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3. 3. 31. 21:11

 

 

 

 

'용두사미'와 같은 느낌을 주는 게 아쉽긴 하지만,

개성 넘치고 통통 튀는 두 주인공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탄탄한 영화.

처음엔 '저런 미친 놈을 봤나!' 싶은데 점점 정이 가고 이해가 간다... ㅎㅎㅎ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dance competition 장면 업어옴.

스티비 원더의 'Don't you worry 'bout a thing'같은 명곡으로 시작해서

불꽃튀는 댄스에 말랑말랑한 무드까지 소화하는 두 사람.

특히 제니퍼 로렌스 몸매에 춤까지 장난없다... 이 팔색조같은 여자.

 

 

영화 본지는 한달도 더 넘었는데 문득 또 생각이 나서 -

체력적, 정신적으로 지칠대로 지친 내겐 이런 소품같은 영화를 통한 간접적 힐링이라도, 절실하니까.

 

 

Posted by 강지님
영화2012. 10. 28. 10:08

 

포스터

 

트레일러

 

 

 

올해 개봉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때부터 두근거려하며 기다렸던 이 영화, 007 스카이폴.

드디어 개봉 2일차인 어제 아이맥스로 관람했다.

대니얼 크레이그의 세번째 007 작품이자, 시리즈 탄생 50주년 기념 작품이기도 한 작품이다.

 

영화는 50주년 기념 영화에 걸맞게 과거와 현재를, old와 new의 만남을 다루며 시리즈의 새로운 분기점을 선사한다.

 

조금은 지치고 늙어보이는 본드, 시리즈를 오랫동안 지켜왔던 한 중요 인물의 퇴장.

늙음과 죽음은 이 영화 전반에 걸쳐져 있는 핵심 키워드이며,

이는 영화 곳곳에 있는 추락의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다.

영화 초반 기차에서 떨어지는 모습에서부터 얼음물 아래로 가라앉는 이미지까지 - 영화의 제목과도 통하는 이미지이다.

 

영화 중간에 M이 인용하는 Tennyson의 <Ulysses>의 한 부분은

'낡음'과 '늙음'에 대해 이 영화가 담아내고자 하는 것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에서 M이 한문장씩 낭독할 때 전율이 흐르던 -

 

"We are not now that
strength which in old days
Moved earth and heaven; that
which we are, we are;
One equal temper of heroic
hearts,
Made weak by time and fate,
but strong in will
To strive, to seek, to find,
and not to yield."

 

 

그러는 반면 앞으로 다가올 50년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듯 새로운 등장인물들과 질문들도 등장한다.

우선은 역대 최고로 어린 무기 담당 Q.

영화 속 본드와 Q의 대화 하나를 인용해본다.

 

 

 

Q: Age is no guarantee of efficiency.

Bond: Youth is not a guarantee of innovation.

 

 

강렬한 각자의 대사에 걸맞게 Q는 역대 최연소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며,

우리의 본드는 old-fashioned한 방법으로 적들을 물리친다. 자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보이려는 듯이.

 

하지만 영화 속에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은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합의점과 공통점을 찾고 협력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특정 인물이 쥐었을 때만 발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최신식 총이 최고일 때도 있지만,

구식무기인 칼이 최고로 활약할 때도 있는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bridge)의 역할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 영화는 냉전이 끝난 21세기의 시간을 사는 우리들에게

왜 아직도 007이 필요한지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제공하려고 한다.

구닥다리같은 냉전시대 유물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왜 이어져가야 하는지.

영화 속 청문회 장면은 대놓고 이러한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가시화하는 장면이다.

 

그런 만큼 영화는 더욱 현재진행형인 사회 문제들과 맞닿아 있기도 하며,

시리즈물 특유의 클리셰도 상당 부분 생략하며 독자적인 세계를 추구한 작품이기도 하다.

 

단순히 화려한 헐리웃 액션으로 가득한 영화가 아닌,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과 철학적 질문을 함께 어우려낸 영화를 만듦으로써

샘 멘데스는 시리즈 사상 가장 독창적이고 품위있는 007을 만들어냈다.

<아메리칸 뷰티>, <레볼루셔너리 로드>, <어웨이 위 고>에 이어 내가 본 샘 멘데스 감독의 네번째 작품.

보기 전에는 걱정을 좀 했다. 샘 맨데스가 액션 헐리웃 영화를 찍는다니!

근데 그냥 최고로구나...... 될 놈은 뭘 해도 되는 것이었던 거다.

 

화면 구성 역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뛰어나다.

특히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 장면은 내가 본 영화들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데칼코마니, 실루엣, 조명 등을 활용하여 짧은 시간 동안 펼쳐낸 화려하고 영상미 넘치는 장면들은

영화 전체를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있기도 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시금 오프닝 크레딧 장면을 떠올리며 소름돋았다는.... )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장면들 중 하나는 상하이 고층 빌딩의 조명들 속에서 펼쳐지는 격투신.

누가 본드이고 누가 적인 지 구분할 수 없도록 한 실루엣 처리.

그리고 그 실루엣의 배경이 되었다가 다시 그 실루엣 전체를 덮어버리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화려한 조명들.

이렇게까지 하나의 예술로 승화된 듯한 액션씬이 또 있을까!

 

뜨거운 불과 차가운 얼음물의 색감이 공존하는 마지막 씬의 장면들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대니얼 크레이그의 연기는 두말하면 잔소리.

그 누가 창백한 금발과 푸른 눈의 본드가 이토록 잘 어울릴 거라고 상상을 했겠는가.

