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2015 여름 제주2015. 8. 15. 18:50

숙소 뒷마당에는 길냥이들이 많았다. 정말 많았다.

게스트하우스 주인분께서 챙겨주시는 밥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았다. 

알레르기 때문에 키우지는 못하지만 보는 건 좋아라 하는 나는 

숙소에 도착한 첫날 밤에도, 숙소를 떠나기 전인 다음날 아침에도 유리창 너머의 길냥이들을 바라보았다. 


사진도 한두장만 올리기 아쉬워 그냥 다 올리련당.. 





그냥 만사가 다 귀찮다는 듯한 표정의 길냥님 1호.


뭘 보며 입맛을 다시는 거냥?


또 발끝만 보죠~ 



사람으로 치면 '차렷' 자세 같달까. ㅎㅎ 늠름한 포즈 취해준 길냥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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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9 제주 1st day  (0) 2015.08.15
Posted by 강지님
유랑/2015 여름 제주2015. 8. 15. 10:28

2011년 1월 라오스를 함께 갔던 유진이와의 제주 여행. 


여행의 시작은 매우 충동적이었다. 

친한 언니와 보라카이를 갈까 하다가 도저히 사이즈가 나오지 않아 포기를 한 후, 

꿩 대신 닭(...)라고 부산 앞바다라도 볼까 싶어 공기업 지방이전으로 부산에 살고 있는 유진이에게 

'야, 나 부산 가면 놀아주고 재워줌?' 이라고 물어보았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은 '우리 부산에선 이미 봤었으니 제주도에서 보는게 어때'.


알고보니 유진이는 내가 연락하기 바로 직전에 충동적으로

소셜커머스에서 마침 할인중이던 부산발 제주 왕복 항공권을 질러놓았던 것이다. 


어짜피 부산도 갈거였으면 ktx 왕복요금 약 10만원을 부담해야 했으므로, 대충 15만원 미만이면 가겠다 말하고 찾아보니 

마침 제주항공에 약 12만원 정도에 티켓이 있어 고민하지 않고 바로 구입했다. 


뚜벅이 여행을 할까 하다가 그래도 제주는 해안가 도로 달리는 맛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정말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겠다는 큰 결심을 하고는 지난 2주동안 정말 열심히 운전을 했고, 

주차를 제외하고는 나름 빗길/밤길/골목길 운전 가리지 않고 해보며 자신감을 키웠다. 


나는 김포발, 유진이는 부산발이어서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완전히 맞출 수는 없었다. 

해서 나는 일부러 한 두시간 정도 미리 도착해 잠깐 바다라도 구경하다 다시 공항으로 데리러 가기로 했다. 


제주공항에 내려 예약해둔 렌트카를 받고, 바로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을 풀로 채우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내가 네비에 찍어둔 첫 장소는 애월에 위치한 '리치망고'였다.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애월의 hot spot이고, 수많은 포스팅들과 직접 방문한 지인들로부터 강력추천을 받아왔던 곳이다.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라도 보아온 서울의 길과는 달리, 제주는 전혀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살짝 긴장했었는데

로터리를 제외하고는 길도 훨씬 단조롭고, 교통량도 적어 바로 익숙해졌다. 


공항에서 리치망고까지는 대략 3~40분 정도. 

목적지가 가까워지면서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고, 내 마음도 덩달아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도착해보니 역시나, 사람들도 차들도 바글바글했다. 

원래 주차장이 있는데 만석. 갓길에 주차하려고 하니 주차요원이 나와서 막는다. 

그럼 어디다 주차하나요 ㅠㅠ 라고 물어보니 바로 옆의 골목길 언덕에 주차하라는 것이었다. 

언덕길+평행주차의 고난이도 주차를 여행 첫날부터 해야한다니? 맙소사.. 

하지만 천천히만 하자+남의 차 박지나 말자 고 생각한 후 차분하게 했더니 생각보다 쉽게 성공... 헐 나님 멋있어



 

사진으로 엄청 보아왔던 샛노란 가게의 외관, 그리고 배경으로 펼쳐진 진하도록 푸르른 하늘. 

외국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 물씬 


망고쉐이크 한 잔을 주문하니 '전지현'이라는 팻말을 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는 이렇게 주문하면 연예인 이름 팻말을 하나씩 주고 음료가 나오면 실제로 팻말의 연예인 이름으로 불러준다. 

전지현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선 누구나 연예인과 동명이인이 된다 ㅋㅋ 오글오글..  


음료를 받아들고는 가게 앞 길을 건너 바다를 배경으로 주스사진 찰칵. 

