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2. 10. 28. 10:08

 

포스터

 

트레일러

 

 

 

올해 개봉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때부터 두근거려하며 기다렸던 이 영화, 007 스카이폴.

드디어 개봉 2일차인 어제 아이맥스로 관람했다.

대니얼 크레이그의 세번째 007 작품이자, 시리즈 탄생 50주년 기념 작품이기도 한 작품이다.

 

영화는 50주년 기념 영화에 걸맞게 과거와 현재를, old와 new의 만남을 다루며 시리즈의 새로운 분기점을 선사한다.

 

조금은 지치고 늙어보이는 본드, 시리즈를 오랫동안 지켜왔던 한 중요 인물의 퇴장.

늙음과 죽음은 이 영화 전반에 걸쳐져 있는 핵심 키워드이며,

이는 영화 곳곳에 있는 추락의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다.

영화 초반 기차에서 떨어지는 모습에서부터 얼음물 아래로 가라앉는 이미지까지 - 영화의 제목과도 통하는 이미지이다.

 

영화 중간에 M이 인용하는 Tennyson의 <Ulysses>의 한 부분은

'낡음'과 '늙음'에 대해 이 영화가 담아내고자 하는 것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에서 M이 한문장씩 낭독할 때 전율이 흐르던 -

 

"We are not now that
strength which in old days
Moved earth and heaven; that
which we are, we are;
One equal temper of heroic
hearts,
Made weak by time and fate,
but strong in will
To strive, to seek, to find,
and not to yield."

 

 

그러는 반면 앞으로 다가올 50년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듯 새로운 등장인물들과 질문들도 등장한다.

우선은 역대 최고로 어린 무기 담당 Q.

영화 속 본드와 Q의 대화 하나를 인용해본다.

 

 

 

Q: Age is no guarantee of efficiency.

Bond: Youth is not a guarantee of innovation.

 

 

강렬한 각자의 대사에 걸맞게 Q는 역대 최연소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며,

우리의 본드는 old-fashioned한 방법으로 적들을 물리친다. 자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보이려는 듯이.

 

하지만 영화 속에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은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합의점과 공통점을 찾고 협력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특정 인물이 쥐었을 때만 발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최신식 총이 최고일 때도 있지만,

구식무기인 칼이 최고로 활약할 때도 있는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bridge)의 역할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 영화는 냉전이 끝난 21세기의 시간을 사는 우리들에게

왜 아직도 007이 필요한지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제공하려고 한다.

구닥다리같은 냉전시대 유물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왜 이어져가야 하는지.

영화 속 청문회 장면은 대놓고 이러한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가시화하는 장면이다.

 

그런 만큼 영화는 더욱 현재진행형인 사회 문제들과 맞닿아 있기도 하며,

시리즈물 특유의 클리셰도 상당 부분 생략하며 독자적인 세계를 추구한 작품이기도 하다.

 

단순히 화려한 헐리웃 액션으로 가득한 영화가 아닌,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과 철학적 질문을 함께 어우려낸 영화를 만듦으로써

샘 멘데스는 시리즈 사상 가장 독창적이고 품위있는 007을 만들어냈다.

<아메리칸 뷰티>, <레볼루셔너리 로드>, <어웨이 위 고>에 이어 내가 본 샘 멘데스 감독의 네번째 작품.

보기 전에는 걱정을 좀 했다. 샘 맨데스가 액션 헐리웃 영화를 찍는다니!

근데 그냥 최고로구나...... 될 놈은 뭘 해도 되는 것이었던 거다.

 

화면 구성 역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뛰어나다.

특히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 장면은 내가 본 영화들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데칼코마니, 실루엣, 조명 등을 활용하여 짧은 시간 동안 펼쳐낸 화려하고 영상미 넘치는 장면들은

영화 전체를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있기도 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시금 오프닝 크레딧 장면을 떠올리며 소름돋았다는.... )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장면들 중 하나는 상하이 고층 빌딩의 조명들 속에서 펼쳐지는 격투신.

누가 본드이고 누가 적인 지 구분할 수 없도록 한 실루엣 처리.

그리고 그 실루엣의 배경이 되었다가 다시 그 실루엣 전체를 덮어버리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화려한 조명들.

이렇게까지 하나의 예술로 승화된 듯한 액션씬이 또 있을까!

 

뜨거운 불과 차가운 얼음물의 색감이 공존하는 마지막 씬의 장면들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대니얼 크레이그의 연기는 두말하면 잔소리.

그 누가 창백한 금발과 푸른 눈의 본드가 이토록 잘 어울릴 거라고 상상을 했겠는가.

시리즈 사상 가장 많은 반대에 부딪혔던 본드이자 가장 성공적이고 개성적인 본드.

 

악역 하비에르 바르뎀 역시 너무나도 독특한 악역을 연기한다.

하비에르 바르뎀을 말할 것 같으면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안톤 쉬거로 열연했던 배우.

그 캐릭터가 하도 강렬해서 오히려 그 이미지에 머물러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007속 그는 또 역시 너무나도 완벽한 실바였다. (진리의 될놈법칙!)

 

그리고 영화 <향수>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벤 위쇼 역시 새로운 Q에 딱이다.

영화 곳곳에서 적절한 웃음을 주기도 하고, 여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ㅎㅎ)

 

 

남은 2개월동안 더 굉장한 영화를 보지 않는 이상, 내 올해 최고의 영화로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작품.

카지노 로얄 이상으로 좋은 내 넘버원 007작품으로 기억될 영화.

앞으로도 본드가 '007 reporting for duty' 하며 멋지게 등장해 주기를.

 

영화에 대한 감상을 영국 가디언에 실린 한 감상평을 인용하며 마치고자 한다.

 

'Despite the title, he is a hero who just keeps on defying gravity.'

 

 

 

 

 

+ 덧,

마지막 장면 촬영지가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에 더욱 반가웠던 *_*

 

 

Posted by 강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