시리즈 사상 가장 많은 반대에 부딪혔던 본드이자 가장 성공적이고 개성적인 본드.

 

악역 하비에르 바르뎀 역시 너무나도 독특한 악역을 연기한다.

하비에르 바르뎀을 말할 것 같으면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안톤 쉬거로 열연했던 배우.

그 캐릭터가 하도 강렬해서 오히려 그 이미지에 머물러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007속 그는 또 역시 너무나도 완벽한 실바였다. (진리의 될놈법칙!)

 

그리고 영화 <향수>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벤 위쇼 역시 새로운 Q에 딱이다.

영화 곳곳에서 적절한 웃음을 주기도 하고, 여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ㅎㅎ)

 

 

남은 2개월동안 더 굉장한 영화를 보지 않는 이상, 내 올해 최고의 영화로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작품.

카지노 로얄 이상으로 좋은 내 넘버원 007작품으로 기억될 영화.

앞으로도 본드가 '007 reporting for duty' 하며 멋지게 등장해 주기를.

 

영화에 대한 감상을 영국 가디언에 실린 한 감상평을 인용하며 마치고자 한다.

 

'Despite the title, he is a hero who just keeps on defying gravity.'

 

 

 

 

 

+ 덧,

마지막 장면 촬영지가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에 더욱 반가웠던 *_*

 

 

Posted by 강지님
영화2012. 10. 10. 21:02

 

내가 컴퓨터로 잘하는 딴짓 중 하나, 외장하드에 있는 소장영화들 쪼꼼씩 다시 보다 말기.

그렇게 조금씩 다시 보는 영화 중 하나가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원데이>.

남자주인공인 짐 스터지스도 너무 잘생겼고 (오오오 ㅠㅠ) 앤 해서웨이도 후반부에서 너무 예쁘게 나오고

(특히 파란원피스 입은 모습! 완전 여신!)

스토리도 좋아하는 편이고... 무엇보다도 시간편집이 마음에 들고 영상도 예뻐서 종종 다시 틀어 보곤 하는데

방금 무심코 틀어보다 이제서야 알아챘다. 이 영화, 에딘버러에서 찍었던 거였어!!!!
영화의 시작과 끝이 만나는 중요한 장소가 에딘버러였어! 너무 익숙하다 했더니, 내가 가본 곳이었어!

 

그래서 급히 영화 속에 나온 장면과 내가 실제 가서 찍은 사진 비교 몇 개 들어갑니다 ㅋㅋㅋ

 

 

영화 첫 장면에 등장하는 저 어둑한 실루엣의 정체는...  

 

각도가 달라서 영화 속 장면과 똑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에딘버러의 랜드마크 Arthur's Seat이다!

이 곳은 내가 지난 여행 포스팅에서 중점적으로 포스팅한 곳이니 더 많은 사진들은 그 포스팅에서 확인하시길 후후.  

 

 

주요 배우들과 제작진의 이름이 뜨고 난 뒤 등장하는 영화의 제목. 그리고 그 바탕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바로...  

 

짜잔, 이건 밤에 찍어서 구도도 꽤 비슷하다 ! 바로 칼튼힐에서 바라보는 에딘버러의 야경이었습니다.

왼쪽의 Dugald Stewart 기념탑부터 해서 저 멀리 에딘버러 성까지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곳 :)  

 

 

 

주인공들이 졸업식 후 해 뜨기 전에 등장하는 이 말굽모양으로 굽어진 길은...  

 

바로 이 길! 영화에서 찍은 방향의 반대편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  

로열마일과 그라스마켓을 이어주는 길이다!

 

이건 세로사진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바라보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찍은 사진!  

 

 

 

 두 주인공이 헐레벌떡 뛰어 올라왔던 이 드라마틱한 언덕의 정체는

 

 아까도 등장했던 Arthur's Seat.

식상하겠지만.. 영화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장소라니까요

 

이것은 세로로 찍은 사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이긴 하지만 영화 캡처면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언덕의 단면이 담겨져 있는 사진이라 올립니다 ㅎㅎ

 

 

영화의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장면.

수년 후 이제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덱스터와 딸이 왼쪽에서 걸어 올라오고 있고

오른쪽에서는 젊은 시절의 덱스터와 엠마가 언덕 아래까지 경주를 하고 있다.  

 

 

영화에서와 같이 내려가는 쪽에서 찍은 사진. 더 원만한 경사면과 그 뒤로 보이는 포토벨로 바다. 수평선.  

 

1988년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영화 속 이야기는 2011년의 시점에서 막을 내리게 된다.

언덕과 바다가 한 프레임에 함께 담긴, 2011년으로 넘어가는 첫 장면.

 

 

 

 

Posted by 강지님
영화2012. 10. 3. 00:25

 

 

 

 

 

1. 피에타.

 

영화관 포인트가 쌓여 드디어 평일영화 한편 무료관람권이 생겼을 때.

아니 왜 이런 포인트들은 꼭 주말에는 못쓰게 하는걸까.

9월처럼 교육받으며 나름 여유있을 때가 지나면 평일에 영화를 볼 짬이 내게 있을까.

싶어 충동적으로 그것도 월요일에 예매해서 보게 된 영화.

 

원래 김기덕 감독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호평받고 있는 '봄 여름...'과 '빈집'은 보지 못했고

두 편 정도를 불쾌감에 보다가 끝내지 못한 기억이 있다.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이야기를 굳이 더욱 비틀고 꼬아서 고통스럽게 보여줘야만 하는걸까.  

