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라오스와 방콕 여행의 마지막 여행기다. 이것만 올리고 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에서 돌아다닌 이야기들을 적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후련하다. 가족여행 사진에, 일본 사진에, 밀린 사진들과 이야기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빨리 후다닥 해치우고 싶달까.
하지만 동시에 몰려오는 이 아쉬움은 뭘까. 아마도, 여행기까지 다 써버리고 나서야 내 여행이 진짜 끝날 것만 같아서가 아닐까. 여행기를 쓰기 위해 수십장의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들여다보고 그 중에 괜찮은 것들을 골라가면서, 그 사진 한 장이 담기기까지의 일들을 떠올리는 게 참 재미있었는데. 한 달 전쯤의 일들을 다시금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생해나가며 다시 그 곳 거리들을 누비고 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는데. 정말 재미있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기분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암튼, 1월 8일 오후, 유진이랑 헤어지고 나서 나는 짐 톰슨 하우스까지 씨암패러곤에서 걸어가기로 했다. 캐리어를 끌고 가야 해서 그렇지 그리 머지 않은 길에 계단도 별로 없는 길이라 가는 길은 수월했다. 운하를 건너는 다리가 나타날 때 까지 걷다가 그 운하를 따라서 조금만 걸어가면 끝.
이렇게 씨암패러곤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운하가 나타난다. 물 색이 더럽긴 하지만 바라보고 있자면 묘하게 평온해진다. 이 부분만큼은 살짝 도쿄 시모기타자와 쪽도 닮아있는 듯 했다. 낯선 여행지에서 잠시나마 지난 여행의 추억에 잠길 수 있었던 순간.
운하를 건너는 다리에는 이렇게 상당히 '방콕스러운' 코끼리 장식도 있다. 일반 다리에 있는 것 치고는 상당히 화려하고 자세한 장식이어서 사진으로 남겼다.
이런 운하를 따라 쭈욱 걸어가다보면
짐 톰슨 하우스 안내표지와 마주하게 된다.
드디어 짐 톰슨 하우스에 도착! 우선 매표소에 가서 티켓을 끊었다. 방콕만 자세히 나온 가이드북도 없는 처지라 대충 아이폰 와이파이로 입장료가 100바트라는 것만 조사해서 갔었는데, 도착하고 보니 학생은 50% 할인된 금액으로 관람할 수 있다고 했다. 브라보! 덕분에 50바트를 절약할 수 있었다. 역시 학생 신분으로 있을 때 더 많이 보고 돌아다녀야 한다니깐. 집의 내부는 혼자서 아무렇게나 관람할 수는 없고, 반드시 가이드 투어에 참가해서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관람을 해야 한다. 한국어 안내는 없고 다른 외국어로는 영어, 불어, 일어 가이드가 있다. 나는 당연히 영어 가이드를 선택했다. 새 투어가 시작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먼저 기념품 숍을 구경하거나 벤치에 앉아서 쉬면서 시간을 때웠다.
벤치에 앉아서 쉴 때 찍은 짐 톰슨 하우스의 전경. 개인 집의 정원을 이렇게 울창하고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니. 그리고 녹색 나무들이 붉은 색의 집과 잘 어우러져 자연친화적인 인상을 남겼다.
가로로도 찍어본 사진.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기념으로 남긴 사진. 혼자 돌아다니다 보면 친구와 같이 있을 때 보다 사진 찍기가 힘들어진다.
정원에 있던 식물들 중 신기하게 생긴 붉은 녀석이 있어서 찰칵. 혼자만 붉은 색이어서 튀기도 했고, 커튼이 드리워진 것 같기도 해서 여러모로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제 때 시작된 영어 가이드 투어. 가이드는 심한 태국식 영어를 구사했지만,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실내에서는 안타깝게도 사진을 찍을 수 없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가방을 사물함에 보관해 두어야 한다. 가방까지 보관해 두어야 하나 싶어서 처음엔 어리둥절했었는데, 안에 들어가서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짐 톰슨 하우스 내의 아주 소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식품들은 유리관으로 보호되어 있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아유타야에서 가져온 불상을 비롯해서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물건들이 한두가지가 아닌데도 말이다. 누군가 나쁜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가져갈 수도 있는 상황.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에 부득이하게 가방을 맡기도록 하고 있으니 양해를 구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짐 톰슨이란 사람은 태국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존경을 받는 외국인 중에 한명이라고 한다. 군인 신분으로 태국에 왔다가 그 매력에 빠져서 이 곳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은 그. 특히 태국 실크의 아름다움에 반해 실크의 질 개선과 상품화에 주력했고, 덕분에 오늘날의 태국산 실크가 명성이 자자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 아름다운 집에서 10년도 채 살아보지 못하고 행방불명 되었다는 사실도 그를 더 유명하게 하는 데 한 몫 했다. 그는 어디로 간 걸까.

짐 톰슨 하우스를 구경하고 나서는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 위해 한인 여행사에서 공짜로 얻어온 지도를 펼쳐보다가, 마침 운하 주변에 마사지샵이 하나 있길래 가서 마사지나 한 번 더 받기로 결심했다. 한국 가면 언제 이렇게 마사지를 받아보겠는가. 내가 찾아간 마사지샵은 P.Pleon이란 곳으로, 고급스러운 마사지샵은 아니지만 나름 가격대비 실속을 자랑하는 십년이 넘은 마사지샵이었다. 1시간짜리 발마사지를 하면 머리와 어깨마사지도 서비스로 해준다길래 그걸로 선택했다. 편한 마사지 의자에 앉아 먼저 차를 한 잔 대접받고, 시원한 젤을 발라가며 하는 마사지를 받으니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듯 했다. 그래, 역시 마지막 날에는 이런 마사지가 제격이지. 그동안 너무 많이 걸었고, 너무 무거운 짐을 들어왔으니까. 가격도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데 카오산의 길거리 마사지보다 훨씬 실력있고 좋았다. 덕분에 파리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오는 줄도 모르고 반쯤 졸면서 정말 편한 한시간을 보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태국식 마사지를 받아보고 싶다면 망설임없이 추천.
혼자 있으니 마사지를 받고 있는 내 모습을 찍을 수도 없고, 아쉬운 대로 마사지가 끝나고 나서 옆자리에 놓여있던 수건과 연꽃 장식물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보라색 타올과 분홍색 꽃잎의 색 조화가 너무 마음에 든다.
다시 씨암쪽으로 걸어가는 길. 왼쪽에 씨암 디스커버리가 보인다.

