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09. 4. 4. 17:08

11)상수에 빠져죽으려고 물 안으로 들어갔으나 상류의 취수장이 막혀서 수면이 낮아 죽으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그 때 지나가던 남자와 만나게 되는데, 카메라는 남자를 쳐다보는 마츠코를 하이앵글을 통해, 남자의 모습을 로우앵글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마츠코가 이 새로운 남자를 사랑하게 될 것임을 암시해 준다. 남자를 올려다보는 마츠코의 얼굴을 화사하게 처리된 것도 새로운 사랑에 대한 복선이다.

12)교도소에서의 생활도 호스테스 시절을 보여줄 때와 같이 한 노래에 대한 뮤직비디오인 것처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교도소 안의 사람들이 일어나고 밥을 먹고 다림질을 하는 동작이 정확히 일치하게 함으로써 규칙적이고도 단조로운 교도소에서의 생활을 극단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마츠코 또한 기계적인 삶에 맞춰가면서 점점 희망을 잃어간다. 그러다가 갑자기 교도소에 들어오기 전 사랑했던 남자를 기억해내고는 어둠 속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며 노래를 부른다. 이 때 어둠 속에 있던 마츠코의 얼굴을 다시 화사한 빛을 받은 것처럼 처리됨으로써, 마츠코가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위를 올려다보는 마츠코의 얼굴을 하이앵글로 찍음으로써 마츠코가 다시금 어떠한 ‘목표’를 향해갈 것임을 알려준다.

13)쇼가 있는 죽은 마츠코의 아파트에 형사들이 찾고 있던 사진 속의 남자가 나타난다. 쇼는 이 남자와 대화를 하게 되면서 이름을 묻게 되는데, 남자가 ‘내 이름은-’하고 뜸을 들이는 동안 화면은 과거 뒷골목의 남자를 보여주고, ‘류 요이치입니다’라는 답변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 답변을 듣는 과거의 마츠코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이는 쇼의 질문에 대한 남자의 답변과 과거에 있었던 류와 마츠코의 재회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14)영화에서는 마츠코가 사랑하는 사람만을 바라보고 그 사람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두 번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꾸민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 아름다운 달빛 아래 오솔길을 마츠코가 걷고 있고, 환한 보름달에는 마츠코가 현재 사랑하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드러내는 데 굳이 판타지적인 기법을 활용한 것은, 사랑에 대한 환상과 희망을 끝까지 버리지 못하고 꿈을 꾸는 마츠코의 심정을 효과적으로 나타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5)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교차편집은 교도소에 수감된 류와 류의 출소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마츠코의 모습을 번갈아서 보여주는 장면이다. 류와 마츠코가 독백으로 심정을 말하는 것을 한마디씩 교대로 보여주는데, 두 사람이 말하는 내용이 서로 대조가 되면서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둘 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지만, 마츠코는 류를 기다리는 것을 택하는 반면 류는 마츠코를 떠나는 것이 그녀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결론을 짓는다. 이렇게 같은 화제에 대한 두 사람의 대조되는 결론은 교도소 내부의 어두운 푸른빛과 마츠코가 지내는 방의 따뜻한 분홍빛의 색채대비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또, 교도소 바닥에 앉아 조그마한 창 너머의 달빛을 바라보는 류의 모습을 비춘 다음, 그런 류의 모습이 서서히 페이드아웃 됨과 동시에 둥근 보름달이 페이드인되어 나타난다. 이윽고 그 달도 페이드아웃이 되면서 화면은 역시 창 밖으로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는 마츠코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장소에 있는 두 사람이 같은 달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교차편집과 디졸브를 통해 보여주는 장면인 것이다.

16)류가 출소하는 장면을 보여주기 전에, 카메라는 류에게 건네주려고 마츠코가 준비한 붉은 장미꽃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 다음, 그 꽃다발을 들고 기대하며 류를 기다리는 마츠코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류는 마츠코를 때려눕히고 도망치게 되고, 눈 속에 얼굴이 파묻힌 마츠코는 코피를 흘리고 울먹이며 고개를 든다. 희망과 설레임의 상징이었던 장미꽃의 붉은색이 버림받은 슬픔과 절망감을 드러내는 코피의 붉은색으로 의미가 전환되는 것이다.

