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밴을 타고 삼사십분을 달리면서 솔직히 걱정도 했었다. 원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이 그대로 실현될까봐. 꽝시폭포에 대한 지나친 환상이 오히려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내 안에서 해칠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다른 이들의 블로그 등으로 보아온 사진들은 결코 포토샵 등으로 꾸며지고 만들어진 허상이 아니었다. 그 아름다웠던 사진들 조차도 실물의 아름다움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했던 것.
이 모습을 처음 본 순간 떠오른 단어는 우습게도, 또 적합하게도 '선녀탕'이었다. 그만큼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어떻게 이런 공간이 있을 수 있을까.
계단식 카르스트 지형. 물의 색이 저렇게 터키색빛으로 푸를 수 있는 것도 물이 석회수이기 떄문이란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물.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물에 독극물이라도 들어있을 것 같다. 눈 앞에 있는 풍경을 그대로 현실로 인지하기 어려우니까.


신이나서 나도 물에 들어가서 놀 수 있도록 검은 반바지로 갈아입고 비현실적인 물속에 몸을 담갔다.
현재 내 페이스북 메인인 사진.
셔터를 오래 열어 빛이 지나치게 들어간 사진이지만, 나름 비현실적인 공간에 걸맞게 나온 듯한 사진. 그래서 지우지 않고 남겨두었다.
이 사진 보면 제대로 신나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트위터와 카카오톡의 메인사진으로 남은 사진.
딴짓하는 와중에 찍힌 사진이지만 뒤에 다리도 나오고 물빛도 마음에 들어서 좋다.
나 이상으로 사진가 정신을 가지고 계셨던 호주 억양의 한 할아버지께서 찍어주신 사진. 노부부가 함께 여행중이었는데 물 속에 들어간 부인 사진을 찍어주려고 그 나이에 다소 미끄러울 수 있는 물 속 길을 헤치고 걸어갈 정도의 열정. 우리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을 때에도 직접 물 속까지 들어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주셨다. 덕분에 이런 멋진 단체샷이 탄생할 수 있었다.
물 속에 빠져 마냥 즐거워하는 부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행복해하던 할아버지의 미소가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저 나이가 되도록 서로 사랑하며 함께 이런 멀고먼 동남아까지 여행올 수 있다니. 저렇게 늙고싶다며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물 속 길을 헤치고 걸어가 섰기에 남길 수 있었던 사진들.

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공간에 내가 있었음을 조금이나마 더 확실하게 기억하게 되는 건, 결국 사진. 믿기지 않다가도 사진을 보면 이내 끄덕끄덕. 아 내가 정말 잠시나마 저 눈부심 속에 자리할 수 있었던 게 맞구나, 하고.
한시간 반 정도 꽝시폭포에서 머물다 다시 루앙프라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작은 마을을 들린다. 머물렀던 시간은 겨우 십 분 남짓? 근데 이곳, 참 별로다. 볼것도 없는 이 곳에서 우릴 맞이하는 건 라오스 중에서도 정말 못살 것 같은 집들과, 아직 한참 어린 아이들이 조잡한 기념품을 사달라며 올려다보는 모습들. 우리의 발길이 이들의 삶을 때묻게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마을에서 제대로 남길 수 있었던 라오스의 닭 사진. 이 곳 닭들은 하나같이 롱다리이다. 마치 하얀색 부츠를 신은 듯한 저 길게 뻗은 다리의 모습. 그저 감탄, 또 감탄. 살짝 징그럽기도 하고....

실컷 구경을 하고 루앙프라방에 돌아와서는 먼저 자전거를 반납하고, 출출해진 배를 채우러 먹자골목으로 이동했다. 야시장이 열리는 메인스트릿에 있는 호텔 1층의 베이커리 옆길로 이렇게 먹자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각종 꼬치류, 야채부페, 쌀국수 집들이 있어 골라먹기에도 좋다.
먹자골목의 모습.
인터넷으로 사전조사했던 먹자골목의 쌀국수에 도전해 보기로. 둘이서 한그릇을 시켜 나눠먹기로 했다.
이게 그렇게 해서 나온 쌀국수. 고수가 들어가 있지도 않고 정말 우리 입맛에 딱인 국수였다. 국물은 진짜 고기를 푹 삶아 고아낸 것이라 진하고 든든했으며, 고기나 양배추, 쌀국수면도 너무 맛있었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국수에 된장같은 것을 풀어먹기도 한다는 것인데, 도전정신으로 조금은 수상해 보이는 된장을 국물에 조금 풀어내고 먹으니 훨씬 더 맛있었다! 실패하면 어쩌나 하고 조금은 걱정도 되었는데, 국물이 적당히 매콤해 지면서 얼큰하고 개운해서 좋았다. 약간 딴딴면과 비슷한 맛이기도 했고. 추천!
각종 꼬치들을 파는 노점상.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고기들부터 먹으면 탈이 날 것 같을 정도로 수상하게 생긴 꼬치들까지 다양하다. 우린 여기서 닭가슴살 꼬치를 하나 사서 칠리소스를 곁들여 먹었다. 큼직한 닭가슴살 꼬치가 싸고 맛있어서 대만족.
이건 밥먹고 마지막으로 야시장을 돌며 눈에 밟히던 것들을 가격흥정을 통해 싼 값에 사고 난 후 도전해본 길거리 먹거리. 찰밥을 얇게 펴서 간장 같은 것을 발라내고 구워낸 것이다. 짭쪼롬해서 약간 일본식 먹거리 같기도 했던. 한 번 먹어보시길.

숙소에 돌아올 때 맥주며 다른 안주들을 사가지고 들어와 홀짝이면서 우리는 루앙프라방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했다. 여행의 끝이, 헤어져 각자 한국과 홍콩으로 돌아갈 순간이 머지 않음을 감지하고 있었으니까. 따뜻한 날씨와 비일상의 짜릿함과 또다시 안녕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또 한가지 본능적인 이유. 바로 이날 밤이 귀국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숙소에서 마음 편히 침대에서 잘 수 있는 마지막 밤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우리는 다음날 또다시 비엔티엔에서 방콕까지 나이트 버스를 타야했고, 나는 방콕서 만 하루를 보낸 후 새벽 2시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이렇게 또다시 이틀 동안은 침대에서 이불 덮고 제대로 자지 못할 거라는 사실도 루앙프라방에서의 마지막 밤에 대한 아쉬움을 더했다.

Posted by 강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