아직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고, 거대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지를 정도의 돈은 없었던 데에다 조금 피곤했으므로 나는 카페에 들어가서 조금 쉬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도 한국인 사이에서 입소문난 가게들만 표시되어 있는 지도를 펼쳐보다가 망고로 만든 디저트 전문점이라는 '망고탱고'에 가 보기로 했다. 씨암스퀘어쪽.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가게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분명 지도상으로는 이 쯤에 있어야 하는데. 한참을 헤맨 뒤에야 그 쪽이 최근에 화재가 나서 한 블럭 내에 있던 가게들이 통째로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망고 정말 먹고 싶었는데. 아쉬움을 달래면서 또 어디에 가 볼까 하다가, 지도상에도 표시되어 있고, 방콕 현지 젊은이들로 바글거렸던 '밀크플러스'란 가게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현지인들에게 인기있는 가게 치고 실패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밀크플러스는 가게 이름에 걸맞게 우유를 파는 가게였다. 그것도 그냥 흰 우유만 팔지 않고 저지방 우유, 단맛을 가미한 우유, 석류맛, 초코맛, 딸기맛, 망고맛 등등 다양한 맛의 우유들이 한가득. 우유 뿐 아니라 그 우유들로 만든 쉐이크 음료들도 많았고,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는 각종 토핑을 얹은 토스트들이 있었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석류맛 우유쉐이크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가격은 60밧. 카오산로드에서 수박주스를 20밧에 사 먹은 것에 비하면 착하지는 않은 가격이다. 수많은 현지인들 속에서 외국인은 나 단 한명. 나는 주문한 쉐이크를 받아다가 가게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홀짝이면서 앞으로의 일정을 정하고 일기를 쓰면서 휴식을 취했다. 방콕의 젊은이들을 힐끔힐끔 쳐다보기도 하고.
이것이 내가 마신 석류맛 우유쉐이크. 근데 이것, 정말 맛있었다. 우유로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텁텁한 맛 없이 깔끔하고 상큼하다. 역시 괜히 현지인들에게 인기있는 게 아니었구나, 이 가게. 정말 한국에 분점 하나 차려서 매일 만들어 먹고 싶을 정도의 맛이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맛. 방콕에 또 가게 된다면 꼭 또 먹으러 찾아가고 싶다.
가게 내부는 '우유'를 파는 가게임을 강조하는 장식들이 곳곳에. 심지어 화장실 문에도 소 캐릭터 그림을 붙여놓았다. 귀여워!

밀크플러스에 나와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씨파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다. 역시 씨암 스퀘어 쪽에 있어서 밀크플러스에서 그닥 멀지 않았다. 영어 메뉴가 있긴 하지만, 몇가지 주요 메뉴들만 소개한 것 뿐이어서 살짝 아쉬운 감이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태국어를 알 길이 없는데. 결국 영어 메뉴에 소개된 것 중에서 예산에도 맞고 맛도 있어 보이는 계란과 햄을 넣은 국수를 주문했다.
이것이 내가 주문한 국수. 그릇째 구워서 나온듯 했다. 전혀 짜지 않고 담백한 데에다 동남아 특유의 향도 없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맛있는 국수를 이 정도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우리학교 학식 사 먹을 정도의 돈만 내고 즐길 수 있다니, 태국은 정말 천국이다. 정말 진지하게 태국으로 교환학생 왔어도 좋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들도 싸고 맛있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물건들 중에 없는 것도 없고, 저렴한 비용으로 주변 나라들도 쉽게 여행할 수 있으니 교환학생지로는 정말 적합하지 않은가!
이것은 후식으로 시킨 것. 망고와 코코넛 연유를 부은 찹쌀밥이다. 찹쌀밥과 망고를 같이 내온다는 것이 좀 신개념이긴 하지만 맛있다. 아니, 찹쌀밥이야 그렇다 치고 나는 내가 코코넛 연유를 밥에 부은 것도 맛있게 먹을 줄은 몰랐다. 어렸을 때 간혹 우유에 밥말아 먹는 아이들을 보면 심하게 비위가 상하곤 했었는데, 이건 정말 맛있었다. 망고의 상큼함과 찹쌀밥의 쫀득함, 그리고 코코넛 연유의 달달함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고나 할까. 아, 근데 적어놓고 보니 죄다 맛있다는 평밖에 없다. 왠지 다들 나에게 맛없는게 뭐냐며 내가 맛있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을듯.....

저녁을 실컷 여유부리며 먹고 나서는 칼립소 쇼가 열리는 아시아 호텔로 이동하기로 했다. 씨암에서는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 그냥 걸어가기로. 어짜피 전철역 구간이 우리나라보다 짧기 때문에 걸을 만 했다. 다만 좀 많이 어두컴컴하고 인적이 드물었다는 게 문제지....
마지막으로 찍어본 씨암패러곤. 바이바이 씨암, 다음에 또 보자꾸나.
건너편 씨암스퀘어 쪽도 마지막으로 사진에 담아보고,
아시아 호텔까지 걸어가는 길은 차들만 헤드라이트를 키고 쌩쌩 지나갈 뿐, 인적은 정말 드문 길이었다. 엄마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또 여자애가 겁도 없이 그런다고 뭐라고 한소리 하셨을 법한. 위의 사진은 딱히 방콕다운 분위기는 없지만, 도로에 차의 불빛이 번져나가는 게 마음에 들어서 굳이 여태껏 간직하고 있다가 올린다.
뒤쪽을 보면 이렇게 차에서 나오는 붉은 불빛들로 물들어 있는 도로. 도시의 밤은 가끔씩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방콕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술집들이 즐비한 거리도 나타났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아시아호텔. 카오산의 여행사에서 예약하고 받은 종이를 내밀자 이렇게 티켓으로 바꾸어 주었다. 가운데 부분은 자신이 간직할 수 있는 티켓이고, 왼쪽 부분은 들어갈 때 직원이 가져가는 부분, 그리고 오른쪽 부분은 free drink 쿠폰이다. 생맥주나 커피, 탄산음료나 주스를 한 잔 무료로 즐기며 관람할 수 있다. 나의 초이스는 당연히(!) 생맥주.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기엔 가벼운 맥주 한잔에 어울리니까.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객석. 서너명이 한 테이블을 공유하며 앉는 구조다. 붉은 테이블과 붉은 조명이 너무 예뻐서 카메라를 들 수 밖에 없는 풍경. 영화 물랑 루즈에서나 볼 법한 이런 붉은 조명의 분위기에 공연 시작 전부터 두근거렸다.

