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미루고 미뤄왔던 포스팅 중 하나. 그도 그럴 것이, 집에서 생활하면서 찍은 사진들, 군것질하면서 찍은 사진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이 한 데 엉켜있어 도대체 어떻게 분류를 하면 좋을지 감이 안왔던 것. 그 수많은 사진들 중에서 몇 장 끄집어 낸 뒤 작은 테마들로 묶어 요즘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 중 몇가지를 하고자 한다. (왜냐면 주말은 인터넷이 빨라서 사진 한장 올리는 데 1분밖에 안걸리기 때문이지...!........) 글로 구구절절 적어내려가는 것 보다는 사진을 넣는 것이 감도 잘 오고, 간접적으로나마 일본의 일상적인 것들을 접할 수 있게 할테니. 이번에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다음에 기회가 있으리라.


커피마시는 즐거움

나름 인스턴트 커피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하는 다비도프 커피만 열심히 마시다가, 문득 집 근처 시장에 생두를 볶아 파는 가게가 있길래 사서 마시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인스턴트 커피가 고급이고 좋다고 해도 원두커피 내린 것만 못하니까. 더군다나 커피동아리에도 몸담고 나름 커피에 대해서는 기호도 뚜렷한 편이라 다비도프로도 성이 안차고 있었다. 그렇다고 카페에서 매일 사 마시기에는 돈이 심히 부담스럽고. 그래서 컵에 직접 대는 커피 드리퍼와 드립 용지를 슈퍼에서 구입한 후(합쳐서 우리 나라 돈으로 오천원도 안했다!), 원두를 사러 가기로 결심했다. 바디감 있는 에스프레소를 뽑아 마시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냥 원두커피 자체만을 마셔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黑門市場에 있는 원두 볶아 파는 가게, 'Green Beans Parlor'. 앞에 마음껏 시음할 수 있도록 컵도 가져다 놓아서 매일 이 앞을 들러 진한 원두커피 한 잔 마시는 게 또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이다. 이 앞을 지날 때 마다 원두 볶는 냄새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게 된다는.
취급하는 원두가 생각보다는 다양한 편이다.
이렇게 가게에서 잘 팔리는 순위도 써서 붙여놓고 있다.
내가 원두를 사러간 날 오스스메였던 그 가게 블렌디드. 집에 원두를 가는 기게가 없어 파우더로도 살 수 있냐고 하니 바로 그 자리에서 갈아준댄다. 단, 300g 이상만 살 수 있다는 것. 그 이하로는 콩을 볶아주지 않는다. 300g에 한 850엔 정도 한 것 같다. 거기에 사은품으로 드립용지까지 공짜로 받았음. 나름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그래서 요즘 매일 그렇게 사가지고 온 원두로 커피를 내려마신다. 볶은 지 얼마 안된 원두여서 향도 너무 좋고, 저렇게 가장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서 내렸는데도 맛이 꽤 괜찮다. 워낙 맛있어서 별로 지칠 일 없는 하루인데도 불구하고 커피 섭취량은 한국에서보다 어째 증가했다. 하루에 도대체 몇 잔을 마시는 건지..... 커피 의존도 줄이려고 했는데 역시 안되겠다. (-_-) 너무 맛있어!

원두커피의 또 다른 기특함. 원두찌꺼기가 냄새 잡는 데에는 정말 최고다! 전 룸메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있는 미니냉장고를 완전 방치해 둔 결과, 열고 닫을 때 마다 냄새가 장난 아니어서 그 냄새 좀 어떻게 해보겠다고 별별 짓을 다 했더랜다. 음식물 다 꺼내고 수세미로 북북 문질러 청소하고, 냄새 제거에 좋다고 알려진 (구)10원짜리 동전(어쩌다 보니 한국서 가져온 지갑에서 두세개 정도 등장하더라...), 과일껍질, 찻잎 등 다 넣어봤는데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근데 커피 내리고 나서 남은 원두찌꺼기를 필터지에 담겨진 채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보니 세상에, 바로 이상한 냄새가 사라지고 오히려 은은한 원두향까지 나는 것 아닌가!
게다가 매일 커피 내려 마시고, 좋은 향 나라고 일부러 필터지를 한 쪽 구석에 놓아두니까 어디 외출하고 들어올 때 마다 은은한 . 커피향이 나를 반긴다. 아무도 반길 이 없는 집구석이어도 좋은 커피향이 나니까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사진은 아직 날이 풀리기 전 두툼한 후디 입고 원두커피 홀짝이는 모습 셀프타이머 촬영. 무려 폭풍민낯!! (......)



