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음날 새벽, 아직 해가 뜨기 전인 5시 반쯤 우리는 일어났다. 아침을 여는 탁밧행렬을 보기 위해서는 아침보다 더 빨리 하루를 열어야 했으니까. 탁밧행렬이란 아침에 스님들이 바구니를 들고 공양을 하러 나서는 행렬을 의미힌다. 라오스의 많은 곳에서는 2일에 한 번 정도로 간략화되어가고 있다지만, 이 곳 루앙프라방에서만은 아직까지도 매일 아침 이 행렬이 이루어지고 있단다.
숙소를 나서서 바로 있는 큰길가로 나가니 여기저기서 상인들이 공양에 참여하기 위한 찰밥이나 과일 등을 팔고 있었다. 아직 어두컴컴한 길거리에는 그러한 상인들과 나처럼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외국인들, 그리고 공양을 하기 위해 돗자리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라오스인들과 외국인들로 이른 시간 치고는 꽤 붐벼있었다.

그리고 조금의 기다림 끝에 어둠을 가르는 빛처럼 주황색 천을 두르고 나타난 스님들의 행렬.

라오스 남자들은 일생에 꼭 한번은 스님으로 살아야 한단다. 지금 저 사진속에서 주황색 천을 두르고 걸어가는 어린 스님과, 그들에게 밥을 퍼서 주는 라오스 남자 모두. 한 떄 스님이었거나, 스님인 사람들.
그들은 모두 맨발로 걷고 있었다.

밥을 퍼서 주고있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호기심에였을까, 아니면 그들의 삶과 종교관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을까.

그 조용한 어둠 속에서 이루어지는 조용한 행렬이 끝나고 나자 거짓말처럼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구경하느라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했던 우리는 조마베이커리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다들 맛있다고 추천하며, 여행하면서 한 번쯤은 식사를 하러 찾게 된다는 이 곳. 우리도 그 한번을 가 보기 위해서 조마를 찾았다.
통통한 베이글부터 키쉬, 각종 파이류들이 이른 아침부터 구워져 나오고 있었다. 전날 다 팔지 못하고 남은 빵들은 아침에 무려 50%나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
메뉴판을 보면 빵 이외에도 각종 음료나 샐러드 등의 메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문을 하고 올라와서 본 2층의 모습. 아직 이른 아침이기도 했고, 대부분의 손님들은 1층 자리에 있어서 그런지 2층은 한산하고 조용했다. 노란색 갈색의 벽과 노오란 등, 그리고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이 어우러져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것들. 자그마한 스팀밀크가 딸려나오는 아메리카노와 하와이안피자, 그리고 50% 할인된 어제 만들어진 초코머핀. 초코머핀은 이미 구워져 식은지 오래일텐데도 다시 전자렌지나 오븐에 넣고 살짝 익혀주었는지 갓 구워진 머핀마냥 촉촉하고 따뜻했다. 아메리카노에도 그냥 우유나 프림이 아니라 스팀밀크를 주어서 또 얼마나 좋았는지. 이러한 섬세한 배려들에 그저 감동, 또 감동.
다들 맛있다고 추천한 피자는 소문 그대로 맛있었다. 엄청 도톰하고 토핑도 아낌없이 얹어져 있는데다, 빵 자체가 담백해서 아침부터 먹는 피자치고 담백하고 든든했다. 정말 만족스러웠던 한 끼 식사.
아침커피를 즐기는 내 모습.

커피 한 잔을 당신 앞에 내어놓기 위한 노력들. 커피 한 잔에 담겨져 있는 그들의 이야기.
이런 일러스트까지도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던 조마베이커리.
이런 가게가 한국이나 일본에도 있다면 아마 주인 눈에 띄는 단골이 되고자 열심히 들락날락거렸을 거다.

여유로운 아침식사 이후 우리는 숙소로 들어가 옷을 좀더 얇게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하루종일 돌아다닐 준비를 한 후 숙소를 나섰다. 루앙프라방을 돌아다니기 위해 자전거를 빌리고자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조금이라도 더 싼 곳을 찾으려는데 조금의 예외 없어 모두 15,000낍이란다. 결국에는 한 대여소에서 빨간색의 자전거 두 대를 빌려 한 대씩 나눠타고 루앙프라방 곳곳을 돌아다녔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루앙프라방의 길거리와 메콩강변을 야자수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자전거 타는 기분이란. 이토록 평화롭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찌나 감동스럽던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목이 말라서 커피쉐이크를 사 먹기도 했고, 이따 오후 일정으로 꽝시폭포투어를 예약하기도 했다. 투어는 50,000낍.