그리고 드디어 쇼가 시작되었다. 트랜스젠더들이 약 한시간 동안 펼치는 너무나도 유쾌하고 신나는 카바레. 팝송이나 뮤지컬 넘버, 아시아 전통 노래 등에 배우들이 립싱크를 하며 연기를 펼치는 쇼인데, 어쩜 그리도 입이 가사와 딱딱 맞아떨어지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그 수많은 외국어를 다 구사하는 건 절대 아닐텐데. 그 프로정신에 한 번 놀라고, 화려한 무대에 또 한 번 놀라고, 여자인 나보다 더 예쁜 트랜스젠더들의 외모에도 놀라고. 놀라움과 화려함의 연속인 공연이었다.

그럼, 이제부터는 칼립소 쇼에서의 사진들이 이어집니다. 감상하시길.
사진이 좀 많으니 스크롤 압박도 사전에 양해를 구합니다.



옛 중국 노래에 맞추어 결혼식을 연기하던 장면.
내가 보기엔 이 언니(?)가 제일 예뻤다. 사진이 잘 못나온듯...


원더걸스의 노바디도 있었다! 정말 반가운 마음에 찰칵찰칵. 한국인 관광객들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이 관람하는 칼립소 쇼에 원더걸스라니. 방콕의 큰 서점에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들에서도 죄다 한국 아이돌 특집기사들을 다루고 있어서 놀랐었는데. 한류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무대.

다음으로는 일본 전통 노래에 맞추어 1인 연기가 펼쳐졌다. 저 분, 엄청 코믹한 연기로 모든 관중들의 환호와 사랑을 온몸으로 받았다. 뭔가 일본적인 것으로 엄청난 웃음을 산 무대. 일본사람들이 본다면 좀 불쾌할 수도 있겠는데 싶었는데 역시나, 마침 옆에 앉아있던 일본인들이 뭐야 왜 일본 노래는 저렇게 우스꽝스럽게 하는거야, 라고 궁시렁 궁시렁.
마돈나처럼 꾸민 글래머러스한 분도 나타나주시고,
한국의 부채춤도 등장. 아리랑에 맞춰 부채춤을 추는데 나름 잘한다. 일본 전통 노래에 맞춘 연기는 심하게 우스꽝스러웠던 반면, 부채춤 무대는 매우 조용히, 그리고 아름답게 펼쳐졌다. 내 앞에 앉은 백인 노부부가 공연 중 단 한번도 카메라를 들지 않다가 유일하게 이 부채춤 장면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으니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닐 것이다. 역시 또 옆자리에서 일본인들이 궁시렁 궁시렁. '뭐야 한국건 멋지게 하는데 왜 일본노래론 바보같은 연기를 펼치는거야' 라고.

그림자와 조명을 이용해서 너무나도 우아한 장면을 연출해 내기도 했다.
가장 인기쟁이였던 이 분, 너무 재밌었어요! 나중에 기념사진을 같이 찍긴 했지만 여기엔 올리지 않으리라.

벌써 한시간이나 되었단 말이야, 싶을 정도로 공연은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너무나도 흥겨웠고, 화려하고, 재미있었다. 화려한 공연의 막이 내림과 함께, 나의 방콕 시내에서의 일정도 막을 내렸다.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을 향해 떠나야 할 시간.
나는 아시아 호텔이 있는 랏차테위 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져 있는 파야타야 역까지 걸어갔다. 그 역에서부터 운영되는 에어포트 레일을 이용하기 위해서. 공항까지 택시를 타고 가도 350밧밖에 하지 않지만, 수중에 그정도의 돈도 없고, 무엇보다도 훨씬 더 저렴한 40밧의 가격에 공항까지 빠르고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공항 철도를 이용했다. 또한 덕분에 여행 중 새로운 교통수단을 이용해 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고 말이다. 티켓을 사기 위해 40밧을 내미니 손에 빨간 동그라미 모양의 전자칩이 박힌 토큰이 주어졌다. 카드도 아니고 토큰이라니. 도심을 떠나려는 마지막 순간까지 작은 재미를 안겨주는 방콕이었다. 
공항철도를 기다리며 플랫폼에서 찍은 사진. 일반 열차를 타고 파야타야 역에서 공항까지는 한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11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기 위해 안내판을 보는데 세상에, 나는 내 눈에 보이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내가 타야 하는 비행기가 무려 한시간 반이나 연착된다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원래 방콕 현지시각 새벽 1시 55분에 뜨는 비행긴데... 새벽 세시가 넘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짜증났지만, 자칫하면 상하이에서 연결 항공편을 타지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날 더 아찔하게 했다. 예정대로의 상해에서의 대기시간이 2시간밖에 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삼십분 내에 상해공항에서 트랜스퍼를 할 수 있을까? 나 한국에 내일 도착할 수 있긴 한걸까? 체크인을 위해 오랜 시간 긴 줄을 서며 기다리면서 온갖 상상을 했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니 상해 공항 사정상 연착이 된 거라면서 도착하면 최대한 제 때 환승편을 탈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줄거라면서 너무 걱정 말라고 했다. 자기로썬 확답은 줄 수 없다곤 했지만. 그래도 그 말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래, 내 잘못도 아니잖아. 만약 비행기를 놓치게 되면 그 다음편 비행기를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해서 태워주거나, meal ticket이라고 한 장 주지 않겠어,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벽 세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까지 납득한 건 아니었다. 수중에 있는 돈도 다 떨어졌고, 숙면을 취하지 못한 채로 여행 막바지까지 부지런히 돌아다닌 탓에 지쳐있었을 뿐더러, 겨울 옷 한 벌 없던 내게 새벽 세시 반까지의 기다림은 너무 가혹했다. 게다가 공항 대기실은 겨울인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방콕답지 않게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로 추웠다. 적어도 방콕 공항에서만큼은 따뜻하게 있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덕분에 새벽 세시 반까지 나는 공항 의자에서 눈 한 번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추위에 바들바들 떨어야 했다. 아, 돈 많이 벌면 환승항공기는 절대 타지 말아야지.
마지막 순간까지 공항에서 추위에 떨며 체력을 소비한 나는, 마침내 도착한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완전히 골아떨어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도 느끼지 못하고 잠들었으니, 내가 얼마나 지쳐있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륙하는 순간도, 음료도, 기내식도 모두 놓치고 나는 정말이지 거짓말 안하고 상해에 착륙할 때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sleep like a log'를 몸소 체험했달까. 비행기 창 밖으로 방콕을 내려다보며 작별인사를 하는 장면은 결국 연출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영상 30도의 나라에서 다시금 영하 16도의 나라로 돌아왔다.