똑같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할 때

홍상수가 에잇 이놈의 세상, 하며 소주 한 잔을 권하는 느낌이라면

김기덕은 굳이 피를 뿌리고 변태적인 요소를 넣고 험한 말들을 잔뜩 사용하는 느낌이다. 굳이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근데 이번에 피에타가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세계 3대 국제 영화제에서 일등상을 받았단다.

그러니 뭔가 영화팬으로서의 허세가 발동하기 시작한 거지.

내가 싫어하는 감독이지만, 밖에 나가서 그 정도 대접을 받는 영화라는데 영화팬으로서 일단 보긴 해야겠다.

그래서 굳이 싫어하는 감독의 영화를 한 주의 첫날부터 가서 보았던 거다.

 

영화를 보는 동안 목이 마를까 싶어 스무디 한 잔 사들고 들어갔는데

영화가 끝날 때 까지 한모금도 빨지 못했다. 잔인하고 거북해서.

그리고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압축적으로 유난히 많이 나오는 영화 초반 10~20분 동안은

정말 진지하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그냥 영화관 나갈까' 생각을 수도없이 했다.

그만큼 영화에는 충격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우어어어어어. 아니 꼭 저래야해? 왜? 우으으윽.

그런 거 싫어하면 애시당초 보지마세요 그냥

 

그래서 이제서야 짧은 감상을 얘기하자면 -

인상적이지만 촌스럽고 잔인한, 그리고 1등상 감은 아닌 영화.

영화는 그 주제를 은유적으로, 곳곳에 함축적으로 담아 얘기하지 않고 대놓고, 정제되지 않은 말의 형태로 얘기한다.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

그 대사와 방식은 너무나도 촌스럽고, 직설적이며, 공격적이다.

앞서 내 김기덕에 대한 평과 일맥상통한다. 굳이 그렇게 표현하고 이야기해야 할까.

혹자는 명료해서 좋다고 한다. 김기덕 영화는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바로 알 수 있어서 좋다고.

근데 나는 그게 싫다.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나서 머릿속으로 차분히 정리되는 느낌이 아니라

대놓고 나에게 세상은 A야! 라고 영화 중반에 불쑥 던지는데 문제는 그 간단명료한 말에 내가 쉽게 공감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너무 날이 선 시선으로 세상의 수많은 것들을 일그러진 형상으로 보고 있어서 듣는 이로서 상당히 거북하다.

 

하지만 너무 까대기만 했으니, 마무리 차원에서 나도 인정하고픈 칭찬을 좀 하자면.

일단 마지막 장면이 너무 좋았다. 영화를 본 지 한 달이 다 되었는데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로, 힘이 느껴지는 마무리였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내가 본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결말 베스트 3 안에는 들 것 같다.

더 자세한 설명을 하게 되면 스포가 되니 감상은 여기까지.

 

그리고 너무나도 인상적인 조민수씨의 연기. 쉽지 않은 역할이었을텐데 말이다.

 

 

 

 

 

 

 

2. 광해, 왕이 된 남자.

 

잘 만들어진 대중영화. 진지함과 코믹함을 적정선에서 넘나드는 영화. 결말도 나름 훈훈.

원래 볼 생각을 전혀 안했는데 주변에서 하도 다들 광해광해 하길래 동참해서 본건데 나쁘지 않았다.

웃긴 장면은 진짜 제대로 빵빵 터진다는 거. 영화관에서 소리내서 웃은 건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로는 처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병헌의 연기가 대박이다.

영화 줄거리만큼이나 능청스러움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어야 하는 역할이었는데,

바보같이 실실거리다가도 갑자기 목소리 착 깔고 근엄한 표정으로 카리스마를 뽐내던 캐릭터.

이병헌의 매력이 이런 건가 싶더라.

 

줄거리상으로는 시간을 넘나들어 지금 우리에게 적용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도 몇 있더라.

특히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광대였던 자가 왕노릇을 하며 의문을 갖게 되는 정치의 모습.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듯한 요즘의 정치를 떠올릴 수 밖에 없던 내용.

굉장히 이상주의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오글거리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히 풀어나간 것 같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였는데 좋았네요.

 

 

 

 

 

 

 

 

3. 늑대아이

 

내가 좋아하는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 시간을 달리는 소녀, 섬머워즈에 이어 세 번째.

이번 작품은 주제가 좀 미야자키 하야오 같아졌달까.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자연에 둘러쌓여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더 좋긴 한데 전반적인 측면에선 이 작품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특히 배경묘사! 원래도 소소한 일본식 풍경이나 하늘 묘사에 탁월한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 매력은 더더욱 빛을 발한다. 별들이 흩뿌려진 밤하늘이나 대자연의 풍경 등.

애니메이션으로 어디까지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일까, 하며 장면 하나하나 감탄하면서 보았다.

그만큼 장면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독특하며, 아름답다.

영상미와 개성적인 표현이 다른 작품들보다도 더욱 돋보였던 작품이다.

 

스토리 측면에 있어서도, 두 아이의 '성장'을 잘 담아내고 있던 작품.

늑대아이로 태어난 두 남매가 십여년의 시간 동안 함께 자라며 각자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내용을 그리는 이 작품은

그리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의 성장 과정을 적당한 템포로 풀어나간다.

십여년의 시간을 두시간이란 상영 시간 안에 빠르거나 뭔가를 빼먹는다는 느낌 없이 충실하고 잔잔하게 그려나가는데

이 또한 감독의 능력이겠지. 추천추천.

