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1차 포스팅 한 이후로 이어서 근사하고 맛있는 카페들을 계속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비록 몸은 이제 더 이상 오사카에 없지만...

이번에 첫번째로 소개할 곳은 日月餅. '니찌게쯔모찌'라고 읽는다. 가게 이름에서 바로 알 수 있듯, 모찌(찹쌀떡)를 파는 곳이다. 오사카 구루나비를 뒤져보다가 평점이 높길래 방문해 본 곳. 근데 전통 음식을 취급하는 가게 치고는 매우 모던하다. 가게 안을 잠깐 구경해 보도록 할까.

들어가면 매장 가운데에 사진에서와 같이 돌로 된 길고 커다란 테이블이 나타난다. 테이블의 반쪽은 카운터 겸 진열대로 쓰고 있고, 다른 한 쪽은 손님들이 앉아서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사진은 상품들이 진열된 쪽을 찍은 것.  

그리고 손님들의 좌석으로 이용되고 있는 테이블 나머지 반 쪽. 시원스러운 통유리 너머 바깥 풍경이 보인다.

세로로 찍어본 사진. 인위적인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외벽이 자연스럽고 좋았다. 회색과 검은색이면 자칫 우중충한 느낌을 줄 수 있는데, 남쪽으로 나 있는 통유리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 우중충함을 중화시켜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한 쪽에는 이렇게 독특한 디자인의 포장 패키지도 판매하고 있다. 아티스트들하고도 친분이 있는 듯 했다.

테이블 위에는 이렇게 찻잎을 데워 은은한 차향이 나게끔 했다.

벽의 모습

메뉴로는 쿠루미모찌, 쿠루미얼음모찌와 여러 종류의 차가 있다. 차 한 잔의 가격이 꽤 비싼 대신 먹고 싶은 모찌를 하나 선택할 수 있다. 모찌의 종류는 꽤 다양해서 전통적인 모찌에서부터 진분홍색의 후랑보아즈맛 모찌도 있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가장 인기 있다는 쿠루미모찌(700엔)로 선택.

주문을 하면 이렇게 손을 닦을 수 있는 물수건과 물잔을 내어 온다. 물잔이랑 물수건부터 센스가 넘쳐난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랄까.

드디어 등장해 주신 쿠루미모찌.

위에서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 가운데 연두색의 음식이 쿠루미모찌이고, 센베와 차가 함께 나온다. 차는 원하는 만큼 리필이 가능한데, 향도 그윽하고 맛도 꽤 수준급.

쿠루미 모찌 클로즈업. 색깔만 봐서는 와사비에 버무린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완두콩을 갈아만든 것 같은 맛이랄까? 식감은 빵에 발라먹는 스프레드와 비슷하다.

안에 이렇게 하얀 모찌가 동글동글 들어있다. 같이 퍼서 먹어주면 된다.
솔직히 나도 처음엔 색을 보고 좀 비호감이라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너무 고소하고 쫄깃해서 좋았다. 떡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꼭 먹어보아야 할 맛!

센베 클로즈업. 저 검은색 모양은 맛있었는데 앞의 흰색 센베는... 와사비맛이.....
와사비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초밥에 있는 거나 간장에 풀어서 먹는 걸 즐겨 먹을 정도로만 좋아하는 거라고.... 와사비맛 센베는 정말 아닌듯.




내 사진도 빠질 수 없다!


우선은 시끌벅적하고 서민적인 미나미 오사카에 이렇게 세련되고 현대적인 카페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런 곳들은 우메다에야 가야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것도 전통음식인 떡을 파는 가게가! 모던한 분위기와 모찌라는 전통적 음식이 전혀 위화감 없이 잘 어우러지고 있는 공간이었다. 가게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젊은 사람들부터 나이 지긋한 사람들까지 연령층이 매우 다양했고. 떡이나 일본차를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공간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꼭 찾아가 보도록.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和つ花. '왓까'라고 읽는다. 정식 풀명칭은 '蒸しドーナツ和つ花'(무시도나츠왓까). 이름 그대로 구운 도넛이 아니라 '찐' 도넛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다른 곳의 도넛들은 대게 기름에 튀겨 만들기 때문에 냅킨 위에 잠깐만 올려놓아도 기름을 쫙쫙 빨아들이는 걸 볼 수 있다. 크리스피나 던킨처럼 말이지. 하지만 이 곳의 도넛은 쪄서 만들었기 때문에 보다 담백하고 깔끔하다. 도톰보리 쪽에서 신사이바시 쭉 걸어올라가다가 크리스피 지나서 오른편에 위치해 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으로, 인기가 많아서 매장 안에 자리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테이크아웃도 가능. 무엇보다도 이 곳, 전혀 안그렇게 생겨서는.... wifi가 된다!!! 정말 감격스러움...

매장 앞에 이렇게 판매하고 있는 도넛들의 모형을 진열해 놓았다.



가로로 찍은 사진들.

처음 방문했을 때 주문한 도넛들. 먼저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결제를 한 뒤 번호표를 받아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직원이 그 번호표를 보고 직접 테이블까지 가져다주는 식이다. 물티슈와 물도 유리잔 잔뜩 따라서 내어온다.