참 많은 것을 보고, 먹고, 경험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만원 한 장 빌리지 않고 모든 여행 경비를 내 돈으로 지불한 여행,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고 떠나서 혼자 돌아온 여행,
싱가폴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가 본 동남아 여행,
처음으로 우리나라와 계절이 다른 곳으로 떠난 여행,
뚝뚝부터 수상버스까지 거의 모든 교통수단은 다 이용해 보고,
여러 번 국경을 넘고 중국에서 환승까지 하느라 한 번의 여행으로 무려 열 개의 도장을
여권에 남길 수 있었던 여행.

대학교 새내기 시절부터 가슴 한켠에 로망으로 간직해 두고 있던 카오산에 내가 서 있었고,
말로만 듣던 메콩강을 직접 내 두 눈으로 가득 담기도 했다.
꿈이 현실이 되고, 사진 속 풍경이 눈 앞의 실체가 되는 황홀한 경험.

남들에게 아직은 낯설고 친숙하지 않은, 그만큼 다른 나라들에 비해 때가 덜 묻고 본래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라오스를, 더 변해버리기 전에 여행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복이었다.
아직까지도 공동체적 생활을 구현하며, 불교의 가르침을 실제 생활에서 실천해 나가고 있던 그들의 모습, 그들의 일상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그 모든 순간들에 온몸이 짜릿하게 울릴 정도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아직 더 배우고자 하고 꿈꾸고 싶어하는 스물 넷 내 젊은 나이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의 한 순간에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거대한 한 획을 그은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멋진 여행의 순간을 함께 해준,
카메라로, 두 눈으로 그 감동의 순간에 서 있는 나를 담아준,
여행의 동반자였던 유진이에게 무한 감사와 애정을 보낸다. 함께해 주어서 너무 고마워 -








Posted by 강지님

국경인 농카이를 지나고부터는 주욱 태국땅이었으므로, 우리는 중간에 내릴 필요도 없이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음악을 듣다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언제부턴가 깊이 잠들어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꺠운다. 차 안은 이미 모든 조명이 켜져 환해져 있었으나, 수면안대를 쓰고 자고 있던 나는 그 불빛에 적응하지 못하고 헤롱거렸다. 아직 많이 자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내려야 한단 말인가 싶어 시계를 바라보니 새벽 5시. 분명 카오산에는 7시는 되어야 도착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이 꼭두새벽에 무슨 일이란 말인가.
2층 좌석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니 사람들의 가방들이 버스에서 내려져 길바닥에 철부덕 내려놓아지고 있었다. this is the last stop이라는 말을 순간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이게 어딘데 우릴 이 꼭두새벽부터 내려놓냐고.... 그래도 일단은 버스에서 나가는 것이 급했으므로 좌석에 두고 온 중요한 짐이 없는지 확인하고 부랴부랴 버스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여기가 방콕이고 카오산 인근이랜다. 이 새벽에 어딜 들어가서 동이 틀 때 까지 기다려야 하나...
일단은 카오산 로드까지 짐을 들고 걸어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지쳐있고 좀 쉬고 싶어하는 우리에게 새벽 5시의 카오산은 부적합한 장소였다. 여전히 환하고 사람들로 북적거리긴 했지만 죄다 술을 즐기며 노는 사람들. 24시간 카페같은 건 찾으려 해도 못찾겠고... 한 중간정도까지 걸어갔다가 그냥 포기하고 샤워장이나 쓸까 싶어 한인 도미토리로 찾아가 보았다. 역시나 샤워장이 있어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샤워만 하는 데에는 40밧이란다. 세면도구도 없이 딸랑 수건 한 장 주면서 40밧이라니. 그래도 앞으로 24시간을 넘게 씻을 기회가 없으니 씻어두기로 했다. 근데 이 샤워장,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는다. 난 한여름에도 핫 샤워를 즐기는 사람인데... (-_-). 그래도 아쉬운 사람이 참아야지. 씻고 나니까 개운하기는 했다.
원래 계획은 7시즈음 카오산에 도착하면 조금 쉬다가 9시 이후 여행사들이 열기 시작하면 그 떄 칼립소 쇼를 예매하고 남은 시간동안 놀 생각이었는데, 예상보다는 훨씬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난 시간이 5시 반 정도. 그리고 여행사는 왜 몇시부터 연다고 적어놓지도 않는건지..... 몇시간이고 하염없이 도미토리 내의 테이블에서 죽치고 기다렸는지 모른다. 기나긴 버스 여행 끝의 기다림은 어찌나 가혹하던지.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할 것인지 대략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유진이는 오후 3시 정도 비행기라 시내에서 약 12시 정도에는 출발해야 했고, 나는 새벽 1시 55분 비행기라(-_-) 아직 시간 여유가 충분했다. 12시까지는 같이 활동할 수 있기에 같이 어디에서 시간을 보낼까 하고 생각하다가 내가 씨암에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카오산에선 어짜피 안가본 곳도 없고, 내 남은 오후 일정 동안에는 씨암 근처에 있는 게 제일 편할 것도 같았으니까. 유진이가 오케이해서 결국 우리는 여행사가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가 내가 저녁에 볼 칼립소 쇼를 예매하고, 그대로 카오산을 떠서 씨암 패러곤 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계획도 짜고, 가지고 있는 돈으로 뭘 할지도 생각해 보다 보니 어느새 동이 텄고, 곳곳에선 조금씩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듯 했다. 기다림에 지치기도 했고 이제 슬슬 한두군데정돈 열었겠지 싶어 나는 친구에게 문 연 여행사가 있는지 둘러보고 오겠다며 도미토리의 대문을 열고 나오는데 드디어! 귀퉁이의 한 여행사가 마침 문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급히 그 직원에게 뛰어가 칼립소 쇼 티켓 예매가 가능하냐고 물으니 된다고 한다. 만세! 금액을 물어보니 500밧이라고 한다. 분명 어딘가에서 여행사를 통해서 하면 450밧에도 가능하다고 본 기억이 있는데..... 해서 450밧을 불러보니 너무 쉽게 오케이라고 한다. 그대로 티켓을 사고 금액을 지불했다. 아, 방콕을 떠나기 전에 결국 칼립소 쇼를 볼 수 있게 되는구나. 
티켓을 구했으니 이제 더 이상 카오산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짐을 챙겨들고 도미토리를 빠져나왔다. 씨암행 로컬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땡모빤을 한 잔 더 사마셨다. 바이바이, 카오산. 길지 않은 여행기간동안 정말 많은 시간을 함께한 곳. 내가 이 땅에서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전혀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는 곳. 영원히 잠들 지 않을 것 같은 곳이여 안녕. 