 

덧, 전체관람가던데.... 좀 야한 장면도 나오던데 *-_-* ㅋㅋ 초등학교 애들도 보러 여럿 왔던데 그 장면 보고 헉했다.

내가 애 엄마라면 '엄마 저게 뭐야?' 했을 때 뭐라고 설명해야 좋은 거지... ㅎㅎ

 

 

 

 

 

-

 

음 네 결론은, 정신없고, 뭔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시작할 마음의 여유는 없지만서도,

문화생활만큼은 시간을 아까워 하지 않고 팍팍 누리며 살기로 했어요. ㅎㅎ

한 달에 극장에서 영화 세 편이면 많이 본거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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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지님
영화2012. 7. 13. 01:38

 

 

내가 좋아하는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이라고 하기엔 외국에선 작년에 개봉했었고, 이제서야 국내에 정식 개봉된 작품이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를 드디어 봤다.

서울에 생각보다 일찍 올라와서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꽤 남길래

입구역 영화관 시간표를 확인하고는 혼자서 훌쩍 표를 끊고 관람했던 영화.

 

최근 가장 유쾌했던 한시간 반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엄마미소 흐뭇 :)

 

그의 가장 최근 영화들 세 편 - Vicky Christina Barcelona,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그리고 이번의 미드나잇 인 파리 - 중에서 가장 밝고, 온화하며, 부드러운 영화.

위의 세가지 영화는 스토리라인을 아주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일상 - 일상을 뒤집는 사건(대놓고 떠들석한, 정말 큰 사건이라기보단 사소한 것이 계기가 되어 변화가 나타난다)- 다시 일상, 하지만 전과는 다르다

의 구성을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 일관적인 우디앨린 스타일.

비키-는 통통 튀고 강렬하며, 유 윌 밋-은 우디 앨런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기 드 모파상의 소설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셋 다 너무나도 좋아하는 영화지만 이번 미드나잇 인 파리가 제일 맘에 든다.  점점 더 밝아지는 우디앨런의 영화.

 

제목에서도 '파리'란 이름을 볼 수 있는 만큼 이 영화는 정말 파리를 예찬하는 영화다.

영화 시작에서부터 파리 곳곳을 보여주더니, 아예 등장인물조차 파리에 폭 빠져버려 도시를 예찬하곤 한다.

관광했던 도시들 중에선 거의 가장 구석구석 잘 알고, 이곳저곳 가보았던 도시인지라

도입부부터 확 영화속으로 끌어당겨진 느낌.

 

드가, 마네, 피카소, 달리, 헤밍웨이, 피츠제랄드 등 당시 예술가의 대가들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만큼 더 깨알같은 재미를 맛볼 수 있을거다.

(그리고 짧게 등장하긴 하지만 달리 역에 에이드리언 브로디! 간만에 봐서 더 반갑더라 여전히 훈훈ㅎㅎ) 

그러한 점에 있어서 지적이기까지 한 이 영화, 정말 점수 팍팍 주고 싶어라 :)

 

아직 개봉중인 영화고, 한번만 본 작품인지라 분석까진 하지 않고

이렇게 짧은 소감만 횡설수설 횡설수설 :p

결론은, 보시라구요 이 영화, 강추추추추추 *_*

 

 

Posted by 강지님
영화2012. 5. 29. 16:28

 

 

음악영화들이 좋다. 아무리 지루하고 스토리 자체는 재미가 없더라도 음악만 좋으면 중박은 치게 되니까.

한마디로 실패할 가능성이 다른 장르의 영화들에 비해 낮다는 얘기다.

자연히 집에서 쿡티비로 제공되는 무료 영화들을 고를 때에도 음악영화들을 먼저 고르게 되는데, 그러다가 보게 된 두 편의 음악영화들을 짧게나마 소개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영화는 정말 자주 보는데도 글로 적어내기엔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동안 영화 카테고리도 거의 죽여놨었는데 다시 살릴 겸.

예전처럼 정말 큰 맘 먹고 앉아서 영화에 대한 썰을 풀기에는 귀찮기도 하고, 형편없는 글을 보이기 창피하기도 하고.

앞에서 '짧게'라고 말했던 것처럼 정말 길게는 쓰지 않을 생각이다. 그냥 단순한 소개 및 짤막한 감상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분석하고 평하는 글이 아니다아아아아

 

 

1. 하바나 블루스 (2005)

출처: 네이버 영화

 

쿠바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포스터에 나온 저 두 청년(특히 오른쪽에 있는)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야기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촬영기법이나 음악이 등장하는 방식 측면에서는 영화 <원스>와도 닮았다.

인간극장-쿠바청년편 이라고 해야할까, 음악다큐 느낌도 조금 난다. 포스터를 보고 신나는 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에겐 안된 말이지만, 영화 자체는 살짝 단조로운 편이다.

반면 음악은 굉장히 정열적이고 신난다. 다인조 밴드 음악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기타 사운드는 꽤나 세련되었다.

재즈의 느낌과 가스펠의 느낌이 함께 나는 영화 속 음악들은 신선하고 흥겹다.

그리고 이렇게 밝은 음악과는 조금 다른, 중간 중간 그려지는 쿠바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나름 흥미롭다.

미국으로의 밀항을 꿈꾸는 가족, 작고 지긋지긋한 섬나라를 떠나 스페인에서 화려하게 뮤지션으로 데뷔하길 꿈꾸는 주인공 1,

뮤지션들에게 굉장히 불리한 음반사와의 계약조건 등등.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삶 속에서도 그들은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고, 춤추고, 다 함께 즐거워한다.