17)류가 두번째로 수감되었을 때 신부로부터 성경 구절을 들으며 자기 자산의 경우로 적용시켜 보는 장면 또한 교차편집이 쓰인 곳이다. ‘용서받지 못할 자를 용서하며’라는 문장을 교도소에 곱씹는 것을 보여준 다음에는 자신을 안아주던 과거 마츠코의 모습을 비추고, ‘그리고’ 와 ‘사랑한다’란 구절을 되뇌인 다음 또한 자신에게 헌신적이었던 기억 속 마츠코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렇게 성경구절과 그에 대응하는 마츠코의 모습들을 교차편집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류에게 있어 신은 ‘마츠코’였다는 결론을 쉽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18)형사들과 마주치게 된 류는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마츠코를 죽였다고 주장하면서 시비를 걸고, 형사들과 몸싸움을 벌이게 된다. 물 위에서 시작된 싸움은 허리까지 차는 강 속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물 속에서 계속 벌어지게 된다. 카메라는 클로즈업쇼트를 통해 순간 멍해져서 싸움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류의 얼굴을 보여준 다음, 과거 중학교 시절 류가 강 속에서 싸움 도중 마츠코가 탄 배와 마츠코를 바라보던 장면을 이번에도 똑같이 딥포커스 기법과 뒷모습의 흐릿한 처리로 재현한다. 다만 그것을 바라보는 류의 뒷모습이 중학생 류가 아니라는 것과 마츠코가 탄 배의 모습이 실제가 아닌 환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관객들에게 류가 예나 지금이나 마츠코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과거에 싸움을 멈추고 넋이 나가 마츠코를 바라보다가 공격당했던 어린 시절 류와 같이 지금의 류도 곧 형사들과의 싸움에서 질 것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19)쇼는 강가에서 아버지와의 전화통화로 인해 자신이 과거에 마츠코와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카메라는 마츠코를 만난 적이 있다는 아버지의 말에 놀란 쇼의 얼굴을 클로즈업쇼트를 통해 확실하게 보여주고, 그 다음으로는 쇼의 시선을 따라가며 쇼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강변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마츠코의 뒷모습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쇼는 멍하니 서서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서히 마츠코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드디어 인기척을 느낀 마츠코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녀 뒤에 서 있는 사람은 현재의 쇼가 아닌, 어린 시절의 쇼다. 즉, 이 장면은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 - 과거의 마츠코와 현재의 쇼가 같은 장소에 있는 것 -을 통해 쇼가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어 주고 있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쇼와 마츠코가 실제로 만났었던 과거의 장면으로 시간전환을 하는 것이다.

20)자신의 고향에 있던 강과 비슷한 강이 있는 곳에 무작정 내려 정착한 마츠코가 ‘이제 아무도 믿지 않아’라며 석양의 노란 꽃밭을 가로지르는 장면이 나온다. 노란 꽃밭의 이미지는 밝지만, 시간적 배경이 ‘석양’이라는 것에서 이젠 시들해져버리고, 더 이상 사랑에 대한 희망과 환상을 품지 않기로 결심하는 마츠코의 심정을 잘 나타내어 주고 있다. 이것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거는 마츠코가 꽃밭을 ‘절뚝거리면서’ 가로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예전처럼 들떠서 깡충깡충 뛰지 않는 모습은 그녀의 절망감과 포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내어준다. 꽃밭을 가로지르는 것은 동시에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그 바로 다음 장면에 예전의 모습과는 다른 더 초라해진 마츠코가 나타나도 관객이 놀라지 않고 바로 시간이 지난 후의 마츠코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21)히카루 겐지의 답장을 기다리며 마츠코는 봄에 자신의 우편함을 열어본다. 그리고 카메라는 우편함 안에서 우편함 안을 들여다보는 마츠코의 모습을 클로즈업쇼트를 통해 비춤으로써 답장이 없음에 실망했다는 듯 눈꺼풀을 내리는 얼굴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카메라의 위치는 우편함 안에서 우편함 밖으로 다시 이동하여 마츠코가 우편함 안에서 눈을 떼고 다시 우편함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때 배경은 어느새 여름으로 탈바꿈한 상태이다. 편집을 통한 봄→여름의 시간적 도약을 압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오랜 기간동안 답장이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22)마츠코가 죽은 이후 카메라는 들판 위에 널브러져 있는 마츠코의 모습을 비춘 다음, 크레인 쇼트를 통해 서서히 위로 올라가 들판 위의 마츠코가 점점 작게 보이게 한다. 이윽고 카메라는 들판에서 하늘로 시선을 옮기고, 다시 수면으로 내려가 빠르게 수면 위를 움직이면서 마치 배를 타고 물 위를 달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며 많은 거리를 이동한다. 그 다음에는 물가를 익스트림 롱 쇼트를 통해 찍음으로써 그곳이 영화 전체에 걸쳐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던 그 강가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그리고 과거 강가에서 있었던 일을 단편적인 컷을 통해 보여준다. 카메라의 이와 같은 ‘여정’과 같은 이동과 단편적인 컷의 모음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지난 마츠코의 삶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고, 그녀의 삶이 제목처럼 과연 ‘혐오스러운’ 것이었는지 스스로 해답을 내릴 수 있게 한다.

23)마츠코의 삶을 돌이켜보는 시간이 지나고 카메라는 다시 마츠코의 집을 비춘다. 그리고 과거에 그녀가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아야만 했던 빛이 나는 쿠미가 있는 방으로 걸어 올라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때 카메라는 흰 양말을 신고 한 계단씩 오르는 그녀의 발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 한 발에 한 칸씩 오르던 발은 어느새 살짝 작아져 한 발을 먼저 계단에 올리면 나머지 발도 그 계단에 올리는 식으로 깡충깡충 오르는 발로 바뀌어 있다. 그리고 카메라는 다시 그 발의 주인공을 보여주는 데, 이 때의 마츠코는 젊은 시절의 마츠코가 아닌 어린 꼬마 때의 마츠코이다. ‘흰 양말을 신은 발’을 통해서 연결성 있는 화면전환을 한 것이다.


Posted by 강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