그렇게 해서 타게 된 로컬버스는 참으로 '다이내믹'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벼있던 버스 안에 외국인이라곤 딸랑 우리 둘. 아니 그 많던 서양인들이나 다른 동양인 관광객들은 전부 어디로 간 걸까. 덕분에 씨암까지 그리 길지 않은 탑승시간동안 현지인들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외국인에게 있어 현지 버스 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하철처럼 한 눈에 들어오는 노선도가 없는데에다 정류장마다 행선지도 다르니 말이다. 실제로 나도 해외여행을 수없이 많이 했지만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주로 이용한 것 같다. 조금이나마 버스를 이용한 것도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까지 이동하는 버스 노선 정도. 
암튼, 로컬 버스에서 오르자 마자 우리를 반긴건 푸근한 인상의 버스 안내양. 버스 안내양에게 요금을 내고 티켓을 받아야 한다. 요금을 물으니 겨우 14밧. 착한 가격이 감격스러웠다. 만원 버스 안에 무거운 짐을 잔뜩 들고 타는 나와 내 친구가 현지인들에겐 어떻게 보였을까. 짐을 어디에 둬야하나 걱정하고 있는데, 문쪽에 앉은 현지인 아주머니가 짐을 달라며 자기 무릎 앞에 둔다. 자기 앉을 떄 불편할텐데..... 그 배려가 너무 감사했다. 방콕에 대한 인상을 한층 더 좋게 해 준 일.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면서 영어로 된 안내방송 하나 없는 로컬버스에서 나중에 여기가 씨암이니 내리라고 챙겨주기까지 했다.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다시 한 번 고맙다고 하고 싶다 .
 
사진도 없이 글이 너무 길었다. 이제는 사진들을 조금씩 첨부하도록 할까.

씨암 패러곤. 방콕 최대의 쇼핑몰인데, 이 빌딩만은 너무나도 세련되어서 여기가 정말 방콕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수족관부터 아이맥스 영화관까지 없는 것도 없고. 이 부분만은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발달된 지역으로 보였다.
10시부터 개장인데 9시 반에 도착해서 조금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매장 입구쪽에서 기다렸는데, 크리스피 크림 쪽에 엄청나게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거다. 순간 매장으로 들어가려면 원래 저 줄에 가서 서야 하나 싶어 걱정도 했었는데 아니었다. 그 줄은 순전히 크리스피 크림을 사기 위한 줄이었다. 우리나라도 하긴 처음 크리스피가 생겼을 땐 저 정도로 인기였었나.
매장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려 자그마한 수색대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엄청 대충 하는 편이라 과연 저 정도의 검문으로 걸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 단, 우리처럼 엄청나게 큰 짐을 가지고 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간혹 짐을 열어봐도 되냐고 물어보긴 하더라. 샅샅이 뒤지진 않고, 그냥 한 번 대충 열어보고 마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거대한 거울 앞에서나 찍어보는 거울샷. 조명도 좋아서 신났구나.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역시 내 관심이 쏠리는 것은 대형슈퍼마켓. 식료품만큼 그 나라의 생활을 엿보기 좋은 것도 없고, 무엇보다도 얼마 전에 식품 관련 프로젝트 인턴을 했었으니까....
이 사진 속에 있는 것들이 전부 칠리소스다. 아무리 칠리 소스를 즐겨 먹는다곤 하지만 이 정도의 방대함이라니..... 그저 놀랄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내가 이 매장에서 찾은 한국 식품들(ㄷㄷㄷ)
아니, 케첩 마요네즈는 다른 나라 것들도 충분히 많을텐데.... 오뚜기까지 저렇게 종류별로 있다니 놀라울 따름.
웬만한 우리나라 대형매장보다 갖추고 있는 라면의 종류가 훨씬 많다. 여기, 방콕 맞아?
그래, 라면이야 우리나라 라면이 유명해서라고 치고 넘어가자. 이 많은 과자들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더 신기한건 우리나라 과자만 이렇게 많은 게 아니라 일본, 미국 등 전 세계의 과자들이 정말 없는 게 없다는 것. 미국 살면서 좋아라 했던 과자들도 수없이 많이 봤다. 정말 방콕은 외국인이 살기 좋은 나라인듯.
마지막 우리나라 제품 사진 시리즈. 이렇게 불고기 양념이나 심지어 그닥 맛있지도 않은 우리나라 인스턴트 카레까지도 없는 게 없다. 현지인들도 이런 거 좋아라 하나? 아무리 한류가 대세라지만, 식품매장까지 이러면 정말 놀랄 수 밖에.
1충 스타벅스 쪽에서 찍은 엘리베이터 쪽.
오션월드 쪽에서는 귀여운 생선 옷을 입은 사람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악, 귀여워! 주말이라 그런지 어린이를 데리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충 둘러보고 난 후에 유진이 더 늦기 전에 점심을 먹어야 했기 떄문에 밥을 먹으러 식당을 찾았다. 우리가 이 날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들어간 곳은 MK골드 수끼라는 레스토랑. 엠케이 수끼라는 게 샤브샤브인데, 대충 우리나라 정성본 정도 생각하면 되겠다. 각종 야채나 고기를 넣어서 샤브샤브 해 먹고, 그 뒤에 남은 국물로 국수나 죽을 먹는 것 까지. 근데 워낙 태국에서 유명한 요리라고 하니 한 번 먹어봐야지. 골드가 붙으면 프리미엄이라 좀 더 비쌌지만, 일반 엠케이 매장은 좀 더 걸어야 했으므로 시간이 없는 우리는 그냥 씨암 패러곤 내에 있는 골드수끼로 들어갔다.
완전 쌩얼인 상태에서 찍힌 사진. 지쳐있음.