마치 우리나라 문학 및 공연문화에서 흔히 보이는 '한의 승화'와 닮아있다고나 할까.

별을 주자면, ★★★

 

덧, 이 영화는 19세 미만 관람불가다! 그래서 왜 그렇지.... 하고 봤는데

딱 한 번 야한장면 나온다... 그리고 끝

그 장면만 아니었으면 12세 판정 받았을 것 같은데 쩝.ㅋㅋ

 

 

 

 

 

 

2. Almost Famous

 

 

 

아마 락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영원히 향수를 느낄 70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

그 시대 락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영화 속에 언급되는 뮤지션들 이름을 알아듣는 재미도 꽤 쏠쏠할 거다.

데이빗 보위, 밥 딜런, 레드 제플린 등등.

무엇보다도 러닝타임 동안 흘러나오는 삽입곡들은 모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들이다.

영화 OST 하나로 한 시대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영화의 즐거움이라고 하겠다.

 

영화는 락음악을 좋아하는 한 소년이 '스틸워터'란 밴드에 대한 기사 작성권을 갖게 된 후, 밴드의 투어를 함께 다니며 겪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멤버들간의 갈등, 가수와 팬의 관계, 엄격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소년이 맛보게 된 자유분방하고 'cool'한 세계 등등. 대중매체로는 접할 수 없는 가수들의 실제 모습은 물론, 항상 간지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점을 그린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우상에 대한 동경이 얼마나 허망하고 덧없는 것인지에 대해 신랄하게 꼬집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의 모습을 까발리면서도(특히 비행기가 흔들리는 장면에서 이어지는 멤버들의 고백은 압권이다)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을 모두 따뜻하게 다룬다. 소년의 성장도, 사과전화를 하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러셀도, 그런 러셀을 순수하게 좋아했던 그루피

페니 레인'도, 한없이 엄격했지만 자식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는 어머니도, 그 외 여러 조연들도.

한없이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영화는 한층 여유로운 모습들로 다양한 모습들을 이해하려는 듯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균형이 잘 잡혀있는 영화랄까?

결코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걸 다 뛰어넘어서 음악이 너무 좋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영화가 아닐까 싶다.

 

별을 주자면, ★★★★

 

덧, 이 영화 속 깨알같은 조연으로 주이 드샤넬이 나온다! 내가 너무너무 예쁘다고 생각하는 주이드샤넬!

주이드샤넬은 역시나... 이 영화속에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모습으로 나온다. 정말 개성있어....

유명한 영화 인디영화 주연 조연 가리지 않고 자기가 마음에 들면 역할을 선택한다는 그녀의 모습은

조연으로 등장한 이 영화속에서도 통통 튀고 빛난다. 아니 좋아할 수 없습니다아아

 

덧 2, 하바나 블루스처럼 이 영화도 닮은 영화를 써 보자면,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유명해진 이안 감독의 '테이킹 우드스탁(2009)'을 들 수 있겠다. 테이킹 우드스탁도 좋은 영화였지만 '올모스트 페이머스'가 좀 더 '대중성'까지 잡고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

 

 

Posted by 강지님
영화2011. 12. 29. 11:00


-

이젠 contemporary classic이 된 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
무려 89년 영화! 나보다 한살밖에 어리지 않은 이 영화

하지만 그 어떤 최신영화의 고백 대사도
이 이십년도 더 된 영화의 대사만큼이나 적절하고 멋지진 않을거다 ㅠㅠㅠ 나 90년대 감성인가

들리는대로 받아적은 거라 좀 다를 수도 있음 보장못함

I've been doing a lot of thinking 
and the thing is, I love you.

what?

I love you

How do you expect me to respond to this

How about you love me too?

How about 'I'm leaving'

Doesn't what I said mean anything to you?

I'm sorry harry
I know it's new years eve
I know you are feeling lonely
but you just can't show up here 
tell me you love me
and expect that to make everything all right
it doesn't work this way

how does it work

I don't know
but not this way

How about this way
I love that you get cold when it's 71 degrees out
I love that it takes you an hour and a half to order a sandwich
I love that you get a little crinkle above your nose
when you are looking at me like I'm nuts
I love that after i spend a day with you
I can still smell your perfume on my clothes
and i love that you are the last person I want to talk to
before I go to sleep at night
and it's not because I'm lonely
and it's not because it's new year's eve
I came here tonight because
when you realize you want to spend rest of your life with somebody,
you want the rest of your life to start as soon as possible.



Posted by 강지님
영화2011. 12. 16. 01:23

제목만큼이나 정말로 소설보다 이상한 이 영화. 동시에 'Kinda like Fiction'이기도 하다. 바로 전지적 작가시점, 희극적 요소, 복선이라는 세 가지 특징들이 잘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보다 구체적으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할까!


1. 전지적 작가시점

영화는 영화 속 주인공이 곧 영화 속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특이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미완성 소설의 주인공 말이다. 그럼 아직 출판되지도 않은 소설의 주인공이 자신인지 어떻게 아냐고? 작가랑 사전에 합의를 해서? 우연히 작가의 집필 노트를 보게 되어서? 아니다. 바로 작가가 '해설하는' 음성을 듣게 되면서이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 전 양치질을 하면서 자신이 몇번이나 칫솔질을 하는지 세어보고 있던 우리의 해롤드. 갑자기 그의 생각이나 행동을 묘사하는 음성을 듣게된다.

"Alright, who just said 'Harold just counted brush strokes'? And how do you know I'm counting brush strokes?"

