지 걸어가는 길. 킨테츠가 지나가는 곳을 따라 난 길을 쭉 걸었다.
저 주황색 열차가 킨테츠 열차.
드디어 야에노사토 역에 도착. 하나뿐인 출구에서 나오면 바닥에 시바 료타로 기념관 가는 방면이 표시되어 있다.
기념관까지 걸어가는 길. 한적하고 평화로운 동네가 펼쳐진다. 길가엔 벌써 노란 꽃이 활짝.
이렇게 학교도 있고
저 너머 보이는 흰색 건물이 학교건물.
드디어 시바 료타로 기념관에 도착! 앞을 지키고 있던 아저씨가 대문 옆 기둥에 붙어 있는 명패의 글씨가 작가의 글씨체라며 소개를 해 주었다. 그래서 사진 찰칵.
참 개성있는 글씨체. 하지만 나같은 외국어 공부자에겐 참으로 알아보기 힘든 글씨체..... 제발 저런 글씨체로 메뉴판좀 작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부 가게들 하하.들어가기 전에 대문 옆에 있는 자판기에서 티켓을 끊어야 한다. 다른 곳들은 대학생까진 할인혜택 많이 주던데 여긴 대학생부터는 얄짤없이 성인요금 적용이다. 500엔. 비싸다.....
티켓을 사고 나서 뒤를 돌면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진다.
아직 나뭇가지들은 꽤나 앙상하지만, 몇몇 꽃들은 벌써 피어서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날씨도 좋은데 기념촬영. 아 빨리 머리가 길었으면 좋겠다 -
그럼 정원의 꽃들을 감상해보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도록 할까나
저 뒷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기념관!
노오란 꽃도 있고
보라색 꽃도 있고 (얘가 팬지였던가?)
동백꽃도 있고,
아직 활짝 피지 않은, 봄을 약속하고 있는 분홍빛 꽃망울도 나뭇가지 끝을 장식하고 있더라-
그럼 이젠 기념관 쪽으로-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을 감상하시라!
아치 형태의 기념관. 우아한 곡선을 뽐내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외벽과 유리창 너머 보이는 정원과 파란 하늘, 그리고 원만하고 둥근 아치형 구조가 자연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주었다.
꽃을 이렇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놓아둔 것도 센스! 완전 마음에 들었다.
내부는 안타깝게도 사진 촬영 금지라 찍은 사진이 없다. 대신에 입장할 때 받은 팜플렛에 나와 있던 사진을 확대해서 올려본다.
바로 이런 서재가 있다! 여러 층에 걸쳐 책이 가득한 환상적인 서재가! 유리창 가득히 쏟아지는 빛,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의 원목 책장과 테이블, 책장 양옆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단까지! 정말 내가 꿈꾸던 서재의 이미지였다. 꿈이 구체화되어 있는 것을 목격한 순간. 영화 <인셉션>에서처럼 내가 직접 꿈을 디자인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실제로 보면 훨씬 더 근사하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 구경하고 있는데 전시실을 지키고 있던 할아버지가 위의 사진상에서의 왼쪽 긴 책장과 바깥 유리창 사이의 공간에서 천장을 들여다 보라고 했다. 보니까 이상한 얼룩 같은 것이 있었다. 근데 보니까 전시실에 있던 사카모토 료마의 사진과 좀 닮아 있더라. 사진을 보고 봐서 그런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라고 했다. 그냥 흔한 얼룩에서 사람의 형태를 찾는 것이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믿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사카모토 료마에 대한 대작을 집필한 작가의 기념관엔 참 적합하지 않은가!
할아버지 덕분에 하마터면 못보고 지나칠 뻔한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흐흐.
그 외 전시실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출판된 작가의 책들과 원고지, 안경 등이 전시되어 있었고, 작은 홀에서는 작가에 대한 영상을 틀어주고 있었다. 볼거리가 풍부하진 않았지만 나는 꿈꿔오던 서재가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으므로 만족했다.
기념관에서 나온 뒤, 건물 외관을 좀 더 제대로 카메라에 담기 위해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주차장 쪽에나 가야 이렇게 외관을 좀 더 제대로 눈에 담을 수 있다.
유리창 가득 하늘이 담겨있는 모습.
앙상한 나뭇가지에게 고맙기도 했다. 만약 나뭇잎이 잔뜩 매달려 있었으면 건물이 가려져 아치형의 형태를 제대로 보지 못했을 테니까!
다시 역까지 돌아가는 길. 길가에 이런 붉은 꽃이 피어 있었다.
클로즈업해서 찍은 사진. 정말 봄이 오는구나 싶다 :)
마지막으로 야에노사토 역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 안전문 같은 것 없이 바로 눈 앞에 역 밖의 풍경이 펼쳐진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색색의 꽃을 피워내고 있던 정원과,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유리창 가득 하늘을 담고 있던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수많은 사료들, 그리고 그저 최고였던 서재의 모습. 약간의 귀찮음을 무릅쓰고 방문하길 참 잘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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