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만에 처음으로 2리터짜리 생수를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엔 원래 88엔짜리였던 것이 100엔이 되었길래 더 싸게 파는 곳이 있겠지 싶어서 안사고 나왔었는데 그걸 땅을 치고 후회를 했었더랬지.
다음날 저녁 늦게 집 근처 이마트같이 큰 마트에 가 보니
프리미엄 생수 빼곤 전부 동이 나 있길래
저녁이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물 대신 마실 수 있는 녹찰 구입했었고.
그런데 그 다음날 오전 열한시 무렵에 갔는데도 그 큰 마트에 2리터들이 물만 없었다.
동일본 지진때문에 물량입고가 불안정하니까 손님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린단 문구만
생수통이 가득 채워넣어져 있어야 할 곳을 지키고 있더라.
물 뿐만 아니라 다른 물품들도 상당 수량 빠져나갈 늦은 저녁도 아니고, 오전 열한시에.
텅텅 빈 칸막이 앞에서 한참을 멍때리고 서 있다가 문득 겁이 나기 시작했다.
물 하나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생활이라니-
그리고 오늘 아침. 열시 이십분 정도에 가니까 생수통이 딱 하나 남아있더라.
다른 누가 집어갈까봐 재빨리 움직여 낚아챘다.
이게 정말 얼마만에 구입해보는 2리터들이 생수통인지 -
엄마한텐 아무런 걱정 말라고, 여긴 물도 다 있고 괜찮다고 했는데
현실은 이렇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가장 중요한 식수가 없어...
물 대체 음료인 우롱차나 녹차 페트병은 넘쳐나지만 그래도 엄연히 다른걸.
아 정말 - 있을 때 미리미리 사 둘걸....
짐 싸는 것도 걱정이다.
잘 쓰지도 않을 거면서 괜히 아까워서 가지고 있던 것들을 미련없이 버리고
고베에 미리 보낼 짐도 엄청나게 큰 상자 가득 넣어두었는데도 아직 남아있는 것들이 한가득.
나 도대체 혼자 어떻게 이 수많은 짐들을 가지고 고베까지 가지......
그리고 이번엔 내 의지와 선택으로 인한 것이긴 하지만
7개월이란 짧은 외국생활에서도 무려 이사를 감행해야 한다는 현실과
한국나이 스물넷 그리 길지 않은 삶 속에서
무려 열다섯번도 넘게 이사를 해 왔다는 사실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계속 짐을 싸고 풀어야 하는 삶에 역정이 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일 연속 무리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더니
어제부터 신호가 오더니 오늘은 완전 목이 붓고 난리도 아니다.
하도 코를 풀어서 머리가 멍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이나 따뜻한 차를 아무리 목구멍으로 넘겨도
한 번 부어오른 목은 쉽게 가라앉을 생각을 안한다. 목소리도 안나온다 지금.
실내에서도 목도리를 하고 이불로 온몸을 꽁꽁 둘러싸고
방 안에 혼자 폐인처럼 골골대며 박혀 있는데
순간 이 모든 상황들에 대한 분노와
이제껏 괜찮은 척 하며 삼켰던 감정들과 상실감, 과거에 대한 기억들, 외로움이
눈물이 되어 한꺼번에 왈칵 쏟아져 나왔다.
정말 몇분간 엉엉 울었던 것 같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열심히 목놓아 운 덕에 지금 목 상태는 더 악화되었다.........
혼자 살면서 아팠던 적은 처음이 아닌데.
목이 이 정도로 부어오른 것도 처음이 아닌데.
오히려 좀만 무리하면 바로 목으로 신호가 오곤 하니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이 글을 끼적이는 지금도 침을 삼킬 때 마다 아프니
내일 오사카성이나 덴진바시 쪽을 가는 건 글렀구나....
빨리 괜찮아져야 하는데, 기운내야 하는데.
나 4월부턴 정말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데-
잘 참아왔는데 결국엔 조금 무너지고 마는구나
역시 혼자 살면서 아픈 것 만큼 서러운 건 없다는 게 진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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