내가 주문한 도넛들. 오른쪽 분홍색 도넛은 위에 딸기조림이 올려져 있는 것이다. 봄 한정 메뉴

검은콩이 녹차맛 도넛에 콕콕 박혀있고, 안에는 고소한 검은콩 크림이 샌드되어 있다. 정말 내취향의 도넛...... 아니, 이건 도넛이라기 보다는 크림샌드케익같다. 빵의 식감도 너무 폭신폭신하고 부드럽고, 크림도 너무 산뜻하고 깔끔하다. 칼로리도 일반 도넛들보다 훨씬 낮을 것 같다.

이 도넛에는 홍차 크림이 샌드되어 있었다. 이것도 절로 술술 넘어갔다는... 너무 맛있어!

두번째로 방문했을 때의 사진. 정말 그냥 도넛 두 개 구입했을 뿐인데도 엄청나게 정성스러운 세팅.....확실히 일본에선 소비자가 왕이다.

도넛사진들.

이 도넛은 솔직히 좀 별로였음. 위에 흰색 프로스팅(?)이 지나치게 달았고, 계피맛 도넛도 검은콩하고 별로 잘 어울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날 실망시킨 도넛... 결국 남겼다.

하지만 얘는 정말 맛있었다!!!!! 빵 자체는 살짝 크림브륄레 맛이 났다.

그리고 안에는 사워크림치즈와 달달한 밤조림이 얹어져 있다.
밤조림, 사워크림치즈, 크림브륄레 맛이 나는 시트가 어우러지면 얼마나 기상천외한 맛이 날까 싶지만.... 진짜 잘 어울린다. 나도 놀랐음. 빵과 크림치즈야 그렇다 쳐도, 그 안에 밤조림이 전혀 위화감 없이 어울릴 수 있다니!

도넛이라는 서구의 음식을 꽤 근사하게 일본식으로 변형시켜 놓았달까. 일단은 쪄서 만든 도넛이라는 것도 상당히 신개념이었고, 현대적 재료들과 전통적 재료들이 잘 어울리게끔 한, 지나치지 않은 퓨전도 마음에 들었다. 오사카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인터넷도 되고 하니 여러모로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지난번 녹차빙수 사진때 이미 언급된 '마에다'. 오사카 내에 여러 곳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다. 내가 간 곳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니뽄바시 역쪽 남바워크 매장. 매장 입구 쪽에 모든 메뉴의 모형을 진열한 유리장이 있기 때문에, 일본어를 전혀 몰라도 손으로 가리켜 주문할 수도 있겠다. 나는 진열장을 살펴보다가, 마침 봄 한정 메뉴가 있길래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그걸로 주문했다. '한정'이란 단어에 참 약하단 말이지......

모형과 완전 똑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나의 봄 한정 메뉴. 일본은 진짜 가게 앞에 진열된 모형이랑 실제 나오는 음식이랑 진짜 똑같이 생겼다(패스트푸드점은 제외). 정말이지 매번 감탄하게 된다는..... 모형 만들기 장인이라도 있나....?

초코 시럽이 뿌려진 약간 젤리같은 식감의 모찌, 당고, 그리고 딸기와 코코아 파우더가 얹어진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같이 나오는 구성이다. 마시라고 주는 녹차는 무한리필 가능.

인절미 가루가 묻혀진 젤리같은 식감의 모찌. 초콜릿 시럽이 뿌려져 나왔는데, 의외로 잘 어울렸다. 역시 초콜릿은 모든 음식에 어울린다 후후. 초콜릿 피자도 맛있고 말이지. 이 모찌의 식감이 정말 독특한데, 정확한 명칭을 모르겠다. 일본 가게들에서 심심찮게 먹어볼 수 있는 식감.

이 곳 마에다는 당고나 녹차빙수로도 유명하지만 소프트아이스크림도 진짜 맛있다는... 진짜 일본은 유제품이 강한 나라다. 가격이 좀 세긴 하지만 아이스크림이 그 값을 한다고 납득이 갈 정도로 신선하고 산뜻함.

조금 파먹고 나서 찍은 모습.

맛있었던 아이스크림과 찰칵.



우리나라에서는 인사동을 비롯한 강북 쪽에나 가야 겨우 접할 수 있을 법한 전통 과자 카페들이 일본에서는 매우 보편화되어있다. 그리고 손님들의 연령층도 매우 다양하며, 오히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인기가 많은 곳이 대부분이다. 전통 음식을 취급하면서도 가게의 분위기는 매우 현대적으로 꾸며놓거나, 사람들 입맛에 맞게 새로운 방식이나 맛을 개발해 가면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고 있다. 전통적인 것이 전혀 고리타분한 느낌을 주지 않는, 일상 생활에 잘 녹아 있는 모습을 보면 참 부러우면서도, 우리 나라에서 그런 것들이 옅어지게 된 가장 큰 계기 중 하나가 일제강점기였던 걸 생각하면 밉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전통 한과나 떡을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젊은 사람들 입맛에 맛게끔 새로운 맛도 개발하고, 모양도 예쁘게 해서 서양식 디저트의 화려함에 묻히지 않을 수 있도록. 전통의 현대화는 우리것의 세계화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같은 아줌마 입맛의 사람은 정말 대 환영이니까!

암튼, 이것으로 이번 카페 포스팅은 완료.
어서 자야겠다. 내일 같이 교환학생 온 친구들과 건강보험 들고 오므라이스 먹고 쇼핑하기로 했음. 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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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