각종 포인트카드 만들기 (+ dvd 빌려보기)

한 지역에서 여행목적으로 돌아다녀 보는 것과 사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그 수많은 차이점들 중 한 가지 사소한 것을 예로 들자면 현지에서 사용가능한 각종 포인트카드들의 유무. 고베로 옮겨가기 전까지 두 달 동안만 여기서 사는 건데도 벌써 포인트 카드를 두 개나 만들었다. (두 개 '밖에'가 아니라 두개나!)

우선은 TSUTAYA. 일본 전역에 있는 DVD 렌탈 샵이다. 특이한 점은 음반CD도 대여용으로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점. 하지만 안타깝게도 만화책은 없다. 만화책 대여점 있다면 빌려서 보고 싶은데 이상하게도 주변에 안보인다. 내가 못찾는 건가?

솔직히 DVD 빌려보는 거 돈아깝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인터넷을 테더링으로 하는지라 노래 몇 곡은 몰라도(노래는 나름 빨리 받아져서 한곡당 1-2분밖에.....안걸린다. 하하) 용량이 큰 영화는 사실상 포기다. 다운이 안될 바에야 신작이라도 극장에서 좀 볼까 싶으면 1. 영화 볼 값으로 우리나라에서 대학로 뮤지컬 본다. 진짜. 내가 여행 다녀본 나라들 중에선 일본이 극장값 제일 비싼 것 같음. 2. 우리나라에선 작년 11월-12월 즈음 개봉해서 이미 막내리고 DVD 나와있을 법한 영화들 - 투어리스트, 나니아연대기, 월스트리트 등 - 이 이제서야 상영 중이거나 상영 '예정'이다. 왜 이렇게 영화 수입이 느린건지. 요즘 일본 영화들이 예전 시대 감독들 - 구로사와 아키라 같은 - 만큼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데에도 이런 게 한 몫 하려나. (좋은 영화를 위해서는 그 만큼 남의 영화들도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암튼 위의 두 가지 이유로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도 기각. 하지만 워낙 영화광인 나인지라 그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고 결국 비싼 돈을 줘가며 빌려보기로 결심했다.

츠타야에 가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간단하다. 신분증과 200엔. 신분증은 운전면허, 시민증, 건강보험증, 외국인 등록증 등이 해당된다. 여권으로는 아마 안될 것 같다. 나는 외국인 등록증이 있으니 그 자리에서 오분도 안되어서 바로 가입이 가능했다.
이것이 포인트 카드 만들 때 준 설명서랑 카드. 얼마당 얼마의 포인트가 쌓이는지는 아직 자세히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저 포인트로 패밀리마트를 포함 20여곳의 가게에서 사용이 가능하단다. 단순 DVD 렌탈샵은 아니다.
원래는 DVD 한 개 빌리는 데에 무려 3-400엔(우리나라 돈으로 얼마야 흐미.... 그 정도 돈이면 합법 다운로드로도 두 편은 받겠는데...)인데, 지금은 행사기간이라 네 장에 1,000엔이라고. 그냥 훅 넘어가서 기어코 네 장을 빌리고야 말았다.
디비디를 빌리면 저렇게 매장 가방에 포장을 해서 준다. 저 가방은 물론 반납용임. 가방 하단부에는 일본어로 '모인다! 쓸 수 있다! T 포인트' 라고 쓰여있다.   
큰 맘 먹고 영화를 잔뜩 빌려 보려고 했는데 너무 옛날 영화들은 왠지 그 돈 주고 빌려보기 아깝고, 그렇다고 신작은 하나도 없고, 그나마 있는 것들은 전부 내가 본 것이고 해서..... 결국 고르고 고른다는 게 'An Education'과 glee. 'An Education'은 우리나라 개봉시에 보고싶었는데 놓쳤던 작품.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일본 제목은 그대로 번역하자면 '17세의 초상'.
glee....는...... 미국 애들이 뭔가 유치하긴 한데 보게 된다고 했던 드라마. 일본에선 지금 한창 붐이 일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결국 빌리고 말았다. 나도 glee의 마수에 빠지게 될 것인가 말 것인가......


그리고 이건 전에도 만들었다고 살짝 언급한 적 있는 집 근처 대형할인매장의 포인트카드. 100엔당 1포인트인데, 500포인트 이상 쌓여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도대체 얼마를 써야 하는 거야...... 나름 체인이 있는 매장이니 고베에서도 사는 곳 근처에 있다면 일본에 있는 동안 모아질지도. 계산할 때 마다 직원이 '포인트 카드는 가지고 계신가요?'라고 물어본다. 시크하게 '있어요' 라고 하며 이 빠알간 카드를 내밀어주면 그만. 이건 별도의 신분증 없이 대충 이름과 주소만 적으면 가입할 수 있었다.