햇빛 쏟아지는 거리. 차도 많지 않고 자전거 타기엔 딱이다.
메콩강.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행위가 내게 안겨준 청량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첫번째로 우리가 자전거를 세우고 찾아간 곳은 '왓 씨앙통'. 이 곳 루앙프라방에서는 가장 유명한 사원이다. 가장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엄청난 명소라기엔 볼 것도 많지 않고 작디작은 곳. 엄청난 기대를 하고 간다면 실망할 것이 분명하나, 태국과 닮아 있으면서도 묘하게 다른, 무엇보다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사원의 분위기를 즐기기엔 충분하다. 장식들도 여성스럽고 우아한 맛이 있어 좋았다. 입장료는 20,000낍.
다른 각도로 찍어본 메인 건물.
메인 건물 옆에 별당처럼 세워져 있던 건물. 아쉽게도 설명서가 하나도 있질 않아서 무슨 건물인지 알 길이 없었다.
건물 한 쪽 벽에 있던 장식. 우리나라 나전칠기 벽장같기도 했다. 이런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이 곳곳에 있는 사원. 이 그림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걸까.

이런 장식이 매달려 있는 것은 살짝 중국과 닮아있다.
이 사원에서 가장 유명한 벽화? 암튼 벽에 있는 장식. 아름다워서 그 앞에 한참을 서 있게 되더라.
양쪽에 색색의 꽃들이 피어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사원 내의 탑.

왓시앙통을 나와서는 다시 계속 자전거를 타고 청량감을 만끽하며 빙글빙글빙글.
메콩강변.
진한 파랑하늘과 야자수가 우거져 있는 모습이 순간 배낭여행이 아니라 휴양지에 온 것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키더라.
프랑스 식민지의 영향을 받은 듯한 건물. 하얀 외벽과 테라스가 있는 양식.
여기저기 오토바이와 자전거, 뚝뚝이 세워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길거리.
자전거를 잠그지 않고 세워두어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
여긴 중심지에서 꽤 벗어나 매우 한적던 거리.
정면에 우체국이 있는, 가장 넓고 큰 길거리. 나름 차들이 꽤 지나다니는 길가인데 사진속에선 타이밍이 좋아 완전 텅텅 빈 공터처럼 나왔다.
또 다른 사원. 여기도 메인 건물을 구경하는 데에는 또 돈을 내야 하길래 과감히 포기하고 겉에만 구경. 이곳도 매년 입장료가 오르고 이런 걸로 관광수입을 올리려는 듯. 입장료가 내용 대비 너무 비싸서 포기해도 아깝진 않았다.
묘하게 앙코르와트 분위기가 나길래 마음이 들었던 사원의 한 쪽 구석.
세로로도 찍어보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 주황색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곳곳에 유명하진 않은 나만의 장소를 찾아내는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나만의 기억을 만들고, 같은 장소도 다르게 추억하며 마음 한 구석을 남겨둘 수 있는 것.
길가에 세워진 나와 유진이의 빨간 자전거. 앞에 바구니가 달려있어 편했다. 빨간색인 것도 마음에 들고. (사진빨도 잘받았다)
자전거와 함께 기념사진.
반짝거리는 강물이 너무 아름다웠던 메콩강변.

아름다웠던 강변에서 기념사진도 남기고.
점심으로는 생선구이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저 큼직한 생선구이는 한마리에 15,000낍. 생각보다는 비쌌다. 대신 다른 고기 꼬치들은 5,000낍으로 싼 편이다. 실은 생선도 한국 물가를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니다. 다만 라오스 물가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려 우리가 비싸다고 느낀 것 뿐.
각종 꼬치들과 소시지기 진열되어 있는 모습.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져 나온 생선구이. 무슨 생선인진 모르겠지만 특이한 맛이나 향 같은 것이 없어 나와 내 친구 모두 무난무난하게 잘 먹었다. 짜지도 않고 간도 적당했던 듯.
돼지꼬치를 시켰더니 큼지막한 비계덩어리 두 조각을 주었다. 향은 기가 막혔는데 이게 족발도 아니라고 비계라니...... 평소게 비계는 그닥 즐겨먹질 않아서 결국엔 먹다 남겼다.
비계구이도 남기고 살짝 배가 아쉬운 듯이 차서 카페에 앉아 시킨 바나나케이크. 확실히 유럽 식민지 영향떄문인가 빵이 가격대비 맛있다. 종류도 엄청 다양하고. 망고케이크, 파인애플케이크, 바나나 케이크를 먹어봤지만 바나나가 맛도 제일 살아있고 촉촉해서 가장 맛있었다.

이렇게 케이크와 길거리 과일쉐이크까지 마시고 나니 배는 포화상태. 우리는 오전에 예약했던 대로 1시 반까지 여행사 앞에 도착. 우리와 같이 투어를 예약한 외국인들과 미니밴을 타고 꽝시폭포로 향했다. 사진속으로 질리지도 않게 보아온 신비한 물색의 폭포. 그 사진 속의 장소에 진짜 가게 된다니.

다음 여행기 포스팅은 꽝시폭포와 돌아와서 루앙프라방에서 맞이한 두 번쨰 저녁이야기가 되겠다.




Posted by 강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