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2012. 1. 23. 05:14


처음으로 공짜로 무선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그것도 방에서!) 호스텔에서 묵는 기념으로
지금까지의 상황을 간략하게 남기려고 한다.
원래는 매일 블로그에 여행일지를 쓰고 싶었는데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너무 피곤해서 유료 인터넷조차 쓸 마음이 생기지 않더라.

지난 13일 맨체스터 국제공항 도착으로 시작된 내 여행은
벌써 10일째 밤을 맞이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일본에서 제일 친하게 지냈던 친구 중 한명인 안디를 만나서
같이 맨체스터와 체스터를 구경하고 집에 여러번 초대받아서
제대로 된 영국음식을 대접받고 영국 가정집도 구경할 수 있었다.
혼자서는 당일치기로 각각 하루씩 리버풀과 요크를 갔었다.
리버풀에서는 정보 부족으로 1.5마일을 넘는 거리를 굳이 걸어야 했고,
삼십분이 넘도록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려야 했지만
곳곳에서 비틀즈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고,
스트로베리필즈 바로 건너편 집에 사는 친절한 캐내디언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으며,
마티스의 '이카루스'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요크는 두말할 것도 없이 최고. 그야말로 사소한 모든 것들이 내 마음을 움직였던 곳.

호스텔에서 매일 공짜 아침 배불리 먹고
친구가 종종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제공하고 저녁식사 초대를 해주어서
생각보다 영국 파운드화가 많이 남았다.
그래서 좋아하는 캐드버리 초콜릿을 손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샀는데도 불구하고 돈이 남았다는거!
저렴한 심카드로 한국에서처럼 아이폰 3g 마음껏 쓰고
무엇보다도 영어권 국가라서 여러모로 마음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영국.

20일날 안디와 함께 독일 뮌헨으로 넘어와서는
함부르크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친구 플로와 함께 셋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도착하자마자 눈보라가 우리를 맞이하고,
디즈니 성으로 더 유명한 노이슈반슈타인은 공사중이었지만
셋이 다시 함께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진으로만 보고 말로만 듣던 안디의 여자친구도 만나고.
그리고 독일인+독일어 유창한 아이들과 다니느라고
지금까진 언어 장벽 없이 정말 마음 편하게 돌아다녔다.
이제 플로는 돌아갔고
안디는 여자친구네 집에서 하룻밤 묵고 내일 낮에 돌아가는데
이제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나나 싶어서 너무 아쉽고 슬프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보다 빨리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처럼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또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본다. 제발, 부디, 꼭.


유럽여행 한다고 하니까 다들 부러워하기도 하고
졸업 전에 잘 생각한 거라고 말해주긴 했는데
솔직히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겨울여행이라 짐은 무겁고 날씨는 춥고
그래서 더 쉽게 지치고 목도 종종 붓는다.
숙박시설에 돈쓰는 것처럼 돈아까운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한 방에 6~10명이 들어가는 방들에 묵었는데
혼자 편하게 쉬고 싶은 시간에 누군가를 끊임없이 신경써야 한다는 것도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다.
제때 샤워를 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 하는거나
아침에 누군가를 깨울까봐 비닐봉지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도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들.
음... 이래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ㅋㅋ)
무엇보다도 페북에 종종 올라오는 몇몇 동기 친구들의 기업연수 사진들을 보면
나 정말 잘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꾸물꾸물 올라온다.
원래 계획대로 잘 되었다면 나도 지금쯤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었을텐데 하는 미련도 있고...
졸업 제대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나아가서는 졸업 이후의 삶이 내가 원하는대로 굴러가지 않을까봐,
지금의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꿈들을 덧없고 허망한 것들로 짓밟아 버릴까봐 걱정이 된다.

물론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고 이미 진행중인 일이니
매 순간순간을 최대한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며 즐기는 것이 내 몫이라는 것은 안다.
아니까... 실천을 해야겠지...
스스로에게 긍정의 주문을 외쳐줘야지, 아자.

그럼 지금까지 여행하며 찍은 사진 몇 개 올리는 것으로
이번 여행 근황 포스팅은 마치도록 하겠다.
보다 자세한 사진들과 내용들은 나중에 올리겠다고 약속 :)

맨유 구장 보러갔을 때. 박지성 선수의 사진과 찰칵 *_*

맨체스터 시티 구장. 오일머니의 위엄

MOSI에서 찰칵. 나름 경제사 들은 학생이에요.

체스터 놀러갔을 때.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초록색 언덕이 끝없이 펼쳐져 있던 영국. 여기는 언덕은 아니지만...

리버풀 놀러갔을 때. Penny Lane is in my ears and in my eyes~ :)

스트로베리 필즈. 오노 요코와 폴 맥카트니 경의 부인도 만나보았다는, 바로 건너편 거주중인 캐내디언 아저씨께서 찍어주심.

캐번 클럽에서의 무료 공연. 비틀즈의 유명한 넘버들을 멋지게 연주해주신 이날의 공연자분께 무한감사를


요크사진부터는 이상하게 사진이 안올라가네 ㅠㅠㅠㅠㅠ 일단 오늘의 사진 소개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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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