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카와지리 마츠코의 시체 발견 소식을 보도하는 신문기사를 비춘 다음, 그 위에 검은 ‘무엇인가가’ 던져지는 모습을 보여주어 잠시 화면 전체를 어둡게 처리한 다음, 죽은 마츠코의 방 안에서 그 기사가 담긴 신문지를 포함한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방 안으로 화면전환을 하고 있다.
2)쇼가 여자친구에게서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 장면에서 ‘앞으로 뭐하고 살 거야?’라는 여자친구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쇼가 직접 그 자리에서 대답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후로 백수로 방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교차편집기법을 통해서 보여준다. ‘과거에’ 헤어지자는 장면에서 이어지는 여자친구의 말을 보여주면서, 교차편집을 통해 헤어진 후 시간이 지난 ‘현재’ 클럽에서 춤추고, AV 비디오가게에서 비디오를 찾는 쇼의 모습을 마치 여자친구의 말에 대한 답변처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즉, ‘헤어지고 나서는 지금은 그냥 춤추고 섹스비디오 보면서 살고 있는’ 쇼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3)벼랑 위에서 물로 몸을 던진 쇼가 가라앉아가는 물 밑에서부터 하이앵글로 햇빛이 물 속을 뚫고 들어오는 수면쪽으로 올라가고, 이윽고 수면을 뚫고 나와 물 밖의 노을빛 하늘을 화면 가득 담는다. 그리고 화면 가득 담긴 하늘을 날고 있는 새들을 보여주고, 그 새들이 무리를 지어서 화면의 오른쪽에서 왼쪽, 반시계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을 비춰준다. 그와 동시에 화면도 반시계방향으로 돌며 그 새들이 날아가는 석양의 강가를 비추면서 자연스럽게 그 강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어린 마츠코에게로 전환된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시, 공간의 화면전환을 하는 것이다. 이 때 쇼트는 강가 전체를 비추는 익스트림 롱 쇼트에서 점점 마츠코라는 인물에게로 클로즈업 되면서, 마지막에는 영화 전체를 통틀어 하나의 장치로 작용하는 마츠코 특유의 표정을 클로즈업 쇼트로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서 마츠코 특유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흑백사진으로 변하는 또 하나의 화면전환이 이루어진다.
4)죽은 마츠코의 아파트 창가에서 형사가 쇼에게 마츠코가 원래는 중학교 음악교사였다고 말해주는 장면에서 과거에 마츠코가 음악교사로 있을 때 불렀던 음악이 작게 배경음악으로 깔리기 시작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과거로 화면전환이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화면은 쇼와 형사가 이야기하고 있는 아파트 건물 전체와 그보다 더 앞에 놓인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 방향으로 기운 빨래걸이용으로 걸린 수평의 나무막대기 두 개를 보여준 후, 디졸브 기법을 통해 서서히 페이드아웃 되어가는 두 개의 나무막대기가 놓여있던 자리를 비슷한 모양의 유리창틀로 바꿈으로써 자연스럽게 과거 마츠코가 있었던 중학교 건물의 유리창을 보여주게 된다.
5)마츠코가 중학교 음악교사로 일하는 시절 강 위에서 배를 타고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모습을 싸움을 하다 말고 바라보는 중학생 시절의 류 요이치의 얼굴을 살짝 클로즈업 쇼트로 보여준 다음, 마츠코가 탄 배 위를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마츠코가 탄 배가 화면 뒤쪽에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류가 화면 앞쪽에 있는 딥포커스 기법을 활용하는 동시에 화면 앞쪽에 있는 류의 모습을 오히려 더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류가 자신이 싸우고 있었다는 것도 잊고 마츠코에게 열중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알려준다. 바로 이어지는 류의 넋이 나간 얼굴의 클로즈업쇼트 또한 류가 마츠코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6)류가 훔친 돈 문제로 일이 꼬이고 꼬여 교감에게 가슴을 보여준 이후 혼자 어두운 연못가에 서 있는 마츠코의 뒤에서 마츠코를 좋아하는 사에키 선생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화면은 소리가 들린 어둠속을 보여주고, 반짝 하는 조그만 불빛이 어둠속에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여준 다음, 사에키 선생님이 씩 하고 웃는 모습을 클로즈쇼트로 보여줌으로써 그 불빛의 정체가 사에키 선생님의 치아가 반짝이는 것이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사에키 선생님을 대표하는 것이 그 반짝이는 치아임을 고려하였을 때, 수치스러운 일을 겪고 곤란한 상황에 처한 마츠코에게 있어 사에키 선생님의 존재와 그와의 사랑이 어둠속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그리고 편집기법을 통해 연못가에서의 사에키 선생님과의 대화 장면과 그 날 있었던 일을 여동생 쿠미에게 이야기해 주는 장면을 비춰줌으로써 사에키 선생과의 일을 관객에게 두 번 들려주는 번거로움 없이 한번에 해결하고 있다.