자신이 하는 행동, 하는 생각과 백퍼센트 일치하는 족집게 음성을 들으니 자신이 미친 것은 아닐까 하고 의심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 근데 이 목소리, 자신이 매력적인 빵집 여주인을 보고 갖게 되는 이성적 감정까지도 너무 구체적으로 묘사해서 일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젠장, 이 짜증나는 목소리야, 너 때문에 되는 일이 없어!

'No I'm not, I'm cursing you, you stupid voice!'

자신이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것인가도 의심해 보다가 어느날, 고장난 시계를 고치다가 들려온 그 목소리의 청천벽력같은 말. 'Little did he know that this simple, seemingly innocuous act would result in his imminent death.'
지금까지 얄밉긴 해도 단 한번도 틀린 말 한 적 없었던 이 목소리가 자신더러 죽을 거라고 하니 당연히 심각해질 수 밖에. 그제서야 해롤드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심리치료사를 찾아가 보고, 그 사람을 통해 문학전공 교수를 만나게 된다. 처음엔 해롤드를 정신병자인 것처럼 취급하던 교수는, 해롤드가 'little did he know'로 시작되는 음성을 들었다고 얘기하는 순간 그를 돕겠다고 약속한다. 왜냐하면 영미 문학에서 'little did he know'로 해설되는 것인 전지적 작가시점의 소설이라는 말이니까.

결국 'little did he know'란 표현을 통해 해롤드는 그 음성은 자신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니라(=자신이 정신분열증인 것이 아니라), 제 3자의 목소리라고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쓰여진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내가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쓰여진 소설 속 주인공인데 원치 않은 죽게 된 것을 알게 되었는데 죽기 싫다면? 작가를 만나서 결말을 바꾸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해롤드와 교수의 만남을 계속 이어지게 하고, 결국에는 작가를 만나 자신의 이야기에 개입할 수 있게 한다.


2. 영화 자체는 한 편의 '희극'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전형적인 희극의 특징을 따르고 있다. 희극의 특징이 뭔데?라고 물어볼 사람을 위해 네이버 지식사전의 일부분을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해서 가져와 보았다.

 희극은 행복하고 즐겁게 결말을 맺는다. 주동인물이 처음에는 패배하고 고전하지만, 결국은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행복에 이른 것이 희극이다. 희극의 인물은 서민적이며, 사회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비극의 인물이 고귀한 신분의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점과 서로 다르다.

우선 주인공 해롤드에서부터 이 희극이 특징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당연하게도)알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유명한 스타라거나 대기업 회장인 것도 아니다. 그저 국세청의 평범한 직원일 뿐. 유일하게 잘난 게 있다면 암산과 숫자 세기에 뛰어나다는 것. 하지만 그것뿐이다.

모든 것의 숫자를 세어가며 규칙적으로 일상을 무한반복했던 과거의 해롤드.


영화 초반부의 그의 삶은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무미건조했다. 게다가 좋아하게 된 빵집 여주인에게서는 밀당은 커녕 대놓고 냉대를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곧 죽을 거라는 재수없는 소리나 들었으니 '패배하고 고전하지만'의 조건은 충분히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하지만 음성을 듣고, 그것이 예고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후로 그의 삶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 말을 계기로 자신이 정말 해 보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그는 오랜 꿈이었던 기타 연주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기타를 구입하고, 열심히 연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밀가루를 한아름 사가지고는 빵집 여주인에게 고백한다. 결국에는 성공하여 사랑을 얻게 되는 해롤드. 그 뿐만이 아니다. 결국에는 소설의 결말이 바뀌게 되면서 가까스로 죽음을 모면하고 살아남아 삶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기타도 치고, 사랑도 얻고,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어찌 해피엔딩이 아니리오.

그리고 희극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 바로 웃음! 영화는 박장대소는 아니어도 '깨알같은' 웃음이 가득하다는 것.



3. 복선

영화는 복선을 통해서 결말의 필연성과 작품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영화는 작품 초반에서부터 한 여인이 구인광고를 통해서 버스회사에 취직하게 되는 것과, 한 꼬마아이가 아버지로부터 자전거를 선물받고 연습하게 되는 것을 중간중간 담는다. 이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떡밥'을 던져놓고, 그들을 조금씩 비춰줌으로써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끝까지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한다. 그리고 이들이 언젠가는 서로 만나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실제로 그 여인은 해롤드를 덮치는 버스의 운전수로, 자전거 꼬맹이는 해롤드가 구해주게 될 아이로 등장하며 그의 삶에 개입하게 된다.



이랬던 그들이....


힐버트 교수의 연구실에 있는 작은 TV 역시 복선의 한 장치이다. 영화는 전반부에서부터 힐버트 교수의 연구실 안에 있는 작은 tv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tv를 통해 작가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는 것이 취미라는 교수의 말까지 집어넣는다.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이 tv가 나중에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해롤드가 주인공인 소설의 작가이자 음성의 주인공인 캐런 아이플이 이 tv를 통해서 나오고, 그것을 해롤드가 보게 되는 것이다! 지겹도록 들어온 목소리인데 이걸 해롤드가 놓칠 리가 없다. 그는 이를 계기로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되고, 국세청 납세 기록 자료를 통해 그녀의 주소까지 알게 된다. 

이전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tv가 갑자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면 시쳇말로 '갑툭튀'이고, 억지스러운 우연일 뿐. 하지만 영화는 진작부터 밑밥을 깔아둠으로써 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복선의 힘.

'My God, it's her. it's THE voice, she's the narrator. That's her voice!'





