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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에타.
영화관 포인트가 쌓여 드디어 평일영화 한편 무료관람권이 생겼을 때.
아니 왜 이런 포인트들은 꼭 주말에는 못쓰게 하는걸까.
9월처럼 교육받으며 나름 여유있을 때가 지나면 평일에 영화를 볼 짬이 내게 있을까.
싶어 충동적으로 그것도 월요일에 예매해서 보게 된 영화.
원래 김기덕 감독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호평받고 있는 '봄 여름...'과 '빈집'은 보지 못했고
두 편 정도를 불쾌감에 보다가 끝내지 못한 기억이 있다.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이야기를 굳이 더욱 비틀고 꼬아서 고통스럽게 보여줘야만 하는걸까.
똑같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할 때
홍상수가 에잇 이놈의 세상, 하며 소주 한 잔을 권하는 느낌이라면
김기덕은 굳이 피를 뿌리고 변태적인 요소를 넣고 험한 말들을 잔뜩 사용하는 느낌이다. 굳이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근데 이번에 피에타가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세계 3대 국제 영화제에서 일등상을 받았단다.
그러니 뭔가 영화팬으로서의 허세가 발동하기 시작한 거지.
내가 싫어하는 감독이지만, 밖에 나가서 그 정도 대접을 받는 영화라는데 영화팬으로서 일단 보긴 해야겠다.
그래서 굳이 싫어하는 감독의 영화를 한 주의 첫날부터 가서 보았던 거다.
영화를 보는 동안 목이 마를까 싶어 스무디 한 잔 사들고 들어갔는데
영화가 끝날 때 까지 한모금도 빨지 못했다. 잔인하고 거북해서.
그리고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압축적으로 유난히 많이 나오는 영화 초반 10~20분 동안은
정말 진지하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그냥 영화관 나갈까' 생각을 수도없이 했다.
그만큼 영화에는 충격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우어어어어어. 아니 꼭 저래야해? 왜? 우으으윽.
그런 거 싫어하면 애시당초 보지마세요 그냥
그래서 이제서야 짧은 감상을 얘기하자면 -
인상적이지만 촌스럽고 잔인한, 그리고 1등상 감은 아닌 영화.
영화는 그 주제를 은유적으로, 곳곳에 함축적으로 담아 얘기하지 않고 대놓고, 정제되지 않은 말의 형태로 얘기한다.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
그 대사와 방식은 너무나도 촌스럽고, 직설적이며, 공격적이다.
앞서 내 김기덕에 대한 평과 일맥상통한다. 굳이 그렇게 표현하고 이야기해야 할까.
혹자는 명료해서 좋다고 한다. 김기덕 영화는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바로 알 수 있어서 좋다고.
근데 나는 그게 싫다.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나서 머릿속으로 차분히 정리되는 느낌이 아니라
대놓고 나에게 세상은 A야! 라고 영화 중반에 불쑥 던지는데 문제는 그 간단명료한 말에 내가 쉽게 공감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너무 날이 선 시선으로 세상의 수많은 것들을 일그러진 형상으로 보고 있어서 듣는 이로서 상당히 거북하다.
하지만 너무 까대기만 했으니, 마무리 차원에서 나도 인정하고픈 칭찬을 좀 하자면.
일단 마지막 장면이 너무 좋았다. 영화를 본 지 한 달이 다 되었는데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로, 힘이 느껴지는 마무리였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내가 본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결말 베스트 3 안에는 들 것 같다.
더 자세한 설명을 하게 되면 스포가 되니 감상은 여기까지.
그리고 너무나도 인상적인 조민수씨의 연기. 쉽지 않은 역할이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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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광해, 왕이 된 남자.
잘 만들어진 대중영화. 진지함과 코믹함을 적정선에서 넘나드는 영화. 결말도 나름 훈훈.
원래 볼 생각을 전혀 안했는데 주변에서 하도 다들 광해광해 하길래 동참해서 본건데 나쁘지 않았다.
웃긴 장면은 진짜 제대로 빵빵 터진다는 거. 영화관에서 소리내서 웃은 건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로는 처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병헌의 연기가 대박이다.
영화 줄거리만큼이나 능청스러움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어야 하는 역할이었는데,
바보같이 실실거리다가도 갑자기 목소리 착 깔고 근엄한 표정으로 카리스마를 뽐내던 캐릭터.
이병헌의 매력이 이런 건가 싶더라.
줄거리상으로는 시간을 넘나들어 지금 우리에게 적용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도 몇 있더라.
특히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광대였던 자가 왕노릇을 하며 의문을 갖게 되는 정치의 모습.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듯한 요즘의 정치를 떠올릴 수 밖에 없던 내용.
굉장히 이상주의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오글거리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히 풀어나간 것 같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였는데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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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늑대아이
내가 좋아하는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 시간을 달리는 소녀, 섬머워즈에 이어 세 번째.
이번 작품은 주제가 좀 미야자키 하야오 같아졌달까.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자연에 둘러쌓여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더 좋긴 한데 전반적인 측면에선 이 작품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특히 배경묘사! 원래도 소소한 일본식 풍경이나 하늘 묘사에 탁월한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 매력은 더더욱 빛을 발한다. 별들이 흩뿌려진 밤하늘이나 대자연의 풍경 등.
애니메이션으로 어디까지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일까, 하며 장면 하나하나 감탄하면서 보았다.
그만큼 장면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독특하며, 아름답다.
영상미와 개성적인 표현이 다른 작품들보다도 더욱 돋보였던 작품이다.
스토리 측면에 있어서도, 두 아이의 '성장'을 잘 담아내고 있던 작품.
늑대아이로 태어난 두 남매가 십여년의 시간 동안 함께 자라며 각자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내용을 그리는 이 작품은
그리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의 성장 과정을 적당한 템포로 풀어나간다.
십여년의 시간을 두시간이란 상영 시간 안에 빠르거나 뭔가를 빼먹는다는 느낌 없이 충실하고 잔잔하게 그려나가는데
이 또한 감독의 능력이겠지. 추천추천.
덧, 전체관람가던데.... 좀 야한 장면도 나오던데 *-_-* ㅋㅋ 초등학교 애들도 보러 여럿 왔던데 그 장면 보고 헉했다.
내가 애 엄마라면 '엄마 저게 뭐야?' 했을 때 뭐라고 설명해야 좋은 거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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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네 결론은, 정신없고, 뭔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시작할 마음의 여유는 없지만서도,
문화생활만큼은 시간을 아까워 하지 않고 팍팍 누리며 살기로 했어요. ㅎㅎ
한 달에 극장에서 영화 세 편이면 많이 본거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