7)마츠코가 7살 때 병약한 여동생 쿠미를 편애하는 아버지가 집에 돌아온 후 마츠코에게는 가방만을 매정하게 툭 던져주고는 쿠미에게 줄 선물을 들고 쿠미가 있는 방으로 가는 계단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카메라는 계단 아래에 서서 계단을 올라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올려다보는 마츠코를 계단 위에서 하이앵글로 비춤으로써 사랑받지 못하는 마츠코의 처지를 나타내 준다. 그리고 이어서 계단 위를 올라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로우앵글로 비춤으로써 아버지의 애정이 마츠코의 선망의 대상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아버지가 들어가시는 계단 위의 방이 환한 빛으로 처리된 것 또한 이를 부각시켜준다. 하지만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방문을 닫는 모습을 비춘 다음 다시 계단 아래의 실망한 마츠코의 얼굴을 클로즈업쇼트로 보여주고, 방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마츠코의 얼굴이 어둠속에 잠기게 함으로써 아버지의 관심을 받기 힘들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8)아버지가 쿠미에게 남자 이야기를 했다고 화를 내시자 울컥한 마츠코는 ‘밤중에’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뛰쳐나가 사에키 선생님을 만나고,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돈 문제로 인해 사직서를 강요당하고 인생이 끝나버린 것 같은 절박한 심정에서 이번에는 똑같은 길을 ‘대낮에’ 자전거로 달리며 가출을 하게 된다. 똑같은 길이 사랑이라는 희망과 실직과 가출 후 점점 더 망가지는 삶을 향해 가는 길로 그 의미가 극명하게 대조되며, 이는 밤과 낮의 대조를 통해서도 드러나게 된다.
9)세 번째 애인인 오카노에게까지 버림받은 이후 마츠코는 혼자 방에 남겨지게 된다. 이 때 마츠코가 과거에 겪었던 장면들과 마츠코가 ‘왜!’라며 방안에서 절규하는 장면을 교차편집을 통해 번갈아 보여줌과 동시에, 클로즈업쇼트를 통해 마츠코의 얼굴이 망연자실한 표정에서 점점 일그러져 가는 것을 포착함으로써 마츠코의 분노가 점점 표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화면은 터키탕 입구를 비추고, 터키탕 주인 남자가 마츠코에게 ‘왜?’라고 묻는 모습을 보여준다. ‘왜’라는 말을 통해 장소가 방에서 터키탕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것이다. 이어지는 장면은 뮤직비디오 식으로 전개되는데, 마츠코가 초보 호스테스에서 최고가 되기까지의, 점점 더 물들어가는 과정을 짧은 노래 안에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중간에서 마츠코의 호스테스로서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찍은 파트너와의 2인조 서비스 광고가 크고 화려한 칼라로 신문에 실리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몇 장의 컷 이후 다시 신문에 실렸던 광고의 사진을 흑백으로 크게 클로즈업쇼트로 보여준 다음, 그 흑백 사진이 실린 신문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마츠코와 파트너의 2인조 광고는 신문 왼쪽 구석에 흑백으로 초라하게 실려 있는 반면 젊고 새로운 호스테스들의 광고가 오른쪽에 크게 칼라로 실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중에는 ‘능숙한 프로의 시대는 마지막을 고했다’라는 헤드라인을 보여주는데, 이것들은 주제적 몽타주 기법을 통해 시간의 경과와 마츠코의 호스테스로서의 생명이 다해간다는 것을 매우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장치인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것은 호스테스들의 무대 위 공연으로, 마츠코 세대의 호스테스들이 빨간 옷을 입고 무대의 앞줄에서 춤을 추고 있는데, 파란 옷을 입은 젊고 새로운 호스테스들이 앞줄로 나와 마츠코 일동을 무대 뒤로 보내버리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빨간색↔파란색, 한물감↔신선함, 앞↔뒤의 대결구도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한 것이다.
10)마츠코가 다섯 번째 남자인 오노데라를 죽이게 되는 장면에서는, 방은 바닥의 카펫, 발코니, 카펫에 소파까지 전부 푸른색인 반면, 피로 물든 시체와 살인자인 마츠코 본인은 온통 시뻘겋게 비춤으로써 색채대비를 통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살인과 죽음의 상징으로 쓰인 빨간색은 투신자살을 시도했다가 살려고 다시 발코니를 움켜쥔 마츠코의 붉은 손과 그 옆에 피어있는 붉은 장미꽃의 색으로 쓰임으로써 죽음과 동시에 삶, 삶에 남은 미련과 희망을 동시에 상징한다. 그리고 마츠코가 살려고 발코니를 붙잡고 매달려 있는 모습을 아이리스 기법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마츠코의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하는 효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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