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토마스 앤더슨'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8.27 Punch-Drunk Love(2003) - Paul Thomas Anderson
영화2009. 8. 27. 15:28


영화를 보고 나서 든 느낌은 이거다. '천재의 장난'
(역시 폴 토마스 앤더슨..)

뛰어난 색채감, 주인공의 감정이라던가 상황에 딱딱 들어맞는 음향효과들과 ost, 탁월한 빛조절. 정말 이 감독은 자기가 가진 것을 어떻게 보여줄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천재 감독과 그의 능력도 그에 걸맞는 배우의 연기가 함께 어우러져야 살아나는 법. 그런 점에서 영화 속 애덤 샌들러의 연기는 정말이지 최고였다. 그저 코미디 배우라고만 생각하고 이전엔 과소평가했던 배우였는데, 이 영화를 보니 생각이 싹 바뀐다. 이전에 내가 봐 온 그의 다른 영화들에서의 실없는 이미지도 온데간데없다. 앞으로는 눈여겨봐야 할 듯.

캡처한 몇 장면으로 짤막하게나마 느낌을 적으며 글을 맺고자 한다.



영화에는 유난히 달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달리면 호흡은 거칠어지고, 심장박동수는 증가한다(obviously....). 달리는 행위는 간절히, 누구보다도 더 빨리 도달하고 싶은 곳이 있을때나 혹은, 지금 있는 곳으로부터 간절히 벗어나고 싶을때 주로 성립한다. 감독은 이 행위를 영화에 적극 활용한다. 누구에겐 별 것 아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겠지만 나는 여기서 역시 앤더슨, 하고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색을 잘 쓴 영화라고 했는데, 이 장면이 바로 그 중 하나이다. 누가 봐도 촌스러운(도대체 누가 저런 옷들을 제 돈 주고 사 입을까 싶은) 새파란 양복과 새빨간 드레스이지만, 영화에서는 일종의 상징으로 쓰여져 시각적으로 더욱 강렬한 효과를 가져온다. 그 남자(=파랑)와 그 여자(=빨강)가 만나서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둘 다 그냥 평범한 검은색 양복이라던가 흰색 블라우스를 입었더라면 이 장면이 그닥 기억에 남지 않았을 거다. 그건 너무 ordinary하니까.


영화에서 최고로 로맨틱했던 장면. 사업차 왔다는 것은 '개구라'고... 오직 그녀만을 위해 하와이까지 찾아간 배리 이건. 우여곡절 끝에 그녀가 묵던 하와이의 호텔에서 재회하는 장면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두 사람만은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서서 서로만을 바라보고 있다. 두번째 스틸컷은 사람들이 다 지나간 후 둘만이 남은 모습.
우선 처음으로 감탄했던 것은 바로 실루엣 처리.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댄 모습은 하트로 보이기까지 하는데, 실루엣이 아니었다면 절대 하트로 보이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굳이 두 사람이 주변에 다른 사람들을 스쳐지나가게 만든 것도 사랑에 대한 무언가의 느낌을 주고 싶어서였을 거다. 내 경우엔 사랑이 바로 저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 세상 그 어느 무엇도 그, 또는 그녀보다는 중요하지 않게 만드는 것. 살아가면서 수없이 스쳐지나가고 놓치는 인연들 중에 그 사람만은 붙잡아 내 옆에 두고 머리를 맞대고 끌어안아주고 싶은 것.
Posted by 강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