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펜터즈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한다. <Top of the world> 등을 비롯해서 명곡들이 참 많다. 그 중 이 노래는 아직 추억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잡히기 이전의 내게 '향수'라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조금이나마 전달해주었던 노래. 노래도, 목소리도 너무 좋다. 근데 누군가가가 카펜터즈의 노래를 듣는다니까 보컬이 거식증으로 죽었다고 말해주었던 기억이... 당시의 나는 거식증이 뭔지 몰라 의미를 찾아봤었는데, 알게되고 나선 경악을 금치못했다. 그 이후론 카펜터즈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뒤에 유령이 있을 것 같았던...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여웠지.
<러브스토리 인 맨하탄>이란 영화의 주제가였지. 우리나라에선 제목이 좀 다르게 번역되었던 것 같은데. 우울했을 때 들었던 음악이어서 그럴까, 아니면 노래의 선율이 젖어드는 성격의 것이어서 그럴까. 한 때 이 노래만 들으면 그 해의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오면서 그리움에 글썽거렸었다.
너바나를 처음 알게 된 건 고 1때 바로 이 노래, <Lithium>을 통해서이다. 친구의 엠피쓰리를 통해서 들었는데, 한번에 바로 가사도 콕콕 박히고, 이유는 모르겠는데 다 듣고나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남이 볼까봐 얼른 훔쳐냈지만, 암튼. 내가 그의 존재를 알기도 전에 커트는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가 죽어서 이미 세상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나를 더 강하게 끌어당겼었던 것 같다. 이 노래를 계기로 너바나를 만난 이후 정말 '씨디가 닳도록' 열심히 들었었다. 그들의 노래를 통해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시절을 추억하게 되는 경험을 했다. 또 어떤 의미에선 감수성 풍부한 고등학교 시절과 가장 잘 맞닿아있는 노래들이란 생각이 든다.
라이브가 별로여서 그냥 가사 띄워주는 버전으로 올리는 동영상(이라고 쓰고 음원이라고 읽는). lostprophets를 알게 된 건 고 2때이다. 노래 좋은 거 많은데 생각보다 큰 주목은 받지 못한 밴드인듯. 노래들 중에서도 'I don't know'를 정말 좋아했다. 특히 'I don't know where to go, I don't know what to be I don't know how to change from being me' 부분이 귓가에 어찌나 콕콕 박히던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나는 지금보다 세상을 더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의 왜곡이었던 것 같다. 그 해 내내 매일 학교 가는 길에 들어주지 않으면 이상한 하루가 될 것 같았던, 그래서 꼭 들어주었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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