야채부터 고기까지 함께 주는 세트메뉴는 꽤 비쌌으므로 우리는 낱개로 몇가지 재료만 선택해서 먹기로 했다. 방콕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낼 줄 몰랐기 떄문에 방콕 돈이 별로 없어요..
이건 닭고기. 샤브샤브에 닭고기를 넣어 먹는 건 엄청난 신개념이었다.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일반 샤브샤브 소고기가 아니라 양념된 소고기도 넣어 먹었었는데 그것 또한 신개념이었음. 맛은 있었다.

럭비모양 오뎅. 혹시 좀 수상한 재료가 같이 들어가 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냥 순 흰살생선 오뎅이어서 맛있었다. 오뎅이 둥둥 국물 위로 떠오르면 익었다는 것!

이 외에도 양배추랑 녹색 국수를 시켜서 나름 배불리 먹었다. 낱개로 조금만 시켜서 배가 안차면 어쩌나 싶었는데, 고소한 육수랑 계속 먹으니 다 먹고 난 뒤에는 배가 차 있더라.

다 먹고 나서는 유진이와 헤어져야 했다. 씨암역까지 데려다 주는데 어찌나 아쉬운지. 우리 이번에 헤어지면 다음엔 또 언제 보게 되는 거니. 여름이나 되어야 겨우 볼텐데.
너무나도 꿈같았고, 망설임 없이 적어도 지금까진 생애 최고였다고 꼽을 수 있을 이번 여행. 이번 여행이 이렇게까지 즐겁게 추억될 수 있는 것도 다 유진이와 함께였기 때문인데. 멋진 장소에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식당에서 맛있는 것 여럿 시켜 나눠 먹기도 하고, 내가 놓친 것도 덕분에 다시 보게 되고, 여행을 하면서 스치는 생각들도 함께 나눌 수 있었기에 그 즐거움과 감동은 배가 될 수 있었는데. 그저 믿기지 않아서 아쉬운듯 악수나 하며 멍하니 있는데 유진이가 살짝 운다. 아, 아쉬웠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여름에 일본에서 한번 보자며 뒷모습이 사라질 떄 까지 손을 흔들다가, 그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방콕에서의 열두시간 동안은 순전히 나 혼자 보내야 한다. 동시에 그 열두시간은 여행지에서 남은 마지막 시간이기도.최대한 알차게 보내야 후회가 남지 않으리라.
마침 여행객들이 꼭 가본다는 명소 중 하나인 짐 톰슨 하우스가 씨암패러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는 무거운 짐을 질질 끌며 그곳에 먼저 가 보기로 했다.

짐 톰슨 하우스에서부터는 다음 포스팅에서 -




Posted by 강지님

방콕에서의 두번째 날이 밝았다. 아침 일찍부터 모닝콜 맞춰두고 재빨리 씻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새로운 여행지에서는 늘 이렇게 '솔선수범' 형이 된다. 시간절약을 위해 최대한 빨리 준비를 하게 된다. 평소에는 느긋하게 여유부리면서 준비하는 걸 좋아하는데 말이다. 숙소만 나가면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이, 또는 이미 보았던 것들이라도 이전과는 달라져있는 모습들이 사방에 널렸으니까. 주어진 시간동안 더 많이 보고 느껴야겠다는 욕심에 서두르게 된다.

여행지에서 달라지는 모습 두번째. 바로 아침을 꼭 챙겨먹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번이라도 더 현지 음식을 즐겨볼 수 있으니까. 이 날도 한국인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하다는 카오산 근처 국수집 '나이쏘이'를 찾았다. 내가 묵었던 숙소에서 가깝다는 점도 한 몫 했고.
자리를 잡고 메뉴를 보는데 태국어는 모르겠고, 영어메뉴는 너무나도 간략해서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난 '갈비국수'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한 번 로또를 사보는 심정으로 가게 주인에게 국수 하나 달라고 하니까 밑에 사진에 있는 국수를 알아서 주더라. 고기 질감이 딱 그 말로만 듣던 '갈비국수'인듯.
그렇게 무사히 주문 완료한 국수 한 그릇을 친구와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사진 속 국수가 바로 그 갈비국수. 국물이 조금 짰던 것을 제외하고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따뜻한 물 딱 반컵만 부어 먹었더라면 정말 최고였을 뻔했다. 그 외엔 내가 잘 먹지도 못하는 '고수'도 빼달라고 했으니 입에 안맞을 것은 전혀 없었다. 고기국물도 진하고 구수했고, 갈비살도 제대로 뜯어져서 맛있었고, 쌀국수도 좋았고. 아침식사로 든든하고 따뜻해서 만족스러웠던 국수 한 그릇.