+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삶 말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으라고 이야기하는 영화
live your life to the fullest! live the moment! 라고 얘기해 주는 듯한 따뜻한 영화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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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지님
영화2009. 10. 20. 22:15


지난번 우리학교 축제 때 이 영화 받아놨다고 말하니까 사람들이 잘못 알아듣고는
'잉여'의 집으로 오세요- 라고 했던 영화. 잉여가 아니라 '인형' 맞다. (ㅋㅋ)

계량시험도 (구리구리하게라도) 끝냈겠다, 다음 시험은 다음주 화요일에나 있겠다,
오늘은 좀 놀아줘도 되겠다 싶어 저녁도 안먹고 집에 돌아와서는 '잉여짓' 하다 본 영화.

제목은 참 귀엽고 샤방샤방. 하지만 내용들은 그냥 꿀떡 삼키기엔 너무나도 불편한 영화.

이 영화 역시 아픈 성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못생겼기 때문에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사랑받지 못하고 왕따당하는 돈.

영화 제목인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영화 중간에 나오는 노래에서도 계속 반복된다.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오세요 라고.
그렇게 관객들은 인형의 집으로 초대된다. 돈과는 달리 너무 예쁘게 생겨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미시가 투투를 입고 춤을 추는, '제목 그대로' 미시가 예뻐하는 진짜 인형들이 놓인 분홍벽지의 방이 있는, 일반 사람들이 입는 옷같지 않고 그야말로 인형옷같은 돈의 의상들을 볼 수 있는_

하지만 그렇게 초대되어서 간 인형의 집은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우선 그 인형의 집에는 자신의 딸이 왕따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무관심으로 응하며, 예쁘게 생긴 딸만 귀여워하고 돈은 차별하는 부모가 있다.
자신의 모든 행동을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것으로 맞추는, 그저 입시에서 성공하기 위한 듯한 삶을 살고 있는 오빠도 있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돈을 괴롭히는 데 일조하는 미시도 있다. 학교에는 어떠한 상황인지 제대로 파악해보려 하지도 않고 돈에게만 잘못을 뒤집어씌우고 비난하는 학교 선생님들과 못생겼다고 돈을 욕하고 놀리는 아이들 뿐.영화 속에는 그렇게 인간미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인형들' 만이 수두룩하다.

- '떠날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깊게 남은 장면이 있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후, 답답하고 짜증나는 마음에 돈은 뛰쳐나간다.
푸른 잔디가 넓게 펼쳐진 대운동장으로, 조금이라도 탁트이는 듯한 기분을 맛보고 싶었겠지_
하지만 그녀는 운동장을 에워싸고 있는 철조망에 가로막혀 그 자리에서 더는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저 철조망에 매달려 푸른 잔디구장을 꿈꾸는 듯한 표졍으로 바라보아야 했을 뿐.

돈은 이러한 상황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은 운동장을 둘러싼 철조망만큼이나 그녀를 가두고 달아나지 못하게 죄어온다.

뉴욕으로 가출을 결심한 브랜든이 돈에게 같이 떠나자고 했을 때, 돈은 그러지 못한다. 그저 유리창 너머 작게 사라지는 브랜든을 허망하게 바라보며 남아야 했을 뿐. 그녀에겐 아직 모든 것이 짜여진 듯한 이 사회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다. 그녀 오빠의 말마따나 더 나을 것이 없는 8학년도, 9학년도 그렇게 이 인형의 집같은 곳에서 보내야 할 뿐. 일탈을 꿈꾸고, 벗어나길 소망하긴 하지만 결국 그녀는 별로 가고 싶지도 않은 field trip이나 묵묵히 따라갈 뿐이다.


'사랑'과 그 외 영화 속 몇몇 상징들에 대해서도 더 언급하고 싶은데, 머릿속으로 정리가 다 되지 않아서 횡설수설... 일단은 여기까지만.


Posted by 강지님
영화2009. 10. 4. 09:39
이제서야 보게 된,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해진 영화, <렛 미 인>.
이 영화를 처음 추천 받은 이후로 수없이 많은 영화를 보아왔으니까 바빠서 못 봤다고 하면 씨도 안먹힐 변명이리라. 이유를 말하자면 좀 쪽팔리긴 한데.... '무서워서' 이다. 공포 요소에 은근 약해서 남들하고 같이 보면 몰라도 혼자 자취방에서는 절대 혼자 못 볼 나이기에 피장파장 미루다가 어제 혼자 '잉여롭게' 서울 올라간 날 집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카페에 혼자 앉아서 봤다. 그렇게 해서 보게 된 <렛 미 인>은 생각보다 무섭진 않더군.

대조
영화에서는 수없이 많은 대조가 쓰인다. 첫장면부터가 스크린의 반은 캄캄한 어둠인 반면, 다른 반쪽에선 순백의 눈이 내리고 있다. 설원에 흩뿌려지는 붉은 피야 말할 것도 없고. 소재적 측면에서도 소년과 소녀(?), 안과 밖, 인간과 뱀파이어 등.
이 '대조'의 측면은 영화 곳곳에서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중복을 피하고자 여기선 이정도까지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사랑
영화에서 내가 주목한 사랑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오스카와 엘리의 사랑, 엘리에게 물린 여인의 사랑, 그리고 할아버지의 사랑,
-

