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09. 8. 30. 09:06
(사진은 2007년 제1회 충무로국제영화제에 자원활동가로서 참여했을 때의 사진. 발대식날... 저 땐 머리가 길었었지)

대학교 새내기였던 2007년. 충무로국제영화제는 내게 있어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그 이전의 나는 나름 영화를 좋아하고, 자주 본다는 아이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예술영화 상영관이 없던 천안에서 내가 접할 수 있었던 영화들은 기껏해야 대중영화들밖에 없었다. 그러다 서울에 와서 본 예술영화라는 새로운 영역은 정말이지 새롭게 눈을 뜬 것과도 같았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증폭되었고, 사춘기때만큼이나 unstable했던 시절의 감성과도 맞물려 시너지효과를 낳았다. 그러다가 부천국제영화제에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기 위해 갔을 때, 나는 곳곳에서 진행을 돕던 자원활동가들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저들은 단순히 영화의 관객으로서가 아니라, 직접 두 팔로 휘젓고 발을 담그며 참여하고 있구나. 나도 해보고 싶어 !
그러다 마침 충무로국제영화제 자원활동가 모집공고를 보게 되었고, 인터넷서류접수, 면접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티켓팀 자원활동가로 뽑히게 되었다.
물론 그 모든 과정이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지하철로 삼십분이 걸리는 곳까지 오고 가는 것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첫 영화제다 보니 시행착오로 인해 매우 불편했던 티켓부스의 구조상 온종일 서있다 보니 두 다리엔 매에 맞은 듯 시퍼런 멍이 들어버렸다. 또 끔찍했던 건 하루가 끝나고 영수증과 현금 정산을 해야 했던 것. 틀리면 그 수많은 걸 다시 세야 하는 거다 !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들도 미화되었을 정도로 내게 충무로의 추억은 소중하게 박혀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라는 문화의 한복판에 설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영화제가 내게 안겨준 것은 사회적 경험이었다. 집이나 학교의 인맥을 벗어나 내가 한 사실상 최초의 사회생활이 아닐까. 보다 큰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영화'라는 공통분모 아래 모여 함께 크나큰 축제의 장을 만들어나간다는 느낌...... 그리고 제 1회였다는 것도 더 큰 의미를 주었다. 앞으로 성장과 변화과정을 흐뭇해하며 지켜볼 것이 생겼으니까. 최초의 순간을 함께한다는 묘한 기분.


그리고 2009년 올해, 나는 관객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올해로 3회차를 맞이하는 충무로국제영화제의 축제의 장은 더 커져있었다. 강북 시내 곳곳을 돌아다닐 때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홍보물과 안내표. 더 다양한 영화들.
내가 본 것은 올해 미국에서 개봉해 인기를 끌었으나 아직 한국엔 소개되지 않은
'Love N Dancing' 이란 스윙댄스 영화였다. 스토리, 작품성 기대없이 스윙댄스 '쇼'를 본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관람했다.

(사진은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영화를 본 곳은 내가 일했던 대한극장에서였다. 뭔가 또 의미부여 고고싱)

더 인지도도 높아지고, 성장한 것 같아 자식이 자라는 걸 보며 흐뭇해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싶을 정도로 찡하고 좋다. 영화제만큼이나 지난 2년동안 나도 더 많은 경험을 하며 자라났다. (아직 그 성장의 방향성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선 확신이 없다마는) 앞으로도 많이 발전했으면 좋겠다. 다음번에도, 또 그 다음번에도 관객으로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덧,
올해는 자원활동가 티가 빨간색이어서 실망... 분홍색이 원래 상징이었는데 말이지.
그리고 ID CARD도 사이즈가 작아져 있어서 신기했다.
Posted by 강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