푸른 제주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진한 망고 100% 주스는 그야말로 꿀맛 !! 유명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애월~협재쪽 갈 일 있으면 꼭 들려볼 것을 추천한다. 


반쯤 마신 주스를 들고 다시 차 안에 타니 이번에는 또 차 뺴는 것이 걱정 ㅋㅋㅋㅋㅋㅋ

차와 차 사이에서 차를 빼는것은 쉬웠지만 어떻게 내려가느냐가 관건이었다. 

후진을 해서 나갈지, 아니면 각도가 잘 나오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기를 쓰고 차를 돌려 나갈지 고민하다가 

결국 후자를 선택. 근데 또 그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닌가... ㅋㅋㅋ 우왕 ㅋㅋㅋ 


시간이 벌써 꽤 지났길래 다시 공항으로 차를 돌려 유진이를 픽업했다. 

그리고는 바로 서귀포시로 직행.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가는 경우 보통 평화로나 516로를 추천해 주는데, 

516 도로의 경우 나도 예전에 가족여행차 방문했을 때의 기억으로 익히 알고 있지만

급커브 구간의 연속+밤에 매우 어두움+안개까지 끼면 운전고수도 답없는 경우가 많아 평화로를 이용했다.

516 도로와는 달리 평화로는 운전하기 매우 수월했고, 우리는 네비가 알려준 시간보다도 더 빨리 서귀포에 도착했다. 


서귀포에 도착한 우리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올레시장. 

이 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거나 포장해서 숙소로 갈 생각이었다. 

근데 공영주차장이 어디있는지 몰라 처음에 골목길을 여러번 돌며 헤맸다. 사람들 지나다니는 시장길 한복판을 차로 통과하기도 하고 ㅠㅠ 하... ㅋㅋ

골목길 빙글빙글 끝에 공영주차장을 찾았는데 그마저도 2층까지 올라갔는데도 주차할 공간을 찾기가 어려웠다. 

차 빠지는 것을 기다리며 2바퀴째 돌고 있는데 우리 앞에 드디어 차가 한 대 빠져 주차를 하려고 보니 

바로 뒤에 우릴 따라 오던 차+바로 앞에 갓 주차장 진입한 차까지 해서 재빨리 주차를 하지 않으면 엄청 욕들어 먹을 것이 뻔했다. 후방주차할 각은 전혀 안나오고 전방주차만이 답인 상황이었는데 지난번에 관악산 주차장에서 주차 연습 했을때를 생각하면... 흠.. 

그래도 간신히 얻은 주차공간을 놓칠 수는 없었으므로 심호흡 세 번 정도 하고 했는데 또 생각보다 쉽게 성공.

운전 관련해서는 운이 따르는 첫날이었다. 



주차하고 내려서 찍은 올레시장 입구.  


올레시장 아케이드 내 찰칵. 이중섭 거리도 근처라서 그런가 이중섭의 소 그림 모양도 붙어있었다. 우왕. 


 

이 날 우리가 올레시장에서 구입한 것 하나. 귤하르방. 

한 번에 바로바로 구워져 나오는 것이 아닌 모양이라 가장 줄을 길게 설 것이라고 예상했던 제일떡집보다도 더 오래 기다려서 먹게 된 간식거리 되시겠다. 

그냥 돌하르방 모양의 귤잼이 들어간 빵이다. 예측 가능한 맛이긴 하지만 또 제주도에 왔으니 이런 거 먹어줘야지... 

가격은 8개에 3,000원. 갓 구워져 나와 따끈따끈하지 먹을 만 했다. 가격도 나쁘지 않고. 

 

 

제주도에 왔으니 과일주스도 보일 떄 마다 사마셔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ㅋㅋ 

시장 곳곳에 주스 파는 곳이 정말 많고, 맛도 다 거기서 거기일 것 같아 그냥 대충 눈 앞에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 천혜향 주스 두 잔을 구입했다.  


그리고 이 충격적(?)인 비쥬얼의 김밥은 올레시장에서 제일 궁금했던 음식 되시겠다. 바로 우정회센터의 꽁치김밥!!

원래는 매장에서 앉아서 먹는 손님들한테 주는 김밥이었는데, 워낙 인기를 끌어 김밥만 따로 포장용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들은 것 같다. 한 줄에 4,000원.