입욕제 넣고 욕조에 몸담그는 즐거움



나는 어렸을 때 부터 대중탕이 너무 싫었다.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보는 데에서 옷을 홀랑 벗어야 하는 데에다 남들이 수없이 들어갔다 나왔다 한 물에 몸을 담가야 한다니. (그래도 수영복 등을 입고 들어가는 스파나, 들어가기 전에 온몸을 씻는 게 기본인 일본식 목욕탕은 큰 거부감이 없다. 적어도 두 문제 중 한가지씩은 해결이 되니까.)
하지만 집에서 혼자 욕조 가득 물을 채워넣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꽤 좋아했다. 모든 소리가 울리는 욕실에서 그 작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도 울려퍼지는 것 같은 착각에 잠겨, 혼자만의 세계로 파고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에 가라앉은 몸 만큼이나 머릿속도 차분히 가라앉아 이런저런 생각들이 훨씬 잘 정리되는 느낌. 생각하기 좋다는 것 말고도 물에서 꼼지락 거리는 재미, 그냥 음악 틀어놓고 듣는 재미 등등 욕조에 몸 담그는 재미는 여러모로 쏠쏠하다.
근데 대학교 들어오고 부터는 그런 기회가 전혀 없는 거다. 기숙사에 욕조가 없는 것은 당연하고, 자취했던 오피스텔들에도 욕조가 있을 리 없었다. 요즘엔 적은 평수의 일반 아파트에도 욕조가 없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까.

근데 지금 일본에서 살고 있는 맨션에는 욕조가 있다. 크기나 시설이나 내가 한국서 자취하던 오피스텔 급인데. 아무래도 목욕문화가 발달한 일본이라서 그런가? 그래서 간만에 한 주에 두 번 정도는 입욕제를 사다가 넣고 목욕을 즐긴다. 욕조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도, 그저 멍때리기도, 책을 읽기도 하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아지는지. 그리고 입욕제 고르고 사는 재미도 꽤나 쏠쏠하다. 워낙 오후로문화를 중시하는 나라다 보니 포장, 향, 효과가 다양한 입욕제들이 지천이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음. 사진 속 입욕제들은 각각 105엔짜리이다. 고베로 옮기면 아무래도 기숙사다 보니 욕조가 없을 것 같은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기간동안 이곳에서 실컷 이 즐거움 누리다 가리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청소

나와 약 2주간을 살고 이사간 전 룸메는 정말 내가 태어나서 본 사람들 중에 가장 더럽게 사는 사람이었다. 정말이지 처음 기숙사로 쓰이는 맨션 방 배정받고 들어갔는데 이게 사람 사는 집 구석인가 싶어 두 눈을 의심했다. 나도 나름 책상이나 침대 위 마구 어지럽히고 사는 사람인지라 웬만한 지저분함에는 둔감한 사람인데 그때 그 모습은 정말이지 지저분한 게 아니라 더러운 거였다. 잔뜩 때가 끼어 있는 욕실, 유통기한을 훌쩍 넘긴 썩은 에타마미가 나오는 미니냉장고, 먼지가 잔뜩 쌓여있는 티비, 방치되어 있는 각종 설거지거리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룸메가 알바하러 나간 시간 동안 '우렁각시'처럼 그 틈을 타서 하나둘씩 청소해 나갔다. 냉장고도 청소하고, 바닥도 쓸고 닦고, 먼지도 털고 닦고....... 근데 룸메는 그런 변화에도 둔감한 것 같았다. 맙소사.

그런 룸메가 나가고나서 부터는 초고속 인터넷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혼자서 편히, 그리고 깨끗하게 치울 것 치워가며 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인터넷 그 까이꺼, 이 정도 속도로도 나름대로 살고 있는걸 뭐. 이제야 집구석이 사람 사는 곳 같고 잘 정돈되어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하하. 정말 룸메 나가고 룸메가 놓고 간 짐(아니 도대체 놓고 가면 나보고 버리란 이야긴가 사람이 왜이리도 뻔뻔하게 사는지...) 묶어 내다 버리고 그 잔해들 청소하는 데에도 일주일이 걸렸다......  그 때 더러운 것이라면 정말 이골이 나서 혼자 사는 지금 누구한테 보여줄 것도 아니면서 진짜 광내고 산다.


300엔샵에서 구입한 빗자루 set. 300엔 치고는 제법 쓸만한 데에다 무엇보다 색깔이 너무 귀엽다. 연보라색과 이 색 있었는데 이걸로 집어옴. 물론 고베로 옮겨갈 때에는 버리고 갈 생각임.


욕실청소 before&after 비교샷 하나. 처음에 내가 얼마나 기겁을 했는지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으려나.



암튼, 이것 말고도 밥 해 먹고 사는 거나, 외출하는 이야기나 밀린 이야기들이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아직 마지막 도쿄 여행기도 남겨두고 있고.....

결론은, 나 나름 소소한 즐거움 누리며 잘 살고 있다는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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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지님