그리고 나서는 '왓 아룬'을 가보기 위해 수상버스를 타기로 결정. 카오산 근처 정류장에서 이십분 정도를 기다린 끝에 수상버스에 탈 수 있었다. 가격은 겨우 14밧! (참고로 20밧이 약 800원 정도)
수상버스에 탑승한 나. 앉은 자리가 역광이어서 실루엣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탔다는 증거로 꼭 남겨야 직성이 풀린달까. 승차감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배도 그다지 좋지 않지만 배의 흔들림이 없고, 매우 빨라서 가격대비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강바람을 실컷 맞을 수 있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우 시원하다는 점이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방콕의 강변을 구경하는 맛이란. 곳곳에 멋진 건물들과 유적들이 많아서 마치 오픈된 관광버스를 타고 가는 기분이었다. 방콕을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꼭 수상버스를 타볼것. 짧은 시간이나마 강변 크루즈 즐기는 기분이었다. 하하.

수상버스를 타고 가면서 만난 건물 하나.

건물 둘. 이것이 바로 왓아룬! 우리 배가 서는 곳의 강 반대편에 있어서 내리면 안되는 줄 알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강을 따라 가는 배 외에 강을 건너는 배가 따로 있었다는 거. 게다가 강을 건너는 배는 더 저렴했다. 나처럼 카오산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왓 아룬을 가시려는 분은 왓아룬 건너편 정류장서 내린 후 그 정류장에서 강을 건너는 버스를 새로 타시길. 우리는 결국 오전에 왓아룬을 먼저 가려던 계획을 수정하고, 몇 정류장 더 가면 있는 곳에서 내려 인근 BTS역에서 BTS를 타고 짜뚜짝 주말시장을 먼저 가 보기로 했다.

한참을 즐겁게 수상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우리는 BTS역이 바로 옆에 있는 Saphan Taksin선착장에서 내려 BTS를 타고 짜뚜짝 주말시장을 가기 위해 Mochit역까지 이동했다. 가격은 40밧. 스카이트레인은 확실히 방콕 물가대비 비싼 편이었다.

Mochit역에서 내려 역 통로에서 바라본 도로의 모습,. 매우 colorful하지 않은가? 방콕엔 정말이지 각양각색의 택시들이 도로를 수놓고 있다. 사진에 보라색 택시가 나오지 않은 것이 매우 아쉽다. 다른 색의 택시들은 다 있는데 왜!

그렇게 해서 도착한 짜뚜짝 주말시장. 위의 사진이 바로 시장의 지도이다. 지도는 나름 계획적으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고 길 찾기 쉬워보이게 나와 있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복잡하다. 다들 하는 말이 눈에 밟히는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야 한다고. 이유인즉 너무 복잡해서 한 번 갔던 곳을 다시 찾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란다.

시장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어째 먹는 사진밖에 없다... 어라?

더운 날씨를 이겨내고자 여기에서 땡모빤(수박주스) 한 잔 사먹었다. 씨까지 하나하나 발라낸 수박을 듬뿍 넣어 갈아주는 시원한 주스는 겨우 25밧. 아 정말 태국서 살면 먹고 다니는 게 싸서 살 맛 나겠다.

볼 때 마다 신기한, 계란도 아니고 '메추리알' 후라이. 그 조그만 메추리알을 하나하나 직접 까서 후라이를 만든다. 귀찮지도 않나.... 이 사진을 보니까 사먹어 볼 걸 하는 후회가 된다.

너무 신기했던 이것! 바로 아이스케키. (태국어로는 뭐라고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색색의 주스를 얼려서 만든다. 주문하면 하나를 뽑아 물 속에 넣어서 틀에서 분리한 후 꺼내서 건네준다.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보라색 파란색 등등 색이 너무 예뻤다. 궁금한 마음에 하나 사 먹어 보기로. 가격도 겨우 4밧! 맛은 없었지만... 그래도 먹어보는 게 어디야!

방콕에 가기 전, 고갱이 꼭 먹어보라며 추천했던 코코넛 아이스크림. 하나에 25밧. 이곳은 특징이 토핑을 세 가지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무슨 레드망고도 아니고.... 고민 끝에 내가 고른 것은 파인애플 절임, 바나나, 그리고 찹쌀밥. 파인애플 절임은 매우 맛없어서 안먹고 남겨두었지만 나머지는 너무 맛있었다. 코코넛주스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닌데 이 아이스크림은 느끼하지도 않고 상큼했다. 코코넛에서 이런 맛도 날 줄은 몰랐다. 조금은 의외의 토핑같은 찹쌀밥도 묘하게 달달한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는 것. 우유에 밥말아 먹는 등의 행위를 혐오(?)하는 나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 강추!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었어서 가다가 또 사먹은 두 번째 코코넛 아이스크림. 이 곳은 뭔가 더 '코코넛스럽다'. 진짜 코코넛 껍질에 아이스크림을 담아주어서 시각적인 면도 제대로 충족시켜 주었다.

수많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커피아저씨. 커피를 무슨 디켄팅 하듯 다루는데 솜씨가 장난 아니다. 위의 사진 두 장만 봐도 이게 얼마나 진풍경인지 알 수 있겠지요.

먹는 것 말고도 다른 물건들도 열심히 구경했다. 이 날 시장에서 귀걸이 세개와 남은 일정동안 항상 내 옆에 있어준 가방을 하나 샀다. 크로스로 매는 천가방인데 물나염 프린트가 너무 독특하고 예뻐서 보는 순간 지름신 강림. 190밧 부르는거 가격 흥정해서 150밧에 구입할 수 있었다.

신나게 시장 구경을 하고 나서는 원래 오전에 가고자 했던 사원, '왓 아룬'으로 이동. 왓 아룬까지는 택시를 타고 갔다. 140밧이 나와서 둘이 사이좋게 70밧씩 나눠서 냈다. 왓 아룬의 입장료는 50밧. 입장료를 지불하면 티켓과 함께 자그마한 부직포 가방을 기념품이라고 준다.

지금부터 왓 아룬의 사진들. 아주 짧은 코멘트들 제외하곤 역시 사진 위주로 갑니다.

저 세 개의 탑이 다 나오게 찍기 매우 힘들다. 뒷걸음질 여러번 치고 거의 엎드리다시피 해서 겨우 담아낸 사진.

