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우리학교 축제 때 이 영화 받아놨다고 말하니까 사람들이 잘못 알아듣고는
'잉여'의 집으로 오세요- 라고 했던 영화. 잉여가 아니라 '인형' 맞다. (ㅋㅋ)
계량시험도 (구리구리하게라도) 끝냈겠다, 다음 시험은 다음주 화요일에나 있겠다,
오늘은 좀 놀아줘도 되겠다 싶어 저녁도 안먹고 집에 돌아와서는 '잉여짓' 하다 본 영화.
제목은 참 귀엽고 샤방샤방. 하지만 내용들은 그냥 꿀떡 삼키기엔 너무나도 불편한 영화.
이 영화 역시 아픈 성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못생겼기 때문에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사랑받지 못하고 왕따당하는 돈.
영화 제목인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영화 중간에 나오는 노래에서도 계속 반복된다.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오세요 라고.
그렇게 관객들은 인형의 집으로 초대된다. 돈과는 달리 너무 예쁘게 생겨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미시가 투투를 입고 춤을 추는, '제목 그대로' 미시가 예뻐하는 진짜 인형들이 놓인 분홍벽지의 방이 있는, 일반 사람들이 입는 옷같지 않고 그야말로 인형옷같은 돈의 의상들을 볼 수 있는_
하지만 그렇게 초대되어서 간 인형의 집은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우선 그 인형의 집에는 자신의 딸이 왕따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무관심으로 응하며, 예쁘게 생긴 딸만 귀여워하고 돈은 차별하는 부모가 있다.
자신의 모든 행동을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것으로 맞추는, 그저 입시에서 성공하기 위한 듯한 삶을 살고 있는 오빠도 있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돈을 괴롭히는 데 일조하는 미시도 있다. 학교에는 어떠한 상황인지 제대로 파악해보려 하지도 않고 돈에게만 잘못을 뒤집어씌우고 비난하는 학교 선생님들과 못생겼다고 돈을 욕하고 놀리는 아이들 뿐.영화 속에는 그렇게 인간미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인형들' 만이 수두룩하다.
- '떠날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깊게 남은 장면이 있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후, 답답하고 짜증나는 마음에 돈은 뛰쳐나간다.
푸른 잔디가 넓게 펼쳐진 대운동장으로, 조금이라도 탁트이는 듯한 기분을 맛보고 싶었겠지_
하지만 그녀는 운동장을 에워싸고 있는 철조망에 가로막혀 그 자리에서 더는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저 철조망에 매달려 푸른 잔디구장을 꿈꾸는 듯한 표졍으로 바라보아야 했을 뿐.
돈은 이러한 상황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은 운동장을 둘러싼 철조망만큼이나 그녀를 가두고 달아나지 못하게 죄어온다.
뉴욕으로 가출을 결심한 브랜든이 돈에게 같이 떠나자고 했을 때, 돈은 그러지 못한다. 그저 유리창 너머 작게 사라지는 브랜든을 허망하게 바라보며 남아야 했을 뿐. 그녀에겐 아직 모든 것이 짜여진 듯한 이 사회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다. 그녀 오빠의 말마따나 더 나을 것이 없는 8학년도, 9학년도 그렇게 이 인형의 집같은 곳에서 보내야 할 뿐. 일탈을 꿈꾸고, 벗어나길 소망하긴 하지만 결국 그녀는 별로 가고 싶지도 않은 field trip이나 묵묵히 따라갈 뿐이다.
'사랑'과 그 외 영화 속 몇몇 상징들에 대해서도 더 언급하고 싶은데, 머릿속으로 정리가 다 되지 않아서 횡설수설... 일단은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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