머리부분 클로즈업. 눈빛이 참 아련하다. 꽁치야 미안.. 근데 네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더라  


단면 클로즈업! 다른 재료 없이 정말 꽁치만 들어가 있는 김밥이 얼마나 맛있겠어 하는 의문과 비릴 것 같다는 걱정이 있었는데 웬걸, 진짜 고소하고 맛있었다! 머리쪽은 살짝 비리긴 했지만 나머지 부분은 그냥 고소함 그 자체. 갈 일 있으면 꼭 먹어보기를 


시장에서는 이 정도로 먹고, 마지막 메뉴 하나는 포장해서 숙소에서 맥주와 함께 먹기로 했다. 바로 중앙통닭의 마늘통닭. 

처음에 1호점에 갔는데 무려 30분이나 기다려야 할 것 같다길래 다른거 먹을까 했더니 아주머니께서 

바로 옆에 2호점이 있으니 가보라고 알려주셔서 간 곳이 바로 사진 속의 매장이다. 

그런데 뭐지? 항상 튀기고 있어서 그런건지 주문과 동시에 바로 포장해서 주시는 것이 아닌가. 

계산해서 치킨 한 마라를 받아드는 데까지 합쳐서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정말 초스피드...여러분, 2호점엘 가세요.


치킨을 사들고 찾아간 우리의 첫날 숙소는 '달팽이 게스트하우스'

한옥집을 개조한 고즈넉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었다.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제주 돌담길을 따라 들어가면 위치한 곳으로 

평화롭고 조용하여 '힐링'이라는 단어가 적절히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달팽이 윗집이 있고 아랫집이 있는데 우리가 묵은 곳은 아랫집. 

2인실 방에 짐을 풀고 씻은 뒤, 주방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이런 느낌있는 등이 걸려있고 (사진 속 우측 하단에는 니모 물고기 인형도 있당 +ㅁ+) 


 

이렇게 너무나도 멋진 책꽂이와 마루가 있는 공간! 

정말 마루에서 뒹굴거리며 책 읽다 잠들고, 또 읽다 잠들고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공간이었다.  


오래된 타자기나 


난로 위 목각인형들,  


싱크대 창틀 위에 놓인 말 인형들까지. 

소품 하나하나 다 센스있게 놓여있던, 너무나도 매력적이던 공간. 

따뜻한 느낌의 조명과, sky fm 앱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오던 재즈선율까지 마음에 쏙 들던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 휴게공간을 친구랑 나랑 단 둘이서 독차지할 수 있었던 것까지!! 

 

 

좀 식었어도 맛있던 마늘통닭. 캔맥주를 곁들이니 그야말로 환상궁합. 

아늑하게 우리를 감싸주던 공간 속에서 

6월 이후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그 다음날 일정을 짜고, 맛집은 또 어딜 가면 좋을지 하는 행복한 고민을 했다. 


제주에서의 첫 날은 per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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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동안 가장 열심히 한 것이 있다면 공부가 아닌 바로 '운전'. 

제주도에서 차를 빌려 다니겠다고 연수도 받고, 나눔카를 이용해 시내 곳곳도 다녀보아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물론 주차는 빼고... 주차는 진심 어렵다. 앞바퀴와 달리 뒷바퀴 움직임은 아직 와닿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배울땐 후방카메라로 쉽게 감 잡고 했었는데 없이 하려니 끙끙. 


지하철로, 버스로 다니던 서울은 차로 다니니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보행자로 걷던 골목골목은 차로 기웃거리니 생경한 장소로 다가온다. 

조수석에 앉아, 또는 공항버스에 몸을 싣고 달렸을 때의 강변북로는

낮에는 수면에 반사된 햇빛으로, 밤에는 수면에 일렁이는 조명으로 반짝거리고 아름다운 길이었지만 

직접 운전자가 되어 핸들을 쥐고 달릴 때의 강변북로는

측면의 풍경은 그냥 흘려보내며 속도에 몸을 맡겨야 하는 곳이었다. 참 다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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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beats the feeling of being with people who love and respect you for all that you are, even at your lowest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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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기도 하고, 공부를 생각보다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제외하고 개인적으로는 나름 만족스러운 여름이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내 주변 사람들 중에선 많다.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묵묵히 응원을 해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 무기력감까지 느끼기도. 

우리가 던져진 이 세상에선 왜 이리도 치사하고 불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지. 

작은 행복과 믿음 하나 지키며 살기에도 왜 이리 버겁고 힘든 경우가 많은지... 



좁은 바닥에서,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것 하나.

처음 들었을 때는 겨우 가라앉힌 감정이 다시 확 올라오며 분노에 부들부들 몸이 다 떨릴 정도였지만 이젠 아니다. 

그 철없음과 미숙함이 딱하고 안쓰러울 뿐이고, 벗어난 내가 참 다행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답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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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 

복근 다시 보이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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