택시들만큼이나 현란한 향초들. 방콕에 대한 내 지워지지 않을 인상은 colorful한 도시라는 것. 전통적 사원부터 현대적인 거리까지 모두.
소승불교 사원들은 화려한 장식이 많다. 부처들의 인상도 석굴암에 있는 부처와 같이 인자한 맛이 없이 좀 요괴같이 생기기도 했고.
사원 입구에 이렇게 돈을 매달아 놓았다.
힌두교같은 이미지.
매우 가파른 탑. 계단도 경사가 엄청나서 올라갈 때 손잡이를 꼭 붇잡고 한걸음씩 겨우 떼어가며 올랐다 .내려올 것이 더 걱정이었다는.
탑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
탑 위에서 바라본 차오프라야 강변쪽 풍경.
사원쪽 풍경을 내려다 본 모습.
사진으로 짐작할 수 있으려나, 저 계단의 경사를! 내려갈 때 너무나도 무서워서 옆의 손잡이를 무슨 생명줄인 마냥 양 손으로 꼬옥 붙잡고 거의 앉다시피 해서 내려갔다. 내려가는 계단 바로 앞에 서 있는데 무슨 절벽같아서 벌벌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계단을 다 내려오고 나니 온몸에 땀이 나 있었던 기억도 추가.

왓 아룬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스님에게 머리를 맞는 것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는 것. 사원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보니 주황색 천을 입은 스님이 신자들에게 가느다란 나뭇가지 묶음으로 머리를 때리며 물을 뿌리고 있었다. 신기해서 구경하고 있는데 스님이 손짓을 하며 우리에게도 똑같이 해 주신거다. 너무 신기한 경험이라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이거 사진을 위해 한 번 더 해달라고 부탁드리기도 뭣하고. 기억 속에나마 생생히 남겨두어야지.

왓 아룬을 구경하고 나서는 강을 건너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넌 후, 왕궁 쪽에서부터 카오산로드까지 쭈욱 걸어갔다.  왕궁 주변으로 카오산까지 국방부 건물 등 각종 중요 건물들이 있어서 걸어가면서 구경하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다. 가는 길은 차도 썡썡 다니고 사람도 많고 꽤 복잡한 길이었지만.
선착장 주변에서 발견한 신개념 먹을거리, 바로 구운 바나나!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하나 질러보기로 했다. 가격은 겨우 5밧. 먹어보니 이것은 그냥 시큼한 군고구마 맛. 바나나 고유의 맛은 안느껴지고 웬 고구마가 여기 계십니까.... 신기한 경험이었다.
왕궁 근처에서 본 길거리 음식. 먹어보진 않았지만 색이 예뻐서 찰칵.

한 이십분 정도 땡볕 아래에서 걸은 끝에 카오산에 도착했다. 카오산에 얼마나 오래 있었다고 도착하니 무슨 집 온 것처럼 편한 기분이 들었다. 배낭여행객에게 카오산이 주는 묘한 기분. 방콕을 여행했던 배낭여행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카오산이 내 집 같단 생각을 해 보았을 거다. 그 곳에선 내가 현지인이 아닌 여행자라는 사실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주전부리는 중간중간 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질 못해서 근처 노천식당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 라오스까지 가는 버스가 카오산으로 5시 반에 픽업하러 온다고 했으니, 그 시간 이후로는 다음날 라오스에 도착하기 전까지 사실상 밥 한 끼 제대로 먹기 힘들겠단 생각도 있어서 겸사겸사 먹은 점심 겸 저녁.

팟타이와...
새우볶음밥. 여기에 치앙 맥주 두 병 주문해서 먹었다. 맛은 무난무난.

식사를 마친 이후 시간이 좀 남길래 카오산 곳곳에 있는 저렴한 노천마사지가게에 들어가 발마사지를 받았다. 삼십분에 100밧. 온종일 걸어다닌 피로가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을 느끼면서 우리는 제때에 맞춰 짐을 맡겨둔 숙소에 도착했다. 픽업차량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면서 맡겨둔 짐도 찾고, 옆의 편의점에서 모기퇴치제와 물, 샴푸 등을 구입했다. 근데 숙소로 픽업온다는 차량이 사십분이 지나도 오질 않는 거다. 물어물어 공중전화로 전화를 해 보려는 순간에 도착한 픽업차량. 아니 왜이렇게 늦게 오냐구요. 이러다 라오스 구경도 못해보는 줄 알았잖아요.

픽업차량은 다른 숙소를 몇 군데 더 들려서 다른 외국인들도 픽업한 후에 우리를 버스정류장에 내려줬다. 그 곳에서 여행사를 통해 받은 버스예약표를 진짜 버스티켓으로 바꾸고 7시까지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죄다 백인들. 동양인은 우리를 포함 대여섯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억양으로도 딱 미국인 티가 나는 아저씨가 라오스에 여러 번 가본듯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국경 넘는 과정을 신이 나서 설명하는 걸 귀동냥으로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7시에 도착한 라오스행 버스. 맨 앞자리가 편하다고 해서 노리려고 했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선수를 친 상태에서 좌석도 거의 남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우리가 잡은 자리는 맨 뒷자리. 근데 맨 뒷자리가 의외로 명당이더라. 의자를 뒤로 젖히는 것도 눈치 보이지 않고, 특히 우리가 탔을 떄에는 운좋게도 뒷자리 다섯석에 네명밖에 앉질 않아서 보다 여유있게 앉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방콕에서 버스로 라오스 가는 사람들에게 2층 맨 뒷자리도 강력추천. 심지어 우리는 라오스에서 다시 버스로 방콕 넘어올 떄에도 뒷자리에 앉아서 왔다.

버스는 시끄러울 정도로 크케 영화 <아이언맨>을 두어시간 정도 틀어주다가, 나중엔 불을 끄고 수면을 취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는 양쪽 귀를 휴지로 틀어막고, 한국에서 가져온 눈가리개로 눈을 가린 후 남들보다 빨리 잠을 청했다. 눈을 뜨면 드디어 국경이겠구나! 드디어 내일이면 그토록 꿈꿔오던 라오스 땅을 밟게 될 생각을 하니 버스에서 하룻밤 꼬박 자며 이동하는 것도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드디어 다음부터는 라오스에서의 여행기가 시작된다 ! 빠바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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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올리는 이날의 여행경비 엑셀스프레드시트 캡쳐이미지

Posted by 강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