오스카와 엘리가 서로에게 끌린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 같다. 이혼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는 왕따소년 오스카와 인간세계에 융화되지 못하고 장소를 전전하는 뱀파이어 엘리. 두 사람 다 철저하게 고독한 존재였다. 그들은 어쩌면 내면의 빈 공간에 서로를 채워넣음으로서 사랑할 수 있었는 걸지도 모르겠다. 엘리에게 여자가 아니어도 상관없으니 애인이 되어달라는 오스카. 엘리가 뱀파이어인 것을 알고 놀라긴 하지만 이내 그 모습마저 받아들이는 그는 결국 관계에 목말라있던 외로운 아이였을 뿐이다. 상대가 누구이건간에 자신에게 관심을 쏟아줄 수 있고, 자신 또한 화답할 수 있는 그런 관계.
고독함과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으로 엮일 수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수없이 많은 다름이 존재한다. '12년 8개월 하고도 9일'로 자신의 나이를 못박는 인간 소년과 '12년.. 그보다 더이거나 덜이거나'라고 얼버무리는 뱀파이어 소녀. '12년 8개월 하고도 9일'을 살아온 오스카에게 엘리는 치명적일 정도로 큰 존재지만 삼백년을 넘게 살아온 엘리에게 오스카는 어쩌면 찰나의 인연일지도 모르겠다.

-

엘리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된 여인은 자신이 매우 무섭고 위험한 병에 감염됐음을 깨닫는다. 빛에 대한 공포, 자신을 보고 달려드는 고양이들 등에서 그녀는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 또한 뱀파이어가 되었다는 것을.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는 걸 도와달라고 간청하고, 열린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에 타들어가며 죽음을 맞이한다. (뱀파이어는 빛을 쬐면 안되지) 흡혈과 같이 이제는 자기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욕구를 억누르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바에야 차라리 자신이 죽는 걸 택한 이 여인은 내게 '성숙한 사랑'의 상징이다.
반면 엘리는 철저하게 생존욕구에 충실한 뱀파이어다. 차라리 악인들만 피를 빨아 죽인다면 또 모를까, 그녀의 공격의 대상은 무차별하기까지 하다. 그녀에겐 사랑도 결국, 생존욕구에 뒤지는 감정일 뿐이다. (어쩌면 생존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같기도.... 이유는 바로 다음에.)

-
셋 중 가장 안타깝고 안쓰러웠던 이 세번째 사랑. 바로 할아버지의 엘리를 향한 사랑이다. 원작 소설에는 이 할아버지의 뒷이야기가 좀 더 자세히 나온다는데, 적어도 영화가 보여주는 걸 통해 어느 정도 추정 가능한 그는 이렇다. 한 때 오스카처럼 엘리의 사랑을 받은 존재였으나 지금은 나이를 먹지 않는 그녀와 달리 늙어버려 그녀의 생존을 돕는 존재. 엘리가 먹을 피를 공급하기 위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고, 한 소년을 죽이려다 들키게 되자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도록(엘리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염산을 끼얹어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남자. 자신의 피까지도 엘리에게 주고는 죽음을 맞이하는 남자 -. 그야말로 엘리를 위해 '아낌없이 다' 주고 떠난다. 무조건적이고, 희생적이지만, 맹목적이며 다른 사람의 희생을 수반하는 사랑.
이 할아버지를 단순히 엘리의 하인이나 보호자 격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건 분명히 사랑의 관계다. 오늘 밤만은 그 소년을 만나지 말아달라는 할아버지의 대사에서 묻어나오던 것은 결국 사랑하는 자로서의 '질투'였다.

성장


다른 할 말도 많지만 성장 측면만 더 언급하고 영화 <렛 미 인> 에 대한 두서없는 내 감상은 맺으려고 한다. 내게 이 영화는 결국 '성장 영화' 였다. 성장기의 외로운 소년이 자신의 '안'에 소녀를 받아들이면서 변화를 겪게 되는 그런 성장 영화 말이다.
소녀를 만나기 전 소년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반항 한 번 못하던 아이였다. 얼굴에 생채기가 나도 찍소리 한 번 못하고 집에 가선 놀다 넘어졌다는 변명으로 상처 뒤의 어둠을 숨기기만 했던 소년. 그런 소년이 소녀를 만나고부터 달라진다. 괴롭힘을 당하면 그 이상으로 받아치라는 소녀의 논리를 받아들인 후에야 소년은 처음으로 bully에게 반격을 가한다. 그와 동시에 엘리에게 죽음을 당했던 족크의 시체가 발견된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소녀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순백의 눈으로 뒤덮인 세상에 검붉은 피가 흩뿌려지는 것과도 같다. 처녀막이 파열되듯, 그 성장과정은 고통과 잔인함을 수반하는 수용과정이다. 소녀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어디까지나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들에 대한 복수를 꿈꾸게 하는 소품이었던 칼은 이제 사랑하는 존재 - 소녀- 를 지키기 위한 도구로 새롭게 등장한다. 소녀를 만나고부터 소년은 자신을 가두던 벽을 넘어 그 벽 밖에 있는 소녀와 소통할 방법을 찾아 모스부호를 공부해 온다. '나'만 존재하던 세상에 그 이상의 존재감을 갖고 소녀가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다. 영화 제목인 <렛 미 인> (원작은 Let the right one in )과 영화 속 '들어가도 될까?' 란 질문도 이 받아들임의 과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떡밥'을 먼저 던진 건 엘리지만, 결국 그것을 받아들인 건 오스카 자신의 의지였다.




...그리고 잡소리(?)
여자애보다 남자애가 더 이뻐... 헐.. 오스카는 마의 16세를 어떻게 넘길까요 .......
그리고 스웨덴 가고 싶어졌어
Posted by 강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